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남다른 촉과 직감의 소유자 강동구(이제훈 분)는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다. 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 분)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되고, 제안을 받아들인 강동구는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분),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 분)를 만나 위험천만하고도 짜릿한 도굴의 판을 키운다.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로, 영화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의 조연출을 거치며 내공을 쌓아온 박정배 감독의 입봉작이다.

‘도굴’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케이퍼 무비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묻힌 조선 최고의 보물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와 도굴이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내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을 발휘한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웃음 코드와 캐릭터들의 ‘티카타카’가 웃음을 선사하고, 그동안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땅속 세계를 리얼하게 구현해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굴’로 뭉친 이제훈(왼쪽)과 신혜선(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 왼쪽부터)임원희 조우진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도굴’로 뭉친 이제훈(왼쪽)과 신혜선(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 왼쪽부터)임원희 조우진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황영사 9층 석탑 속 금동불상부터 고구려 고분의 벽화, 강남 한복판 선릉에 묻혀있는 조선 최고의 보물까지, 픽션이지만 실재할 것 같은 유물들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한 캐릭터들의 각양각색의 도굴 작업도 재미를 배가한다.

하지만 색다른 소재를 새롭지 않게 풀어낸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뻔한 전개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고, 결말도 진부하다. 영화 초반 흥미롭게 달려가던 이야기가 중반부터 늘어지는 탓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캐릭터 역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케이퍼 무비에서 봐왔던 인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몇몇 인물들을 제외하곤 별다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환상의 팀플레이를 보여준 ‘도굴’ 주역들.  /CJ엔터테인먼트
환상의 팀플레이를 보여준 ‘도굴’ 주역들. /CJ엔터테인먼트

아쉬움을 채우는 건 배우들 몫이다. 먼저 이제훈은 생각보다 더 많은 분량을 소화해냈는데,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특히 그동안 주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조우진과 임원희의 활약도 돋보인다. 다수의 작품에서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조우진은 전작들의 이미지를 지우고, 자유와 낭만이 가득한 존스 박사로 완전히 분해 코믹한 매력을 발산한다. 전설의 삽다리 역을 맡은 임원희 역시 첫 등장부터 웃음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뽐낸다. 다만 적은 비중은 아쉽다.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을 연기한 신혜선은 특유의 지적 매력은 물론,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 눈길을 끌고, 주진모‧박세완‧이성욱도 제 몫을 해내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러닝타임 114분, 11월 4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