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밤 9시 48분, 둘째가 세상의 빛을 봤습니다.
9월 4일 밤 9시 48분, 둘째가 세상의 빛을 봤습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지긋지긋한 장마, 그리고 매서운 태풍까지. 어느덧 3분의 2가 지난 2020년은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지 않고 있는데요. 이렇게 답답한 소식만 이어지는 올해, 저희는 모처럼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2020년 9월 4일 밤 9시 48분. 기다리고 기다렸던 둘째아이가 처음 세상의 빛을 봤습니다. 예정일보다 하루 먼저, 그리고 엄마의 생일보단 하루 뒤에 태어났네요. 첫째는 저와 생일이 같은데, 둘째의 생일은 엄마와 딱 하루 차이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정말 많은 것이 천지차이였습니다. 첫째 임신을 확인했을 때의 설렘과 감동은 덤덤함으로 바뀌었고, 임신 기간 동안 뱃속의 아이를 향한 관심과 정성도 첫째 때에 비해 미안할 정도로 부족했죠.

출산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째 때는 오후 5~6시쯤 서서히 진통이 시작돼 자정쯤 병원에 도착했고, 무려 다음날 아침 9시 41분이 돼서야 아이를 만났는데요. 이번엔 오후 5~6시쯤 진통이 시작됐고, 7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해 2시간여 만에 아이를 만났습니다. 기승전결 없이 기와 결만 있었던 출산 과정에 저희 부부 모두 얼떨떨했네요. 

다행히, 또 대견하게도 둘째 역시 무탈하고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 하루하루 ‘폭풍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1987년 62만명이었던 출생아수, 올해는 30만명도 못 넘길 듯

첫째(위)와 쏙빼닮은 둘째는 어수선한 국면에 태어나서도 건강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첫째(위)와 쏙빼닮은 둘째는 어수선한 국면에 태어나서도 건강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2년 3개월여 만에 다시 분만실을 찾고, 출산을 지켜보고, 신생아실 속 아이를 보니 감회가 무척 새로웠는데요. 문득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를 시작한 때도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첫째가 태어난 2018년, 한 해 출생아수가 30만명대에 그칠 것이란 소식을 접하면서였습니다. ‘70~80만 수험생’이란 말이 익숙했던 저에겐 그저 막연했던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이 현실로 체감되는 순간이었죠. 

그로부터 어느덧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43번째 글을 쓰게 됐는데요. 씁쓸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도, 나아진 것도 없습니다. 

첫째가 태어난 이후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고, 곧이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이 본격화하면서 각종 임신·출산·육아 지원제도의 신설·강화 및 관련 인프라 확충 등이 줄줄이 이어졌죠. 

그러나 출생아수 추이는 여전히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1987년, 한해 출생아수는 62만3,800여명이었습니다. 첫째가 태어난 2018년은 32만6,900여명이었고요. 지난해에는 30만2,700여명으로 간신히 30만명대를 지켰지만, 올해는 이마저 깨질 것으로 보입니다. 8월까지 누적 출생아수가 20만8,1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감소했다고 하네요. 지난해 11월부터는 아예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고요. 

저희도 이제 아이 둘, 네 가족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출산 및 육아 현실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것도 새삼 느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희도 이제 아이 둘, 네 가족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출산 및 육아 현실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것도 새삼 느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저출산문제 해결 발 벗고 나섰다지만…

물론 1~2년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은 자명합니다. 너무나도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해결 또한 간단치 않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둘째를 통해 체감한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저희는 둘째의 출산예정일을 열흘 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첫째 어린이집으로부터 폐원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딱 한 자리가 남아있던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가뜩이나 초조한 시기에 첫째의 새 어린이집을 구해 적응기까지 가져야했죠.

폐원한 어린이집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첫째의 첫 어린이집으로 너무 잘 보살펴주셨고, 폐원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주시는 등 끝까지 책임을 다하셨습니다. 문제는 20년 넘게 잘 운영돼온 어린이집이 폐원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채 뿔뿔이 흩어지게 된 아이들, 새 어린이집을 구해야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니 착잡하기만 하더군요. 저희 같은 경우엔 시기가 시기다 보니 더욱 막막하고 난처했던 순간이기도 했고요. 

산후조리원 선택지는 첫째 때에 비해 더 좁아졌습니다. 첫째 때 이용했던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죠. 첫째로 인해 산후조리원을 일주일만 이용했지만, 비용은 200만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2주 이용한 첫째 때 산후조리원보다 비용이 더 들었네요. 

전 세계적인 재난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도 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첫째아이는 엄마의 병원 입원실 출입은 물론 신생아실 면회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산후조리원 역시 들어갈 수 없었죠. 27개월 된 아이가 졸지에 엄마와 생이별을 하게 된 겁니다. 첫째는 하루하루 엄마가 보고 싶다며 많이 힘들어했고, 그런 아이를 보살펴야하는 다른 가족들도 무척 힘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저출산문제 중 일부에 해당하는 사안이고, 또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가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현실 말입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과 빈틈투성이고, 그것은 각 가정 및 개인의 희생에 의해 메워지고 있죠. 이러니 아이 낳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기피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더군요.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노력과 변화들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의미 있는 노력과 변화들이고,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곧 아이를 낳을 예정인 많은 이들이 여전히 여러 어려움을 겪고 감내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입니다. 이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고요. 

이러한 현실이 더 빠르게 나아질 수 있도록, 보다 효과적이고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돼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져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저 또한 첫째가 처음 깨닫게 해준 저출산문제의 현실을 둘째를 통해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체감하면서 초심을 되새겨봅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