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쓰레기’의 정의다. 하지만 우리가 ‘쓰레기’로 낙인찍어 내다 버리는 것들 중에는 ‘쓸모가 여전한’ 것들이 적지 않다. 실제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새로운 자원이 되거나 에너지로 재탄생해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쓰레기의 역설’인 셈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환경오염원 감소를 위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일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오른쪽)가 기자(왼쪽)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범찬희 기자​
​지난 2일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오른쪽)가 기자(왼쪽)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범찬희 기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해 환경 분야에서는 코로나19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할 만한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다. 지난 2008년을 끝으로 감감무소식이던 환경교사 신규 임용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12년 만에 간절한 염원을 이룬 선배 환경교사들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못하다. 전국에서 1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선발될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여러 학교를 전전하는 신세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5년째 교단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2세대 환경교사 신경준 교사(서울 숭문중‧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는 “한국의 환경 교육와 교사들이 홀대 보다 못한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며 크게 우려했다.

◇ 입시에 밀린 환경, 과목 선정 중‧고교 1%도 안 돼

5,591 대 47. 우리나라 전국의 중‧고등학교 숫자와 환경을 교육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학교와의 격차다. 1%도 되지 않는 극히 일부 학교만이 환경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교육부가 집계한 470개교(2018년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다. 몇 년 사이 환경을 교과 과정에서 제외한 학교가 증가했기 때문일까. 2일 온라인상에서 기자와 만난 신 교사는 “환경 수업의 90% 정도가 고3에 개설 돼 이 시간에 자습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그렇다면 전국에 최소 47명 정도의 환경 교사가 재직 중에 있는 것일까. 이 또한 틀린 계산이다. 계약직을 포함해 환경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27명에 불과하다. ‘교원 50만 시대’에 비주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인원이다. 나머지 20명은 우리나라에 환경교육이 도입 됐던 1996년 6차 교육 과정 당시 교련, 무용, 상업 등을 가르치던 1세대 비전공 교사들이 메우고 있다. 자고로 환경이란 굳이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든 가르칠 수 있다는 교육 당국의 안일한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국(캘리포니아 주), 영국, 이탈리아, 호주, 핀란드 등 선진국들이 환경을 필수 과목으로 선정하고 국가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환경 교육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선 중‧고등학교에 환경 교과가 도입 된 지 4년이 지나서야 전문 교사가 배치됐다. 2000년 첫 환경 교사 임용이 실시돼 5명이 선발됐다. 신 교사는 “과목이 먼저 탄생한 뒤 교원이 투입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매년 임용이 이뤄져 2008년까지 총 70명의 환경교사가 배출됐다. 이마저도 경기, 대구, 충남, 충북, 경남 5개 지역에서만 선발이 이뤄지는 불균형을 보였다.

신 교사는 “환경 과목을 채택한 학교가 극소수이다 보니 3년 뒤 전근 때 대부분이 타과목으로 발령이 난다. 이 때문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명 남짓한 환경 교사만이 안 남아 있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서 급기야 ‘환경’ 교과의 명칭이 ‘환경과 녹색성장’으로 변경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환경교사도 선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사가 재직 중인 숭문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다양한 활동들. / 신경준 교사
신 교사가 재직 중인 숭문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다양한 활동들. / 신경준 교사 제공

◇ 12년 만에 열린 임용 문… “후배들, 떠돌이 신세 될 것”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기후위기·환경재난시대 학교환경교육 비상선언’을 선포를 계기로 12년 만에 후배들이 교단에 설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를 바라보는 신 교사의 마음은 무겁다. 반가움 보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한국교원대, 목포대, 공주대, 순천대 4개 학교 환경교육과 학부생들이 굳이 부전공을 살리거나 전공과 무관한 취업의 길에 들어서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기자의 설레발에 신 교사는 후배들이 직면하게 될 씁쓸한 앞날을 예견했다.

신 교사는 “매년 4개 대학교에서 80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2개 대학원까지 합하면 100명의 환경 교육 전공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12년 만에 이뤄진 임용에서 단 7명만을 뽑는다. 타 과목인 보건(600여명), 정보(110여명), 영양(230여명)과 차이가 크다”라며 “채 10명도 안 되는 합격자들은 임용과 동시에 2~3개 학교를 전전하는 순회교사나 교육청 산하 과학관 등으로 보내지는 파견교사 신세가 될 것이다. 환경 교사들이 한 학교에 정착해 소속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환경 과목을 정착시켜야 할 때가 온 거다”라고 강조했다.

신 교사는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재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환경 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인간이 생태계의 영역을 침범해 기후위기가 찾아왔고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됐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전예방 보다는 보건이나 안전교육과 같은 사후처리에 급급하고 있다”며 “박쥐가 서식하는 숲을 보전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바이러스의 전파도 막을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연 정복을 이어간다면 인간과 바이러스는 계속해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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