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쉽게 타격왕 타이틀을 놓쳤던 페르난데스가 올해도 이상기류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아쉽게 타격왕 타이틀을 놓쳤던 페르난데스가 올해도 이상기류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시작해 내내 어수선했지만, 2020시즌 프로야구도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늘 그렇듯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서 각 팀들의 순위경쟁과 선수들의 타이틀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선수 개인타이틀 부문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부문 중 하나는 ‘타격왕’이다. 타자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는 타율의 최고를 가리는 부문으로, 타자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 용병 타자가 타격왕에 등극한 전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2004년 브룸바(당시 현대 유니콘스)가 0.343의 타율로 첫 외국인 용병 타격왕에 등극했다. 그의 뒤를 이은 것은 무려 11년 뒤인 2015년의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타율 0.381)다. 외국인 용병 타자는 ‘당연히’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기 마련이고, 브룸바와 테임즈 외에도 그동안 정상급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의외다. 

이는 구단들이 주로 ‘거포형’ 외국인 용병 타자들을 선호하고, 성공한 외국인 용병 타자 역시 대부분이 거포형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거포형 타자들은 높은 타율까지 유지하기 쉽지 않다. 물론 브룸바와 테임즈 역시 거포형에 해당한다.

그런데 올 시즌 타율 1위는 줄곧 두산 베어스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차지해왔다. 페르난데스는 5월 한 달간 0.468의 타율을 기록하며 뜨거운 방망이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어 6월 0.301, 7월 0.330, 8월 0.365의 타율로 기세를 이어갔다. 프로야구 역사상 세 번째 외국인 용병 타격왕 탄생을 예고하는 행보였다.

하지만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최근 2경기 연속 침묵했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0.209로 저조하다. 10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9월 타율도 0.288로 페르난데스답지 않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4일 기준 115경기에 출전해 472타수 166안타로 타율 0.352를 기록 중이다. 물론 훌륭한 타율이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경쟁자다.

최근 기세가 매서운 LG 트윈스의 김현수는 페르난데스가 침묵했던 지난 24일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마침내 그의 타율을 앞질렀다. 김현수는 114경기에서 446타수 158안타 타율 0.354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44에 달한다. 이 기간 무안타 경기는 단 1번뿐인 반면, 멀티안타 경기는 6번이나 기록했다.

페르난데스에 밀리긴 했지만, 김현수 역시 올 시즌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해왔다. 5월 타율 0.391로 역시 좋은 출발을 보였고, 6월 0.290로 주춤하긴 했지만 7월 0.352, 8월 0.362의 타율을 기록했다. 더욱 기세가 오른 9월엔 0.403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에도 마지막까지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NC 다이노스의 양의지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 양의지의 타율은 0.354, 페르난데스는 0.344였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도 지난해의 아쉬움을 반복할 수 있다.

페르난데스는 외국인 용병 사상 세 번째 타격왕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남은 30여 경기, 타격왕 경쟁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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