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가 일찌감치 처절한 꼴찌싸움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가 일찌감치 처절한 꼴찌싸움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프로야구 순위표에서 대체로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지점은 역시 ‘위쪽’이다. 우승을 향한 각축전이 가장 큰 주목을 받기 마련이고, 가을야구 진출 티켓 및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경쟁도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그에 반해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하위권은 팬들의 관심조차 식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순위표 맨 아래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때로는 순위표 맨 아래도 색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하며 주목을 끌곤 한다.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경쟁이 펼쳐질 때다.

◇ 때로는, 우승경쟁보다 흥미로운 꼴찌싸움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서 처절한 꼴찌싸움의 시작은 1983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꼴찌는 롯데 자이언츠였다. 100경기를 치르며 43승 56패 1무로 승률 0.434를 기록했다. 그런데 꼴찌 바로 위 OB 베어스의 성적은 44승 55패 1무 승률 0.444로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했다. 단 1경기 차이로 꼴찌의 운명이 갈린 시즌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당시 MBC 청룡과 해태 타이거즈의 리그 우승경쟁도 단 1경기로 갈렸다는 것이다. MBC 청룡과 해태 타이거즈 모두 나란히 55승을 수확했으나, 패배 대신 무승부가 1번 더 많았던 MBC 청룡이 리그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단, 한국시리즈 우승은 해태 타이거즈 차지였다.

처절한 꼴찌싸움은 4년 뒤인 1986년에 다시 찾아왔다. 이때는 양상이 흥미로웠다. 청보 핀토스와 빙그레 이글스가 일찌감치 뒤쳐져있었고, 그중에서도 빙그레 이글스가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꼴찌로 쳐져있었다.

그런데 한 계단 위에 있던 청보 핀토스가 시즌 막판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빙그레 이글스를 매섭게 역추격했다. 당시 청보 핀토스는 마지막 10경기에서 1승 9패를 기록했고, 특히 마지막 5경기는 모두 패했다. 반면, 시즌 승률이 0.290에 그쳤던 빙그레 이글스는 마지막 10경기에서 4승 6패를 기록하며 나름 분전했다.

결과는 빙그레 이글스의 ‘아슬아슬한’ 꼴찌였다. 빙그레 이글스는 108경기에서 31승 76패 1무 승률 0.290, 청보 핀토스는 32승 74패 2무 승률 0.302을 기록했다.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의 진수를 보여준 시즌이었다.

1989년엔 롯데 자이언츠와 MBC 청룡이 ‘꼴찌 라이벌’로 마주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1983년 나란히 1경기 차이로 꼴찌와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었다. 이번에도 꼴찌는 롯데 자이언츠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120경기에서 48승 67패 5무 승률 0.421를 기록했다. MBC 청룡은 49승 67패 4무 승률 0.425였다. 단 한 경기를 승리했느냐 비겼느냐에 따라 꼴찌가 갈렸다.

1991년엔 무려 세 팀이 처절한 꼴찌싸움에 가세했다. LG 트윈스와 쌍방울 레이더스, OB 베어스가 그 주인공이다. LG 트윈스와 쌍방울 레이더스는 126경기에서 각각 53승 72패 1무, 52승 71패 3무로 나란히 승률 0.425를 기록했다. 꼴찌는 51승 73패 2무 승률 0.413에 그친 OB 베어스였다. LG 트윈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의 승차는 없었고, 이 두 팀과 OB 베어스의 차이는 1.5경기에 불과했다.

이때도 이들의 경쟁은 ‘누가 더 못하나’ 양상을 띠었다. 후반기에 접어들 무렵까지 중상위권을 형성했던 LG 트윈스는 마지막 11경기에서 10연패 뒤에 1승을 차지하며 꼴찌를 향해 거침없이 추락했다. 반면 시즌 내내 쳐져있던 OB 베어스는 시즌 막판 분전하며 마지막 10경기를 7승 3패로 장식했다. 둘 사이에 낀 쌍방울 레이더스는 LG 트윈스의 부진 덕에 6위를 차지할 기회를 마주했으나 마지막을 4연패로 마감하며 그 기회를 제 발로 차버렸다.

◇ 꼴찌싸움의 처절한 역사, 단골손님은 ‘롯데 자이언츠’

이후 이 같은 처절한 꼴찌싸움은 10년 뒤에 돌아왔다. 롯데 자이언츠가 세 번째로 처절한 꼴찌싸움을 벌였고, 이번에도 꼴찌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133경기에서 59승 70패 4무 승률 0.457를 기록했고, 가까스로 꼴찌를 면한 SK 와이번스는 60승 71패 2무 승률 0.458를 기록했다. 승률 1리 차이로 꼴찌가 갈린 셈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4년 또 다시 처절한 꼴찌싸움을 마주했다. 이번 상대는 한화 이글스였다. 안타깝게도 이번 역시 꼴찌의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133경기에서 50승 72패 11무 승률 0.410, 한화 이글스는 53승 74패 6무 승률 0.417를 기록했다.

2006년에도 ‘단골손님’ 롯데 자이언츠는 치열한 꼴찌싸움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엔 비로소 꼴찌를 피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126경기에서 50승 73패 3무 승률 0.407를 기록하며 47승 75패 4무 승률 0.385의 LG 트윈스를 제쳤다. 마지막을 8연패로 장식한 LG 트윈스가 4연패로 마무리한 롯데 자이언츠를 꼴찌에서 벗어나게 해준 시즌이었다.

가장 최근 처절한 꼴찌싸움이 벌어진 건 2018년이다. 창단 이후 3년 연속 꼴찌에 머물고 있던 KT 위즈와 잘 나가던 NC 다이노스가 순위표 맨 아래에서 마주했다. NC 다이노스는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 5월 하순부터 붙박이 꼴찌로 추락했고,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KT 위즈는 서서히 순위표 계단을 내려왔다. 급기야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꼴찌싸움을 벌인 두 팀이다.

결과는 KT 위즈의 역사적인 첫 탈꼴찌였다. KT 위즈는 144경기에서 59승 82패 3무 승률 0.418로 58승 85패 1무 승률 0.406의 NC 다이노스를 제쳤다.

이처럼 처절했던 꼴찌싸움의 역사가 새삼 흥미를 끄는 건 올 시즌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기준, 프로야구 순위 맨 아래엔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가 자리 잡고 있다. 나란히 50경기를 치른 가운데, SK 와이번스는 14승 36패 승률 0.280, 한화 이글스는 12승 38패 승률 0.240을 기록 중이다. 경기 차는 단 2경기다.

아직 시즌 초반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들의 꼴찌싸움은 일찌감치 주목을 끌고 있다.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18연패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 와이번스 역시 극도로 부진하며 꼴찌싸움에 가세했다.

두 팀 모두 최근 상황은 무척 좋지 않다. 한화 이글스는 한용덕 전 감독이 물러난 뒤 대행체제를 맞이했고, SK 와이번스는 염경엽 감독이 쓰러지며 역시 비상체제가 가동 중이다. 핵심선수들의 부진 및 부상이 이어지는 등 반등의 계기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더욱 또렷하게 기억될 2020년, 처절한 꼴찌싸움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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