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외식 대신 식음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배달원들의 경우 직업 특성상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배달원이 코로나19의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온라인 상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1월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외식이나 쇼핑 대신 대신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마케팅·빅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NICE디앤알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01명 중 51.8%가 코로나19 이후 식음료 배달 앱 이용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또한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의 주당 이용자 수는 1월 넷째 주 532만7,000명에서 3월 셋째 주 623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달의 민족과 동일한 기능을 가진 앱 ‘요기요’ 역시 275만5,000명에서 329만명으로 20%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에서는 배달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옮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배달원이 고객에게 음식이나 물품을 전달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 배달원 자체가 감염의 매개체 될 확률은 ‘낮음’

배달원 자체가 감염의 매개체가 되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경로는 △배달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후 다른 곳으로 배송을 갈 경우 △배달원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배송을 갈 경우 등이다.

먼저 배달원 자체가 감염의 매개체가 될 확률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로나19는 ‘감염’된 이후부터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데 배달원이 확진자와 잠시 접촉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감염 증세가 나타나진 않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확진자와 접촉한다고 해서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바로(즉각) 감염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며 “평균 4~5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감염이 생기기 때문에 확진자와 접촉한 직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지 않고 확진자 접촉 후 감염이 된 다음 전염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배달원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지나 감염이 시작된 상태로 배송을 진행할 경우에는 전파의 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배달원이 마스크, 위생장갑 등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고객과의 접촉, 비말(기침·재채기를 할 때 발생하는 침 등의 작은 물방울) 등을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자라나면서 호흡기의 비말 등을 통해 방출돼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된다”며 “여기저기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배달원 분들의 직업 특성상 상대방에게 전염시킬 위험과 동시에 자신이 전염될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배달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배달원 스스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배달원 본인이 감염된 상태일 경우 비말을 통해 전파시킬 위험은 존재하지만 마스크 착용, 손 소독·세척 등의 위생관리를 잘하면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초부터 배달 중개 플랫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각각 ‘전 국민 안심 배달 수칙’과 ‘안심하고 배달 받는 방법’ 공지 등을 통해 선결제·비대면 배송을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배달원들이 음식 픽업 전 손 소독 필수’ ‘배달 시 마스크 필수’ 등의 원칙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배달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배달을 진행할 경우 상대방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실적으로는 ‘고객과의 비대면 노력’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배달서비스의 매커니즘을 감안한다면 배달원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배달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직후 다른 곳에 배송을 간다하더라도 코로나19를 전파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는 감염 이후 4~5일 정도의 잠복기 이후부터 전파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인 배달원이 배송할 경우에도 자신이 위생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코로나19를 전염시킬 위험은 낮다고 한다./ 뉴시스

◇ 배달원이 건넨 배송물품·지폐로도 전염 가능할까… 전문가 의견 갈려 “변수 존재”

그렇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된 배달원이 만진 물품이나 지폐 등을 통해서도 전염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사실 판명을 위해선 코로나19의 감염방식과 외부환경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배달음식용기나 지폐 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장시간 생존이 가능하다면 이를 전달받은 고객의 경우 감염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지난달 17일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 협회가 발행하는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시된 논문 ‘SARS-CoV-1과 비교한 SARS-CoV-2의 에어로졸 및 표면 안정성’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환경에 따라 장시간 외부환경에서 생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미국 국립보건원(NIH)·프린스턴대학·캘리포니아대학 공동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활동을 중지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산출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구리 표면에서는 4시간, 판지(여러 겹의 종이 펄프로 만들어진 튼튼한 종이)에서는 24시간, 플라스틱 및 스테인리스에서는 72시간 동안 생존했다. 

또한 레오 푼 홍콩대학교 공공위생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일 발표한 논문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SARS-CoV-2의 안정성’에 따르면 지폐의 경우 이틀이 넘는 장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살아남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음식의 포장용기 대부분이 플라스틱과 종이박스인 점, 현금결제할 경우 주로 지폐를 사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본다면, 소비자가 감염된 배달원을 통해 물건을 전달받은 뒤 호흡기(코·입)를 만질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배달원을 통해 바이러스가 묻은 배송물품 등을 고객이 만진 후 손을 씻지 않고 눈, 코, 입 등을 만진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며 “하지만 (고객이) 손 위생을 철저히 지킬 시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측은 ‘쉽게 예측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의 전파 조건에는 단순히 바이러스가 물체 표면에서 얼마동안 생존 가능한가에 대한 조건 외에도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이석원 사무관은 “코로나19의 전염 가능성은 바이러스의 생존여부와 관련이 있는데 바이러스의 생존에는 온도, 습도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며 “배송물품·지폐 등으로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에 당장 판단은 어렵다”고 밝혔다.

 

※ 최종판정 - 판단 유보

 

근거자료

1. SARS-CoV-1과 비교한 SARS-CoV-2의 에어로졸 및 표면 안정성 (Aerosol and Surface Stability of SARS-CoV-2 as Compared with SARS-CoV-1)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c2004973?query=featured_coronavirus/ 

 

2. 레오 푼 홍콩대학교 공공위생학원 교수 연구팀 논문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SARS-CoV-2의 안정성 (Stability of SARS-CoV-2 in different environmental conditions)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40392566_Stability_of_SARS-CoV-2_in_different_environmental_conditions

 

3.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 인터뷰

 

4.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 인터뷰

 

5.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팀 이석원 사무관 질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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