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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6일 남은 9일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걸려있는 각 정당 후보들의 현수막. /사진=서예진 기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4·15 총선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 지역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반드시 탈환해야 할 지역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12년간 굳건히 지켜온 텃밭이 동작을이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 민주당세 강하지만 총선은 보수 정당 승리

동작을 관할 구역은 흑석동, 상도1동, 사당1동, 사당2동, 사당3동, 사당4동, 사당5동 등이다. 국립현충원과 흑석뉴타운, 중앙대학교·숭실대학교 등 대학가, 서울의 교통 거점 중 한 곳인 사당역 등이 위치한 지역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민주진보계열 후보가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이에 정계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유입된 강남세가 2008년 ‘뉴타운 바람’ 등으로 보수성향이 굳건해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젊은 층 인구가 적잖은 대학가가 있고, 사당 인근에도 젊은 층 인구가 다수 거주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민주당세가 더 강한 지역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에서 압승한 것도 민주당세가 결코 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정몽준·나경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인물론으로 이 지역을 민주당의 ‘험지’로 만들었고, 총선에서 당을 보고 투표하기 보다는 사람을 보고 투표한 층이 존재했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내주 치러질 21대 총선에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 나경원 통합당 후보, 이호영 정의당 후보, 오세찬 우리공화당 후보, 최서현 민중당 후보, 조현숙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 등 6명의 후보가 출마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12년간 보수계열 정당이 굳건히 지켜왔지만, 이번 총선의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지난 6~7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45.3%, 나경원 통합당 후보는 42.8%로 집계됐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수진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서울대출신의 전직 여성 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수진 후보는 이번 총선이 첫 국회의원 출마이고, 나경원 후보는 4선 의원에 보수계열 정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를 역임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9일 오전 이수진 민주당 후보(왼)와 나경원 후보는 각각 사당역, 총신대입구역에서 출근인사를 진행했다. /사진=서예진 기자
9일 오전 이수진 민주당 후보(왼)와 나경원 후보는 각각 사당역, 총신대입구역에서 출근인사를 진행했다. /사진=서예진 기자

◇ 악수 대신 '주먹인사'와 '팔꿈치인사'

총선이 6일 남은 9일, 이 후보와 나 후보는 각각 사당역 10번 출구와 총신대입구역(이수역) 14번 출구에서 오전 7시부터 출근 인사로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두 후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파란 마스크를 착용한 이 후보는 사당역 앞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오가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당역 인근은 젊은 층 인구가 다수 거주하고 있어 20~30대로 보이는 시민들이 바쁘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사당역 10번 출구에서는 이 후보 외에도 나 후보 측 선거운동원이 배치돼 인사를 하고 있었고 역내로 들어서면 민중당 소속 최서현 후보도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출근인사를 하고 있어, 해당 지역이 유세의 ‘핫플레이스’라는 것을 보여줬다.

사당역을 지나가던 일부 시민은 이 후보와 ‘주먹인사’(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는 인사법)를 했고, 몇몇 시민은 차에 탄 채로 “화이팅!”을 외쳤다. 한 시민은 몇 분간 이 후보와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 후보에 따르면 이 시민은 “내가 83세지만 장애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관악갑에 출마한 김대호 후보의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출근 인사 후 <시사위크>와 만나 “남은 기간 동안 사즉생의 각오로, 죽을 만큼 열심히 뛰겠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나경원 후보는 총신대입구역 14번 출구 앞에서 선거운동원과 함께 선거 유세를 했다. 이곳 역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 후보도 마스크를 쓰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건넸다.

나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은 “동작경제 살리는 나경원” 등의 구호를 외쳤고, 나 후보 역시 “나경원을 찍어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밝히는 등 경제 의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나오셨느냐”며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총신대입구역을 지나가는 일부 시민들은 나 후보에게 “화이팅”을 외치거나, ‘팔꿈치 인사’(주먹인사와 같은 취지로 생긴 인사법)를 하며 격려를 보냈다. 한 시민은 무의식적으로 나 후보와 악수를 했는데, 한 선거운동원이 후보와 시민의 손에 각각 손 소독제를 짜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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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 지역인 사당동에 붙어있는 이수진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선거 포스터의 모습. /사진=서예진 기자

◇ '집권여당 이수진' vs '다선 경력 나경원'

그렇다면 동작을 유권자들이 실제로 어떤 후보를 어떤 이유로 지지할까. 본지가 9일 주민들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주민들은 주로 ‘집권 여당을 밀어줘야 한다’, ‘민주당이 잘 하고 있다’는 의견과 ‘경험이 중요하다’, ‘여당이 싫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 지지’에 주로 초점을 맞춰 대답했다. 이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소속 정당에 대해 신뢰를 보낸 것이다. 이는 이 후보가 정치 신인인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당동에서 선거운동 벽보를 보고 있던 장 모씨(57·남)는 ‘투표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이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를 묻자 “지금 민주당이 잘 하고 있지 않느냐”며 “코로나19도 유럽·일본 등에 비해 대처가 아주 모범적이고, 다른 일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 지역에서 20년간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50대 남성은 “당연히 투표를 할 것이며, 이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이 후보는 잘 몰라도 민주당이 잘 하고 있으므로 그 당에서 공천한 후보를 찍는 것”이라며 “민주당과 정부가 잘 하고 있으므로 집권여당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사당시장 인근 벤치에서 만난 한 강 모씨(40대 초반·여)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신인 후보라 약간 불안하다”며 “그래도 여당을 선택해야 지역 발전이 있지 않겠느냐.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이 민주당이니까”라고 말했다. 

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나 후보의 4선 경력을 높게 평가했다. 보수계열 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를 역임한 나 후보의 경륜을 신뢰하는 셈이다. 또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총신대입구역 인근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최 모씨(50대 중반·남)는 “나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며 “나 후보가 다선 의원이라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하다고 본다. 지금 비록 여당은 민주당이지만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성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투표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 나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나는 원래 민주당을 싫어한다”면서 “그래서 더 고려할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당동에서 실내 인테리어 시공 사업을 하는 50대 중반 남성은 “민주당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나 후보의 경험을 믿는다”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역량이 검증된 사람을 뽑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반면 정치무관심층도 존재했다. 사당동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30대 후반·여)는 “사는 게 바빠서 상황 봐서 투표를 할 것”이라며 “누구를 찍을지, 투표를 할지조차도 아직 생각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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