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의 수도 이전 바람이 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행정수도 완성론’을 꺼내면서 수도 이전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의지를 연일 다지고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당시에도 적극적으로 추진됐으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뒤 주춤했다.

헌재는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두고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점이 ‘관습헌법’으로 굳어진 상황이고, 특별법은 헌법개정절차(국민투표)를 필요로 했지만 이를 거치지 않아 국민투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긍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성문헌법주의 국가에서 관습헌법에 성문헌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관습헌법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로 당시 헌법재판관 중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며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관습헌법에 대하여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보다 우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위헌 판결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선 개헌이 필수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입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설치를 공언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개헌 없이 특별법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개헌 없이 특별법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시스

◇ 개헌 없이 추진 가능… 헌재 인식변화가 관건

그렇다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헌 없는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할까. 사실상 쉽지는 않아 보인다.

가장 큰 관건은 ‘헌법재판소의 판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더 이상 관습헌법에 따른 행정 이원화를 방치하며 국가 백년대계를 덮어놓을 수 없다”고 했다. 위헌 판결의 요지였던 관습헌법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처음 행정수도가 추진됐던 시기에서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헌재가 이미 내놓은 판결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는 2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헌재가 달라질 것이라고 규범적으로 명명할 제도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종전법하고 같은 법을 내놓을 경우에는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도 지난 22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2004년도 헌재의 위헌 결정이 아직 판례가 변경되거나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기존과는 차별화 된 법이라면 가능하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고 추진된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의 경우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따라서 앞선 법안 개정 등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담아 추진한다면 가능성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묘안’이 필요하다. 헌재는 당시 판결에서 헌법상 수도의 개념으로 대통령 소재지를 수도의 특징적 요소로 본다고 했고, 최소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의 의지는 청와대와 국회 등을 포함해 모두 이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헌재의 기존 판결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정주백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이 달라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이전에는 수도가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지만, 이번에는 수도가 이전하는 게 아니라는 징표를 보여주면 헌재가 종전 결정과 모순되지 않으면서 이 결정에 대해서는 위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판례가 뒤집어 질 가능성도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증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보건복지부령의 합헌 결정이 번복된 사실을 적었다. 헌재의 판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헌재 역시 당시 판결문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관습헌법은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여당은 국민의 과반수가 이에 찬성한다며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헌재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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