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 당시 후보자(현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태 의원 옆자리에 지성호 의원이 앉아 있다. /뉴시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 당시 후보자(현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태 의원 옆자리에 지성호 의원이 앉아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19대 국회의 조명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부터 21대 국회의 태영호·지성호 국민의힘 의원까지 역대 탈북민 의원 3명은 보수정당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19대 국회에서 조명철 의원은 집권여당 소속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비교적 결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이 야당으로 밀려난 21대 국회는 상황이 다르다. 174석 거대여당으로 성장한 더불어민주당과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권의 일관적 친북정책이 본격화되며 탈북민 입지 자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태영호·지성호 의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두 의원은 당초 영입 취지대로 탈북민 인권 개선 활동 및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김정은 정권에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탈북민 출신 의원의 불확실한 정보 전파 가능성 및 주체사상에 대한 분노, 북한 정권에 대한 가시돋힌 비판 등이 대북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탈북민 의원을 바라보는 범여권 시각은 어떨까.

◇ 여권과 불편한 관계로 출발

태영호·지성호 의원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5월 김정은 건강이상설 관련,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을 인용한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범여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당시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탈북자 출신 두 의원의 가짜뉴스가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탈북자 신분을 이용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행위는 부적절했다”고 맹비판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같은 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들에게 국가 안보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국회 정보위원회·국방위원회 등 특정 상임위 배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의 불길은 두 의원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그라들었다. 다만 태 의원과 지 의원이 각각 북한 고위 외교관·북한인권운동가 출신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대북 정보력을 의심케 한 사건이었다.

지난 7월 23일 태 의원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다.

태 의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후보자(현 장관)를 향해 “이 후보자가 언제 어디서 사상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며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는 공개선언을 했느냐”고 질의해 ‘사상검증’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사상 및 양심의 자유”라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반민주주의적인 낡은 사상검증에 집착하는 정치가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와 헌법 정신을 지키는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도 같은 날 “사상검증은 과거 대한민국 독재정권이 국민을 억누를 때 사용하던 사악한 칼날”이라며 “독재에서 도망쳐 온 이가 정착한 곳에서 또 다른 독재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누가 봐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 “남북관계 개선·국민 화합 기여해주길”

경솔한 발언 등으로 비판에 직면한 이후 태 의원과 지 의원은 보다 신중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모습이다.

최근 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정책 비판·북한 정세 변화 관련 논평 등을 간헐적으로 공개하며 소통 중이다. 다만 자극적이거나 북한 내 소식통에 기반한 주장을 가급적 줄이고, 주로 대외적으로 발표된 사실에 기반해 정제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 의원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서 탈북민 인권 증진 활동을 주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 대북정책이나 김정은 정권 비판 발언 등은 주로 보도된 언론기사를 인용하면서 논평을 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9월) 말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 뒤 시신까지 훼손된 사건이 단적인 예다.

사건이 터졌을 때 두 의원은 북한 내 소식통에 근거한 추가 의혹 제기 등을 자제하고 각각 페이스북에 현 시점까지 밝혀진 사실에 대한 입장을 내고 정부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당시 태 의원은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정부는 북한에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을 촉구하고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혀 우리 국민의 의구심과 울분을 해소해야 한다. 북한도 앞으로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당당히 공동조사단 구성에 응해야 한다”고 적었다.

지 의원도 같은 날 “정부의 굴종적 저자세 대응에 국민 안보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강력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두 의원에게 보다 신중한 의정활동 및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해줄 것을 주문했다.

여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남북관계는 한 마디 말로 경색될 수 있는 만큼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꼭 두 분 의원 뿐 아니라 모든 의원에게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탈북자를 '먼저 온 통일'이라고도 하지 않나. 너무 날 선 비판보다는 국민 화합과 통합을 이루는 방향으로 대북문제를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범여권 관계자는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이나 출신이 특정 판단 요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견 비전에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 소속 정당 주장이 저희 당의 입장과 배치될 경우 비판할 수 있지만 개별 의원의 출신 성분을 주목하면 차별적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외정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남북 평화와 대화를 지속하고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두 의원이 냉전적 시각보다는 긍정적 남북 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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