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런천미트 제품들. / 각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런천미트 제품들. /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유독 달력에 빨간날이 많은 달, 길거리에 직사각형 상자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하면 명절이 임박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회사 혹은 지인으로부터 건네 받은 선물세트를 들고 귀가할 때면 코앞으로 다가온 명절 연휴가 절로 떠올라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곤 한다.

캔햄은 명절 선물세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호품이다. 참치, 식용유와 함께 명절 선물 ‘3대장’에 꼽힌다. 캔햄의 대명사 스팸은 명절 기간에만 연간 매출의 60%를 벌어들인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인기다. 일각에서는 외국에서 저급한 식품으로 취급받는 캔햄이 명절 선물로 애용되고 있는 현실에 혀끝을 차기도 하지만, 캔햄은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뉴스의 한 페이지를 채우며 그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캔햄은 주부 등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런천미트’로 불리기도 한다. “마트에서 런천미트 하나만 사와” “찌개에 런천미트 넣었더니 맛있더라” 등 일상적인 대화에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아마 런천미트를 구매하기 위해 인근 슈퍼나 마트에 가본 소비자라면 한 번쯤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바로 ‘△△런천미트’ ‘○○런천미트’ 등 수많은 런천미트와 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다. CJ제일제당(백설), 롯데푸드, 동원에프앤비, 대상, 오뚜기, 아워홈, 한성기업, 사조 등 대부분의 식품사들이 런천미트를 내놓고 있다.

왜 런천미트라는 이름을 여러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런천미트는 고유 명사가 아닌 일반 명사이기 때문이다. ‘스팸’(CJ제일제당) ‘리챔’(동원) ‘로스팜’(롯데푸드)과 달리 런천미트(Luncheon Meat)는 특정 회사 제품을 일컫는 브랜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페이스트에 밀가루와 향신료 등을 첨가해 만든 육류고기 통조림을 이렇게 부른다. 초코파이란 이름의 제품이 오리온 뿐만 아니라 롯데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쉽게 말해 ‘저렴한 캔햄’으로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브랜드 캔햄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스팸이나 리챔과 같은 브랜드 제품들은 런천미트 보다 품질이 좋은 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런천미트에는 돈육과 계육이 섞이고 밀가루가 첨가되지만, 브랜드 캔햄에는 밀가루 함유 없이 돼지고기와 물, 소금 등 만으로 제조 된다”고 말했다. 런천미트와 브랜드 캔햄이 약 두 배 가량 가격 차이가 나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런천미트에도 브랜드를 부여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제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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