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밑도 끝도 없이 늘 ‘청춘’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은 청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청춘을 무기삼아 강요해온 사회적 압박과 요구에서 벗어나겠다는 이들에게 던진 것은 ‘반항아’라는 시선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20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이번 연재는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20대를 향한 시선을 짚어보고 위로를 건넴과 동시에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20대들은 어디에서든 연애 여부, 연인의 존재 유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연애 또는 사랑이 반드시 필수는 아니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픽사베이
우리 사회의 20대들은 어디에서든 연애 여부, 연인의 존재 유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연애 또는 사랑이 반드시 필수는 아니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우리 사회는 여전히 ‘20대의 연애’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명절에만 만나는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친척, 태어나 처음으로 입사한 직장의 상사나 선후배, 급기야 부모님들까지 “만나는 사람 있느냐”고 묻는다. 

20대에 들어서자마자 이들에게 연인이 존재하는지부터 시작해 번듯한 학교 또는 직장에 다니는지 등 상대의 연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드러낸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보다 더 자주 질문받은 탓에 지난 몇 년 동안 청년들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질문 랭킹 순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이에 부응하듯 일부 20대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연애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20대들 사이에서 연애나 사랑이 자신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2월 2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비율은 367명으로 36.6%를 차지했다. 연애를 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는 답변이 26.9%로 가장 높았다.

2000년생 사이에서는 연애보다 학업, 인간관계 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2000년생 대학생활 탐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학업’이 80%로 가장 높았다. 복수응답으로 동기 및 선배와의 인간관계가 49.3%, 진로탐색이 36%, 연애가 26%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20대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고 사랑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러라밸(러브 앤 라이프 밸런스)’, ‘탈연애’ 등의 용어들도 유행하고 있다. 

◇ 연애 감정 소모에 지친 20대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재훈(김래원분)과 선영(공효진분)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하는 장면. /네이버 영화 공식 포토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재훈(김래원분)과 선영(공효진분)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하는 장면. /네이버 영화 공식 포토

20대들은 연애 감정이 끝나 돌아오는 이별과 후폭풍,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등도 연애를 피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감정을 소모하고 어떤 방식이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끝나게 될 관계에 더 이상 목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20대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다. 영화에서 광고마케팅 회사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재훈(김래원분)’은 파혼한 전 연인 ‘수정’을 잊지 못하고 술만 먹었다 하면 습관처럼 연락을 하고 아침에는 이불킥을 하며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여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뒤끝 연애를 하는 ‘선영(공효진분)’이 입사한다. 선영의 남자친구는 그녀의 회식 장소까지 찾아와 결혼하자며 무릎을 꿇는다. 선영과 선영의 남자친구는 회식 장소를 벗어나 다투기 시작하고 회사 직원들이 이 장면을 모두 목격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재훈과 선영이 각자 연인과 이별 후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뒤끝 있는 연애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재훈은 수정을 그리며 매일 술을 마시고, 술만 마시면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으로 여러 실수를 반복한다. 선영은 이별한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 해코지를 당하면서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이 이별의 과정을 서로 지켜보던 재훈과 선영은 술의 힘을 빌려 서로에게 알듯말듯한 호감을 갖지만 새로운 연애와 연애로 다시 상처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감정을 숨기는 모습도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적잖은 연애를 해온 30대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오히려 20대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연애를 겪었던 20대라면 수천개의 공감 버튼을 누르고 싶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 연애 의무 아냐… “자신부터 위로하기”

20대들이 연애 자체를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애는 누구에게나 ‘의무’가 아님을 강조한다. 공방을 운영하는 E씨(26)는 “연애를 하지만 인생을 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고 나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어려서 뭘 몰라서 그렇다든지 아직 풋풋할 때인데 벌써부터 왜 그러는지 묻는 질문도 적지 않다”며 “어떤 연애상을 기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연애를 하든 하지 않든 오롯이 본인들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의 뜨거운 관심도 여전히 부담이다.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T씨(29)는 “어떤 마음으로 묻는지 이해하려고 하지만 연인의 존재를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과한 질문을 참을 수 없을 때가 많다”며 “자신들의 생각을 주입하려고 하는 것까지 보면 괜한 오지랖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연애로 받은 실망과 상처로 앞으로의 연애가 두려워진 이들에게는 “자신을 먼저 위로하라”고 전한다. IT업계 종사자 L씨는 “연애하면서 상처를 안 받을 수 없는 것 같다”며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스스로를 질책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들의 인생은 매우 소중하다”며 “이별은 충분히 힘들어 하되 자신을 질책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위로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자신들의 삶에 연애를 필수 항목에서 삭제하는 20대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누구를 만나야 한다고 또는 만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연애의 여부를 묻기보다 20대의 생각을 먼저 교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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