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북 경주 동천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9살 초등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CCTV에 기록된 사고 장면 캡쳐.
26일 오후 경북 경주 모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9살 초등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CCTV에 기록된 사고 장면 캡처.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스쿨존 자전거 교통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상에서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운전자의) 고의성과 관계 없이도 살인미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다.

경북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5일 오후 1시 38분께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인 경주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해당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9세 초등학생 B군은 뒤따르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부딪혀 넘어졌다. 운전자 A씨는 B군이 넘어진 뒤에야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사고로 B군은 오른쪽 다리를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B군 측은 운전자 A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B군)가 놀이터에서 A씨의 딸을 때린 후 사과 없이 떠나자 A씨가 아이를 쫓아가 고의 사고를 낸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운전자 A씨는 조사에서 고의성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CCTV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을 보고 “고의성 여부와 관계 없는 살인미수”라며 격분했다. 급기야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네티즌까지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무조건 구속수사 해라. 동영상이 다 말해주고 있다. 살인미수다”라고 분개했고, 또 다른 네티즌 역시 “고의를 떠나 차로 따라가 박은 건 살인행위"라며 “실형구속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댓글은 약 100건 정도의 네티즌 추천을 받았다.

과연 해당 사건에 대해 운전자 A씨에게 고의성과 관계 없는 살인미수 혐의 적용이 가능할까.

결론은 ‘불가’하다. 형법에 따라 ‘고의성 없는 살인미수’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한 고의 없음’이 전제되면 해당 사건은 과실이 된다. 의도한 바 없는 살인미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 제25조는 미수범에 대해 ‘범죄 실행에 착수해 행위를 종료하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28조는 ‘범죄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때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고의가 없다면 과실범이지 살인미수 성립은 안 된다. 따라서 고의 유무 여부는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A씨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것은 재판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만일 B군의 부상이 극도로 심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로 볼 수도 있겠지만 부상이 크게 심하지 않으니 검찰이 A씨를 살인미수로 기소할 가능성은 낮다”며 “살인미수를 말하는 일부 네티즌 주장은 끔찍한 동영상을 보고 흥분한 감정을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사 과정에서 A씨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부 변호사들은 살인미수 적용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해 “살인미수는 해당사항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B군과 추돌하기 전 운전자 A씨가 핸들을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반대쪽으로 급하게 틀었다는 것이 이유다. A씨가 추돌 후 B군의 자전거를 세우고 사고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다만 한 변호사는 자동차를 이용해 B군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해 A씨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형법상 특수상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민식이법만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한 변호사는 “특수상해 아니면 민식이법인데, 특수상해가 인정되면 진단은 얼마 나오지 않았다 해도 처벌이 엄청 무거워진다. 구속 가능성도 있다”며 “민식이법 쪽이라면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정상 참작 사유가 된다. 피해자와 합의 여부도 봐야 하지만 벌금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정황상 운전자(A씨)는 자기 아이를 때리고 도주한 아이(B군)를 붙잡기 위한 목표로 추적한 것 같다”며 “그 순간 운전자가 격정적인 상태였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전 변호사도 B군이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고 살의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해당 사건을 살인미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는 “학폭에 대한 공포심과 같은 것들이 부모들에게는 있다”며 “요새 아이를 적게 낳으니 부모들이 과보호하기도 하는데, 이런 문제들이 얽혀있는 사건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운전자 A씨가 B군과 추돌 직후 급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미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B군이 차량에 의해 충격을 받고 쓰러진 뒤에도 A씨의 SUV가 조금 더 전진한 뒤 멈춰섰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경찰 수사가 더 진행돼야 사건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주경찰서는 목격자 조사와 증거 수집 등 수사를 통해 고의성의 사실관계 규명에 나섰다. 사고가 스쿨존에서 발생한 만큼 민식이법 위반 여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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