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판정을 받은 해고에 대해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 뉴시스
대법원이 비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보도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김명수 대법원’이 대법관 3명 이상을 비법조인으로 임명하고, 5명 이상을 비법관 출신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사법개혁 개선 과제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3권 분립 기관인 사법부의 최고위 기관으로 사회 갈등의 최종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13명의 합의로 이뤄진다. 이들은 모두 법조인이며, 단 2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법관 출신이다.

비법관 출신으로는 박상옥 대법관(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과 김선수 대법관(변호사)이 있다. 김선수 대법관은 판·검사 경험이 전무한 최초의 대법관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법조인 출신 대법관은 현재 13명 중에는 없으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비법관 출신의 대법관도 흔치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뜨겁다.

과연 대법원은 비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일까. 

◇ “비법조인 대법관 관련 제안은 있었으나, 논의하지 않아…”

해당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 지난 1월 출범한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헌환·이하 특위)가 상고제도 개선책 마련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법관 3명 이상을 비법조인으로 임명하고 5명 이상을 비법관 출신으로 구성하자’는 구성하는 방안을 사법 개혁 개선 과제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관 다양화 아이디어’ 중 하나로, 특위는 각국 최고법원 재판관의 비법조인 사례를 조사해 아이디어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위는 비법조인 출신의 대법관 임명이 이론상 불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매체는 『 김명수 대법원장의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는 9일 열릴 회의에서 전체 대법관 14명 가운데 5분의 1 이상(3명)을 비법조인 출신으로 임명하고 3분의 1 이상(5명)을 변호사 등 비법관 출신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포함된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헌환)의 경과 보고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사위크 취재 결과,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상고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위원이 ‘법조인이 아닌 인물도 대법관으로 검토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법행정자문회의나 특위에서는 ‘비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현재 이와 관련해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9일 회의(경과보고)에서도 해당 사안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10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 상고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위원이 ‘대법관의 자격을 법조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법조인이 아닌 인물도 대법관으로 검토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사법행정자문회의나 특위에서는 ‘비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현재 이와 관련해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발언을 한 위원은 장기적인 전망을 내다보며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관 임명 기준을 우리나라에 일부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차원에서 제안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외국의 경우 비법관이 대법관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수준으로만 이야기가 있었다. 세부적으로 인원수까지는 제안하지 않았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특위 위원은 “특위에서는 지난달 30일 ‘대법관 다양성’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해당 내용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정확히는 현행 14인 대법관 체제를 일반 법관을 포함해 17∼20인으로 늘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대법원 재판관을 늘리더라도 법관 중심의 재판관 구성은 변함이 없어 이를 탈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비법관, 비법조인 관련 제안이 있었다”며 “그러나 해당 내용은 회의에서 중점 사안도 아니었을 뿐더러 (기사 내용처럼) 비법조인과 관련해 세부적인 수치까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판사·검사·변호사 자격을 가졌으면서 20년 이상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그 밖의 법인 등에서 법률 사무에 종사했거나, 대학교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45세 이상인 자만을 임용할 수 있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이나 영국은 대법관 전원이 법관 출신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현직 연방대법관들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일부 대법관은 변호사를 거친 이력이 있으나, 이 역시 공직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이며, 이외 이력으로는 대통령 정책·법률 보좌관, 법무장관 사무실 변호사, 법무부 차관보 등을 거쳤다. 퇴직한 전 연방대법관들 역시 모두 판사로 재직 중에 당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영국 대법원 판사 11명도 모두 판사 출신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재판관 15명 중 행정관, 외교관, 법학자 출신까지 3명을 비법조인으로 할당하고 있지만,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구성원 15명의 약력을 확인한 결과 이들 모두 교토대·도쿄대·릿쿄대·와세다대·토호쿠대·히토츠바시대 법학부 출신이다. 법관이나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아니더라도 법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자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미·영·일 등 해외 국가에서도 법률과 관련해 문외한을 대법관에 임명한 사례는 없다.

조희대 전 대법관(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각 국 대법원 사이트에 그 나라의 현직 대법관들의 약력이 기술돼 있는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대법관은 임명 당시 전원이 항소법원 판사 또는 법조 관련 공직에서 활동하던 이들이다”며 “일본의 경우에는 비법관도 대법관에 오를 수 있지만,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법조계에서 30여년 정도 종사한 법원장급 인물이 전문성을 평가하는 등 규정이 까다롭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수의 특위 위원들을 비롯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돼 오던 사안이지만, 여기에 비법조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참고자료
 

1. 대한민국 헌법
http://www.law.go.kr/lsEfInfoP.do?lsiSeq=61603#

2. 법원조직법 관련 법률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214015&efYd=20200204#0000

3. 미·영·일 대법원 구성원
https://www.supremecourt.gov/about/biographies.aspx (미국 연방대법원 구성원)
https://www.supremecourt.uk/about/biographies-of-the-justices.html (영국 대법원 구성원)
https://www.courts.go.jp/saikosai/about/saibankan/index.html (일본 최고재판소 구성원)

4. 조희대 전 대법관, 이헌환 대법 상고제도개선특위 위원장 등 특위 위원, 로스쿨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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