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크라운해태그룹 윤영달 회장이 손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명의 아이들이 2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크라운해태그룹 윤영달 회장이 손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명의 아이들이 2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크라운해태그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과기업이다. 해태제과는 1945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이며, 크라운제과는 창업주 고(故) 윤태현 회장이 창립한 영일당에서 시작했다. 크라운제과가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크라운해태그룹이 됐다.

크라운해태그룹은 오랜 세월 국민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과자’를 대표하는 주요 제품들은 어른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뿐 아니라, 지금도 아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며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크라운해태그룹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크라운해태홀딩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최근 변화가 포착됐다. 전에 없던 새 이름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크라운해태홀딩스 측 공시에 따르면,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6명의 친인척에게 나란히 2만주 씩, 총 12만주의 주식을 증여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측이 밝힌 증여 주식의 규모는 각각 1억8,700만원 상당으로, 총 11억2,200만원에 이른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모두 윤영달 회장의 손자로 알려졌다. 윤영달 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의 자녀들도 포함돼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의 나이다. 6명 모두 미성년자로,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2003년생이 가장 나이가 많다. 심지어 5살에 불과한 2016년생도 억대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물론 이들의 주식 보유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주식 취득방식이 자기자금을 바탕으로 한 매수가 아닌 증여라는 점에서 증여세 등 관련 논란의 소지가 적다. 또한 오너일가의 주식보유는 책임경영의 의지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존재한다. 우선, 미성년자에 대한 조기 주식 증여가 각종 승계 비용 절감 및 자산증식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윤영달 회장의 주식 증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대체로 하락한 시점에 이뤄졌다. 주가가 바닥을 찍은 시점은 아니었지만, 최근 수년간의 추이를 고려하면 주가가 확연히 낮아진 시점이었다. 이는 그만큼 증여세 부담도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할아버지와 부모를 잘 만나 억대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은 일반 서민 및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크라운해태홀딩스가 과자를 파는 친숙한 기업이란 점에서 이 같은 아쉬움은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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