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2020추석특집-보름달 이야기
[2020추석특집-보름달 이야기③] ‘각양각색’ 세계 신화 속 보름달
2020. 10. 01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휘영청 빛나는 보름달을 보면 누구나 신비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보름달은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옛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신화와 전설 등이 만들어졌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거 보름달은 동서양 문화권에서 완전히 상반된 의미로 여겨졌다. 동양에서는 풍요와 행복을, 서양에서는 불길함과 공포의 상징으로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두가지 의미 모두 밤하늘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보름달이 ‘신비한 힘’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첨단 과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가끔 보름달을 보고 있자면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곤 하니, 과거 사람들에겐 보름달이 얼마나 신성하게 느껴졌을지 예상해볼 수 있겠다. 

실제로 옛사람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여겨진 보름달에 관련된 신화, 전설은 무수히 많아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때때로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절절한 사랑이야기로, 혹은 무서운 징벌의 모습 등으로 보름달이 등장했던 옛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 “옥토끼일까 두꺼비일까”… 세계 각국의 달표면 신화

세계 각국의 보름달과 관련된 전설은 아주 많다. 특히 보름달을 바라보면 볼 수 있는 달표면의 그림자 무늬인 ‘달의 바다(달 표면의 어두운 현무암 평지대)’와 관련된 옛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북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일본의 오키나와 등 지역에서는 보름달 무늬를 보고 달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물을 양동이에 긷는 모습이라고 상상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폴리네시아에서는 달나라의 여인이 베를 짜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보름달의 무늬를 보고 두꺼비라고 말하기도 한다. 앙골라 신화에 따르면 세계를 다스리는 왕의 아들이 하늘의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두꺼비를 전령사로 보낸 이야기다. 두꺼비는 하늘 공주를 설득해 결혼 승낙을 받지만, 공주는 그동안 지켜봐온 두꺼비의 지혜와 능력이 마음에 들어 왕자 대신 결혼해 하늘로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름달과 관련된 많은 전설 중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옥토끼 신화일 것이다. / Getty images

수많은 전설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아마 ‘옥토끼 신화’일 듯하다. 보름달에서 옥토끼가 절구에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달에 사는 토끼인 옥토끼는 은토끼라고도 불리며, ‘옥토(玉兎)’ ‘은토(銀兎)’ ‘월묘(月卯)’ ‘선토(仙兎)’라고도 한다

옥토끼가 왜 달에서 살게 됐는지에 대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다. 

12부경의 하나인 본생경(자타카)에 따르면 먼 옛날 산 속 작은 마을에서는 토끼, 여우, 원숭이, 수달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불도를 닦기로 결심하고, 몇 년간 불교 공부에 정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노인 한 명이 이들 앞에 나타나 너무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구걸했다. 이에 원숭이는 나무에서 과일을 따서 노인에게 주었고, 수달은 물고기를 잡아왔다. 여우는 도마뱀과 우유를 마을에서 훔쳐왔다. 토끼는 자신이 즐겨 먹었던 풀을 한 움큼 모아왔다.

하지만 사람이 풀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안 토끼는 노인에게 “제가 드린 풀은 드실 수 없겠지만, 저를 고기삼아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토끼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사실 노인의 정체는 제석천(옥황상제)이었으며, 불도를 공부한 동물들을 시험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다. 토끼의 이타적 희생에 감동한 제석천은 토끼를 달로 보내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준다. 이후 달나라의 옥토끼가 된 토끼는 절구로 불로장생의 묘약을 만들며 지내고 있다는 것이 옥토끼 설화의 주요 내용이다.

보름달 신화 중 사랑과 관련된 신화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중국에서 달의 여신으로 불리는 '상아'와 관련된 신화다./ wiki

◇ 달콤, 때론 씁쓸하게… 사랑과 연관된 보름달 신화

아울러 밤하늘에서 빛나는 달은 동서양 모든 문화권의 설화와 신화에서 ‘사랑’을 상징하곤 한다. 특히 완전한 둥근 모습을 가진 보름달은 ‘완전하고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달이 동양에서는 풍요와 행복을, 서양에서는 불길함과 공포의 상징으로 완전 반대의 의미를 갖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이야기는 중국의 ‘상아’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 10개의 태양 중 9개를 활로 쏴서 떨어뜨린 중국의 신궁(神弓) 후예는 상아라는 미인과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예는 서왕모(중국 신화의 최고 여신)에게 신선이 돼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불사의 약을 얻게됐다. 아내를 남겨두고 승천할 수 없던 후예는 상아에게 이 약을 잘 숨겨놓으라고 전달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된 후예의 제자 봉몽은 후예가 외출한 틈을 타 상아에게 약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봉몽에게서 약을 지킬 수 없을 것을 안 상아는 결국 약을 삼켜버렸고, 하늘로 승천하게 됐다. 

그러나 남편을 그리워한 상아는 완전한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고, 지상에 가장 가까운 달에 떨어져 달의 신이 됐다. 후예는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달이 가장 밝은 보름달이 뜨면 음식과 과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고 행복을 빌었는데, 이것이 중국에서 중추절에 보름달에 절하는 풍습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

보름달과 관련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셀레네의 이야기는 집착과 광기어린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은 이탈리아의 화가 세바스티아노 리치가 그린 '셀레네와 엔디미온'./ wiki

다만 모든 보름달의 사랑이야기가 이처럼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만은 아니다. 섬뜩할 정도의 집착과 광기가 담긴 사랑을 담은 달의 신화도 존재하는데, 그리스 신화의 ‘엔디미온’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가 지상에 내려왔을 때 미소년 양치기 ’엔디미온‘을 만나게 됐다. 셀레네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그의 외모에 반해버렸고,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여자도 엔디미온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만의 소유물이 되기를 원했다.

또한 아름다운 그의 외모가 늙어갈수록 변하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를 것을 안 셀레네는 최고신인 주피터(제우스)에게 가서 엔디미온에게 영원한 생명을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주피터는 엔디미온을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존재로 만들었으나 이는 영원히 잠들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후 셀레네는 라트모스산 속에 영원히 잠들게 된 엔디미온을 숨겨두고 매일 밤 그를 찾아가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그 둘 사이에선 50명의 딸이 태어나게 된다.

셀레네의 엔디미온에 대한 집착은 소름끼치지만 동시에 영원한 사랑을 갈구한다는 면에서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고,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존 키츠는 1818년 4권의 장편서사시 ‘엔디미온’을 발행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세바스티아노 리치나 프랑스의 푸생 등 미술가를 통해 여러 그림과 조각 작품도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