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통합당과 합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이용해 제2의 교섭단체 구성 방안을 놓고 눈치 작전을 벌여왔다. 교섭단체를 꾸릴 경우 국회 상임위 배분과 국고보조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거대 양당이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이어 위성교섭단체 구성 꼼수까지 벌일 태세라며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선제적으로 위성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지 않고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여전히 한국당과의 합당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19석을 얻었다. 의원 1명만 더 확보하면 교섭단체(20명 이상) 구성이 가능하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원 구성 협상 시 한국당에 상임위원장을 배정하지 않겠다며 경고를 보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제2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거다. 그 교섭단체를 인정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비판을 많이 하실 것 아닌가. 꼼수에 또 꼼수를 부리는 거고, 반칙에 또 반칙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욕만 먹고 실리는 없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정 때 한국당에 상임위원장 배정을 안 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은 그 뜻”이라며 “그래서 욕만 먹고 실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당 백승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를 향해 "병원을 방문해 정신건강에 대해 감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백 수석부대표는 “비교섭단체들과 ‘4+1’이라는 괴물로 국회를 운영한 민주당이 국회법에 따른 원내교섭단체인 한국당과 국회 운영 일정을 협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정치적으로 교섭단체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상임위원장까지 배정하지 않는 것은 무방할까. 관련 내용을 규정한 국회법을 통해 ‘팩트’를 확인해봤다.

국회법 제33조 1항은 교섭단체에 대해 ‘국회에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다만,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명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상임위원장 배정과 관련된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신 상임위원장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국회법 제41조(상임위원장) 2항에 ‘상임위원장은 제4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라 선임된 해당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법 어디에도 각 교섭단체에 한 석 이상의 상임위원장을 무조건 배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6~12대 국회에서는 다수당이 독점했다. 그러나 지난 1988년 13대 국회 당시 여소야대가 된 이후부터 의석 비율에 따라 여야가 관행적으로 협상을 통해 나눠서 맡아오고 있다. 여야는 협상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한 뒤 각 당이 내부적으로 낙점한 상임위원장 후보를 형식적 절차를 밟기 위해 본회의에 올려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번에 여야 원구성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후보를 자유롭게 받은 뒤 본회의에서 투표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177석의 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해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식할 수도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야 합의를 통해서 배분하는 관행을 깨고 표결 처리하는 상황까지는 상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에 “가급적이면 상정 안 하는 게 좋겠지. 우리 국회가 여야간 의석수 비율대로 상임위를 나눴던 관행이 사실은 1988년 13대 때부터 시작이 된 것”이라며 “그때는 여소야대 때였다. 그래서 국회 개원이 안 되니까 여야가 나눠서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그것도 관행이니까 가급적이면 지키는 게 좋겠다는 기본적 생각은 갖고 있다”면서도 “예전처럼 국회 개원을 무기로 해서 야당의 발목잡기나 트집 잡기, 이렇게 끌려가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바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는데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따져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국회법에는 한국당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한국당에 상임위원장을 반드시 배정해야만 하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한국당에 상임위원장을 배정하지 않아도 국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 민주당이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차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경우 여당이 야당과 협치하지 않고 일방 독주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13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회법에 각 교섭단체에 한 석 이상의 상임위원장을 반드시 배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전혀 없다”며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임위원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문제는 여야 교섭단체가 협의해서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며 “민주당이 전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 가더라도 법에 위배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