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와 함께 동거동락 해온 노래방이 벼랑 끝에 몰렸다. 학창시절 우정을 다졌던 추억의 공간이자 직장인들에게는 해우소 역할을 해 온 노래방이 코로나19 앞에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선 정부가 친대중적 유흥시설로 오랜 세월 한국인의 여가 생활을 책임져 온 노래방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 문제는 없을까. [편집자주]

노래 반주기, 게임 등 각종 오락 시설을 갖춘 '파티룸'이 정부와 지자체 단속의 손길에서 벗어난 채 특수를 보고 있다.
노래 반주기, 게임 등 각종 오락 시설을 갖춘 '파티룸'이 정부와 지자체 단속의 손길에서 벗어난 채 특수를 보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코로나19 시대 20~30대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해방구로 주목받고 있는 파티룸에 걱정 어린 시선이 보내지고 있다. 노래 반주기와 각종 게임 시설 등을 갖춘 밀폐공간임에도 정부와 지자체 손길이 닿지 않아 집단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예약 만석’ 코로나19 해방구 된 파티룸

이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뤄진 정부 정책에서도 여지없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방역상 고위험시설에 묶여 집함금지 명령이 내려진 노래방 등 유흥시설의 대체제로 떠오른 파티룸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홍익대 주변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H업소의 경우 지난달 예약이 꽉 차다시피 했다. 특히 노래방과 플레이스테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추고 최대 20명까지 이용이 가능한 룸의 경우 단 이틀을 제외하고 모든 날에 ‘all night’(저녁 6시~ 다음날 오전 9시) 예약이 잡혔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던 기간(8월 30일~9월 13일)에도 파티룸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추석 연휴 기간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2개 룸 역시 평일 예약이 어려울 만큼 성시를 이뤘다.

숙박, 레저 등의 예약을 대행해주는 O2O 업체에서도 파티룸은 단연 인기다. ‘초특가’ ‘신축‧리모델링’ 등과 함께 회원 인기 검색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유명 숙박 예약 플랫폼에는 외관상 호텔이지만 노래방과 스파 등 각종 오락시설을 갖춘 공간이 대거 등록돼 있다. 외식, 노래 부르기, 물놀이 등 정부가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다고 지정한 활동이 집결해 있는 셈이다.

​한 숙박 020 업체에 높은 평점과 수천건에 달하는 리뉴와 함께 파티룸 업체들이 대거 등록돼 있다.​
​한 숙박 020 업체에 높은 평점과 수천건에 달하는 리뉴와 함께 파티룸 업체들이 대거 등록돼 있다. / 'Y' 숙박 O2O 화면 캡쳐​

◇ 단속 강화한다더니… 슬그머니 발 뺀 서울시

파티룸이 코로나19로 오갈 데 없는 청춘들의 안식처로 떠오른 데에는 가성비가 한몫을 했다. 평일 낮 대관이 1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조성돼 있다. 또 주말에도 비성수기 시즌에는 25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 파티룸이라고 불리는 시설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감시망에 비켜나 있는 덕분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유흥 종사자들과 정반대의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파티룸은 정부가 지정한 12개 고위험시설에서 빠져있다. 음주, 가무, 취식, 운동 등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만 놓고 보면 고위험시설 지정 사유가 뚜렷하지만 주로 자율업, 숙박업으로 등록돼 있다 보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밀실도와 밀폐도, 비말 전파 가능성과 방역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하고 질본, 관계부처, 생활방역위원회 등의 의견을 종합해 고위험시설을 지정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정비 작업에 맞춰 고위험시설의 기준과 선정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염 확산 방지는 물론, 일반 유흥시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파티룸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선의 목소리가 당장 행정 업무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류 판매, 게임 제공 등의 행위를 하는 숙박업소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최근 서울시의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을 대동하더라도 사적 공간에 들어갈 경우 사생활 침해와 주거 침임 등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는 어려움이 내부에서 제기 됐다”면서 “대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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