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오랜 세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온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전기차에 집중하고, 전기차 전문기업 테슬라의 가파른 성장세가 주목을 받는다. 전기차만 생산되고, 주유소보다 충전소가 더 익숙해질 시대가 이제 멀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의 시대에 화려한 주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목 받진 못해도, 중요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조연도 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막강한 성능, 놀라운 최신기술을 뽐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과 더욱 가까운 곳에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숨은 영웅들을 <시사위크>가 조명한다. [편집자주]

그래픽=이현주 기자
쎄미시스코의 전기차 사업부 스마트 EV가 초소형 전기차 D2에 이어 최근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를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 EV Z를 출시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스마트 EV Z를 만나보고 싶은 소비자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수원 본사 또는 이마트 하남점을 방문하면 된다. 전시장 및 대리점에서는 시승도 진행 중이다. /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그동안 국내 중견·중소기업에서 여러 초소형 전기차가 개발 및 출시됐다. 그러나 초소형 전기차는 현행 자동차관련 법규 상 자동차전용도로 주행이 불가능한 단점 및 한계가 존재했다. 쎄미시스코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경형 전기자동차 스마트EV Z(제타)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며 실용성까지 더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쎄미시스코 “초소형과 경형 차이 커”… 우여곡절 끝에 경형 전기차로 입지 넓혀

EV Z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연구개발·제조 중소기업인 쎄미시스코의 전기차 사업부 스마트EV에서 개발한 경형 전기차다. 다른 전기차 브랜드의 초소형 전기차와 경형 전기차의 차이는 확연하다. 차량의 내·외관 크기도 그렇지만, 고속도로를 비롯한 자동차전용도로 주행 가능 여부에서 차이가 크다.

쎄미시스코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5년 동안의 연구개발을 거쳐 출시한 경형 전기차 EV Z는 서울 내 간선도로 및 올림픽대로를 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주행도 가능하다. 자동차전용도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차량 안전성과 최고속도, 주행가능 거리 등을 갖춘 것이다. 

EV Z는 차체를 프레스 금형 ‘모노코크 바디 프레임’으로 구성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했다. 또한 초소형 전기차에 없는 운전석 에어백을 장착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여기에 최고속도를 110km/h로 확대해 차량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고, 배터리 용량도 1회 충전으로 약 1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마트 하남점 1층에 위치한 스마트 EV M라운지. 왼쪽 붉은 색 차량이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국내 최초 경형 전기차 EV Z이며, 오른쪽 흰색은 D2C 차량으로 초소형 전기차 D2를 기반으로 한 초소형 화물전기차. / 제갈민 기자

쎄미시스코는 2016년 스마트EV를 출범하고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7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와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2017 DIFA)에 참가해 자사 초소형 전기차 ‘D2’와 역삼륜 전기차 ‘R3’를 선보였다. 2018년 2월엔 ‘EV D2’를 내놓았고, 이후에도 여러 전기차엑스포 및 서울국제모터쇼 등에 참가해왔다.

특히 쎄미시스코는 이마트와 판매 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대형유통매장을 통해 전기차를 판매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물론 쎄미시스코가 EV Z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앞서 쎄미시스코는 우정사업본부와 ‘우편물집배 전기차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EV D2를 기반으로 한 초소형 전기화물차 D2C를 개발·생산해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초소형 전기화물차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D2C는 온전히 우정사업본부에 공급할 목적으로 개발 및 생산됐다. D2의 동승석 좌석을 떼어내고 화물칸을 별도로 설치한 1인승 차량이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의 사업 재검토 표명으로 그간의 개발 및 생산이 무용지물이 됐을 뿐 아니라, 공장의 라인까지 재조정해야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쎄미시스코는 포기하지 않고 사회초년생과 서민들이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기차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가 최근 EV Z 출시로 이어진 것이다. 

쎄미시스코의 전기차 사업부 스마트 EV가 최근 출시한 EV Z는 초소형 전기차의 불편함을 해소한 국내 최초의 경형 전기차다. 실내 시트도 탑승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인조가죽으로 제작해 착좌감을 높였다. / 차량 사진=제갈민, 실내=쎄미시스코

◇ 스마트 EV Z, 모닝·스파크보다 경제적… 장거리·고속 주행도 가능해

기자가 이마트 하남점 모빌리티 라운지(M라운지)를 방문해 만난 EV Z는 일반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몇몇 소비자들은 EV Z 내·외부를 둘러보면서 지역별 실구매 가격표를 살피기도 했다.

EV Z의 주요 지역별 출고 예상가격은 △서울 1,630만원 △부산·대구·제주 1,580만원 △인천·광주 1,500만원 △대전 1,380만원 △경기도 31개 지방자치단체 1,480~1,580만원 등이다. 

출고 예상가격으로 표기를 해둔 것은 차량이 지난 9월 17일 출시돼 아직 저공해차 국고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쎄미시스코 측은 EV Z에 적용될 국고보조금을 670만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별 보조금이 더해지면, 서울 기준 1,120만원의 할인이 적용될 전망이다.

지자체 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지역은 충남 당진과 서산시로, 1,000만원을 지원한다. 국고보조금 예상액 670만원을 더하면 총 1,670만원의 할인혜택이 적용돼 실구매 가격은 1,080만원까지 낮아진다.

수도권 및 광역시 기준 1,500만원 전후에 형성된 EV Z 실구매가격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내연기관 경차(기아자동차 모닝, 쉐보레 스파크) 자동변속기 모델의 판매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모닝과 스파크는 버튼시동, 후방카메라·감지센서 등의 사양을 추가해야 하지만, EV Z는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조그 다이얼식 자동변속기와 풋사이드브레이크, 내비게이션·블루투스 연동·라디오 등의 기능이 탑재된 9인치 대화면 터치스크린과 같은 편의사양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안전사양으로 차체자세 제어장치(ESC)와 잠김방지 제동장치(ABS),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TPMS) 등이 탑재됐다.

스마트 EV Z 실내 주요 장치. 중소기업에서 만든 전기차이지만 소재나 마감 등 차량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디지털 클러스터 계기판, 메인스크린, 엔진스타트 버튼, 조그다이얼식 변속기. / 쎄미시스코

또한 디지털 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차키를 매번 챙기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문을 여닫는 것은 물론 차량 주행까지 가능하다. 디지털 키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가족이나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어 편의성을 더했다.

실제로 시승을 해보니 EV Z의 가치를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마트 하남점 일대를 시승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초소형 전기차와 다르다는 것이다. 초소형 전기차가 불편하지는 않았으나 차체가 작아 다소 불안한 느낌이 있던 것에 비해 EV Z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모닝과 같은 일반 경차를 타는 느낌을 받았다.

가속 능력은 내연기관 경차보다 훨씬 빠르다. 전기모터의 이점으로 볼 수 있는데, 통행량이 적은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니 40km/h 정도로 주행하던 차량이 순식간에 80km/h까지 속도를 높였다. 브레이크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탑재해 일반적인 차량의 브레이크페달보다 깊게 밟아야한다.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도 150km 안팎에 달해 서울에서 대부도까지는 무난하게 왕복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수도권을 오가는 출퇴근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차량 배터리 충전은 DC콤보 7핀(급속)을 지원해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 부분은 오토오아시스를 통해 이뤄진다. 오토오아시스는 전국에 520여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등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형성돼 있다.

쎄미시스코 스마트 EV 세종 센터.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저탄소 녹색성장에 앞장 서고 있다. / 쎄미시스코

쎄미시스코 관계자는 “기존의 초소형 전기차인 D2를 주변인에게 권할 수 있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예스’라고 답하기는 힘들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EV Z는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는데다 최대 주행거리와 최고속도도 대폭 늘어났고, 실내 공간도 더 넓고 편리해져 주변인들에게 충분히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쎄미시스코는 지난 17일 EV Z 론칭쇼를 티몬 티비온을 통해 라이브로 진행했으며, 트렁크 공간에 골프백 2개 적재가 가능한 점을 시연하면서 충분한 적재공간을 강조하기도 했다. 

EV Z는 수원 쎄미시스코 본사를 비롯해 이마트 하남점, 제주·세종센터 등 전국 9곳의 대리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