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이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녹색당·미래당·민중당 등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입법을 위한 4·15 총선 전 원포인트 국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이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녹색당·미래당·민중당 등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입법을 위한 4·15 총선 전 원포인트 국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난 20일 여야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등과 같은 유통방지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는 n번방 사건 등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전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만큼, 순탄한 법안 처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뜻밖의 반발에 부딪혔다. 인터넷 업계를 비롯한 일각에서 이 법안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카카오톡‧이메일 등 디지털 공간에서 사적 영역을 검열할 수 있다는 대중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정말 ‘n번방 방지법’은 카톡 검열 등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먼저 불안감이 피어났던 것은 ‘n번방 방지법’ 초안 때문이었다. 법안의 초안에는 불법촬영물에 대해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인식’이라는 부분이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용자의 모든 활동을 확인해야 하는 ‘사적검열’을 종용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면서 이 부분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따라서 통과된 법안으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요청’에 의해서만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원안과) 핵심 변화는 불법촬영물을 추가한다는 게 하나 생긴 거고, 정부가 (불법촬영물로) 판단하면 조치해달라는 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사업자에게 모든 판단을 하도록 할 때는 검열 이슈가 생기는 게 맞지만, 없어졌을 때는 검열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통과된 법안에는 조치해야 하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5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지난 15일 설명자료를 통해 유통방지 조치 대상이 되는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불법촬영물‧불법편집물 및 아동‧청소년이용성착취물’이라고 밝혔다. 개인 사생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규정은 현행법에서도 그대로다. 새로 통과된 법안에서 바뀐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는 셈이다.

최 교수는 “현행법에서도 ‘공개된 정보’만 대상으로 규정됐다”라며 “개정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현행법도 문제라고 본다는 것인데, 비판하는 쪽은 현행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모호한 설명으로 의혹을 키웠던 제22조의5 제2항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관해서도 방통위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터넷 이용자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불법촬영물을 발견한 이용자가 사업자에 신고할 수 있는 기능 △불법촬영물 등이 유통되지 않도록 검색‧전송을 제한 △불법촬영물에 대한 경고문구 발송 등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는 상황이다. 시행령 마련을 두고 또 다시 수렁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21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생활 침해 우려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행령 마련 과정에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적 대화방 적용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고포상제를 통한 신속한 영상물 삭제‧차단, 사업자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 부과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관계부처가 힘을 합쳐 효과적으로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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