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궐한 코로나19는 발생한지 불과 두 달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온 지구를 삼켰고,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우리를 지독히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교육‧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을 바꿔놓았는데, 다수가 좁은 공간에 밀집하는 극장을 기본 플랫폼으로 하는 영화산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극장가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 연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위기 속에서 영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관의 매출은 투자‧제작‧배급 등 영화산업의 전 분야와 연관돼있다. 극장 매출이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무려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화관의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즉, 극장이 살아야 영화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 한정된 공간에 다수가 밀집하는 극장은 그야말로 ‘기피 대상 1호’가 됐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신작들도 자취를 감췄고 일부 극장은 문을 닫기도 했다. 좌석 간 거리두기와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위기 돌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집합적 관람에 기초한 극장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8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주관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 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놓으면서 “극장은 실내공간이며,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모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실내 밀접 공간인 극장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관람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행위로써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가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안전’이 가장 우선시돼야 하고 이를 위해 극장이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최항섭 교수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장에서 봐야 그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이를 경험하게 해주는 극장 기술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좋은 콘텐츠가 계속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며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줄어들고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진행된 포럼에서 CJ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관객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영화발전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항섭 교수도 “영화계 종사자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했다.

영화관에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영화관에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영화발전기금을 대체할 새로운 기금을 출연하고, 실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내년 12월 31일 영화발전기금 징수가 종료되는데, 영화 관람료 부가세를 면제해 주고 부가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영화발전기금으로 적립해 재원을 충당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영화관 입장권의 3%가 영화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지원책으로 영화발전기금의 징수를 0.3%로 감면했고, 이에 올해 적립되는 영화발전기금의 액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최정화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재원 확보를 위해 티켓의 10% 부가세를 면제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금으로 적립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최 대표는 “그렇게 되면 입장권 금액에서 부가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 즉 13%를 부담하던 극장은 영화발전기금 10%만 내서 나쁠 것 없고, 영화계 입장에서는 3% 적립되던 것이 10%로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장업 자체에 면세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며 “입장권에 한해서만 부가세를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어느 한쪽도 손해 보지 않고 기금을 적립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정화 대표는 정부의 정책적 대응에 대해 “영화 산업에 특화된 지원책에 대한 고민이 없고, 자체적으로 조성된 지원책의 사용도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비단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정책과 개선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점들이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8월 포럼에서 “(영진위도) 처음 겪는 일이라 감염병 사태에 대한 예측과 준비가 완벽하게 안 돼있던 점을 고백한다”며 “이번에 떠오른 문제들은 코로나 상황에 앞서 진작 살펴보고 정리해야 할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이제 코로나19 시대뿐 아니라,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CGV 황재현 팀장은 “어느 한 쪽의 힘만으로 해결하긴 힘들다”며 “영화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돌파해나가야 한다. 좋은 영화가 계속 투자를 받고, 제작되고 배급될 수 있게 다 같이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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