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후성그룹의 2007년생 오너일가 3세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폭락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한 달 새 2억5,000만원의 자산증식 효과를 봤다.
후성그룹의 2007년생 오너일가 3세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폭락장 국면에서 주식을 매입해 한 달 새 2억5,000만원의 자산증식 효과를 봤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이러한 상황을 지분 확대 및 증여에 활용하는 기업 오너일가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 세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인데, ‘재벌 방계’ 중견그룹인 후성그룹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후성그룹은 화학, 자동차 부품, 방산, 건설 등의 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유일한 처남의 차남인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이 창업했다. 주요 계열사로는 한국내화, 후성 등의 상장사와 후성HDS, 후성정공, 퍼스텍, 일광E&C, 한텍 등이 있으며, 현재는 김근수 회장의 아들인 김용민 사장이 2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후성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김근수 회장의 손자이자 김용민 사장의 자녀인 2007년생 A군이다. A군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5차례에 걸쳐 후성 주식 8만7,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5,347원~6,178원으로, 총 4억9,800여만원이 투입됐다.

뿐만 아니다. A군은 후성그룹의 또 다른 상장 계열사인 한국내화 지분도 확대했다. 기존엔 5만주(0.22%)를 보유 중이었는데, 3월 13일부터 20일까지 6차례에 걸쳐 12만5,000주를 더 사들였다. 취득단가는 1,851원~2,454원이었으며, 총 규모는 2억8,200여만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식 매입 시점이다. A군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에 전 세계 주식시장과 국내 주식시장은 충격적인 폭락을 마주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된 데 따른 것이었다.

후성의 주가는 정확하게 이 시기에 저점을 찍었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9,000원 안팎을 오가던 주가가 3월 11일 7,000원까지 뚝 떨어졌고, A군이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3월 13일엔 6,000원대마저 무너졌다. 4년여 만에 최저가를 경신한 3월 19일엔 4,6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은 A군이 마지막으로 주식을 매입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내화 주가 흐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3,700원 안팎에 형성돼있던 주가가 3월 12일 3,000원대 밑으로 떨어졌고, 3월 19일엔 장중 한때 1,775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최근 10년을 놓고 봐도 최저가에 해당할 정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A군이 주식을 매입한 직후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A군이 이번에 매입한 후성 주식의 평균 취득단가는 5,735원인데, 지난 20일 후성 주가는 6,900원에 마감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주당 1,165원, 총 주식가치는 1억원이 올랐다.

평균 취득단가가 2,262원인 한국내화의 주가 역시 지난 20일 3,535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당 1,273원이 올랐고, 주식가치는 1억5,000여만원이 상승했다. 이른바 ‘코로나19 세일’ 기간에 매입한 후성 및 한국내화 주식으로 한 달 새 2억5,000여만원의 자산증식 효과를 본 셈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A군이 7억8,000여만원에 달하는 주식 매입자금을 개인자금으로 조달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2007년생인 A군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그런 A군이 7억8,000만원이란 거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결과적으로 A군은 후성 주식 8만7,000주와 한국내화 주식 17만5,000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12억원이 넘는 주식부호가 된 A군이다.

이와 관련해 후성그룹 측 관계자는 “개인자금으로 조달했다는 공시 내용은 사실 그대로이며,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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