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코로나19 위기를 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코로나19 위기를 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위기에 직면했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작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내며 내년을 기약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제 마지막 날인 30일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당초 10월 7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기로 했던 기존 개최 기간을 2주 늦춰 지난 21일 개막했다. 관객이 몰릴 수 있는 야외 행사는 모두 취소하고, 영화 상영에만 집중해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온라인 상영 없이, 극장 상영으로만 개막한 국내의 첫 국제영화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날 이용관 이사장은 “개최를 하느냐 못하느냐 혼란을 겪을 때 묵묵히 스트레스를 극복해 주고 자원봉사자 없이도 성공적으로 영화제를 치러준 스태프들과 방역과 안전을 위해 노력해준 모든 분들과 방역자문단에게 감사하다”고 영화제를 위해 힘쓴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감사할 분은 모든 여건을 수용해 준 부산 시민들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 관객들”이라며 “올해 영화제는 한마디로 관객의 영화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만큼 스스로 안전을 도모해 준 세계적 수준의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내년엔 더욱더 만반의 준비를 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 상영이 이뤄진 영화의전당 중극장 모습. /이영실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 상영이 이뤄진 영화의전당 중극장 모습. /이영실 기자

이용관 이사장의 말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철저한 방역과 안전한 운영으로 행사를 무사히 치러낼 수 있었다. 우선 영화제 측은 관객과 시민들의 안전한 출입통제를 위해 오픈형 건물인 영화의전당 건물 외관을 모두 통제하고 8개의 게이트만 운영했다. 각 게이트에서는 철저한 발열체크, 손 소독, 전자출입명부(QR) 등을 진행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관객들의 동선을 체크하기 위한 CCTV도 운영했다. 티켓 예매 및 입장은 모바일 티켓으로만 이뤄졌고, 상영관 내에서는 유효 좌석수의 25%만 운영하는 등 상영관 안팎에서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였다. 절대적인 관객 수가 줄어들어 예년에 비해 분위기는 조용했지만, 까다로운 방역 절차를 따라준 관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안전한 운영으로 큰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 했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방역을 했다”며 “많은 분들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말도 했는데 과하지 않으면 안전한 영화제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안전한 영화제를 치렀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총 1만8,321명이다. 매년 18만여 명의 관객이 부산을 찾았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그러나 객석의 25% 유효 좌석만을 판매해 전 회, 전 좌석 온라인 예매로 진행됐던 영화제는 개막 전날까지 94%라는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고, 최종 좌석점유율 역시 약 92%를 보였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이정도 좌석점유율은 없었다”면서 “관객들이 얼마나 영화에 목말라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영화제였다”고 말했다.

화제작 역시 쏟아졌다. 영화 ‘스파이의 아내’ ‘트루 마더스’ ‘폴링’ ‘퍼스트 카우’ 등 다양한 화제작이 주목받았다. 야외극장에서 선보인 작품들 ‘소울’ ‘썸머 85’ ‘화양연화’ ‘아사다 가족’ 등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편 중 9편이 매진돼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의 ‘미나리’ 등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 또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영화 ‘은밀한’ GV 현장.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은밀한’ GV 현장.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형식의 GV(Guest visit) 행사를 꼽았다. 코로나19로 해외 게스트의 참석이 전무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히려 다양한 방식의 GV 마련으로 작품에 대한 풍성한 대화의 장을 펼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GV의 총 진행 횟수는 135회이며, 온라인 GV가 90회, 게스트가 직접 부산에 참석한 오프라인 GV는 45회다. 

한국영화 GV의 경우, 100% 국내 게스트 참석으로 적극적인 참여도를 보였고, 부산에 참석하지 못한 해외 게스트와는 온라인으로 현지와 연결하여 관객들은 감독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또 상영관에서는 배우가,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감독과는 실시간 온라인으로 연결한 하이브리드 형식의 GV도 특별했다.

특히 베트남, 태국 등 해외 현지와 부산에서 작품을 동시에 상영하고 양국 관객이 실시간 온라인으로 동시 GV에 참석한 것은 언택트 시대에 국가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형의 GV로 평가받는다. 또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 GV는 유튜브 생중계로 송출되어 현장에 직접 참석 못 한 관객들에게도 출연진과의 만남의 기회를 선사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용관 이사장은 “사실 모든 게 아쉽다”면서 “(감독과 취재진 간의) 개별 인터뷰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예산도 그렇고, 시간상 문제도 있었다. 온라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영화의전당 내 상영관에서만 상영한 것에 대해서도 “1단계 거리두기에 맞게 충분히 대비했다면 더 많은 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의 경험을 통해 더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다. 이용관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인 전환을 했지만 학습효과가 대단했다”며 “오프라인 장점과 온라인의 장점을 잘 결합하면, 올해보다 몇 배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역설적이게도 더 개선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는 점이 올해의 성과”라고 말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021년 10월 6일부터 10월 15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비한 올해의 경험들을 잘 활용하고 발전시켜서 내년 영화제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를 하면서 초청된 감독님들이 극장에서 관객들과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기도 하고 감격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이번 영화제가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영화제를 준비한 사람들 입장에서도 굉장한 응원이 되고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힘을 얻었다”며 “영화제라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꼭 해야 하는 행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내년엔 직접 만나고 싶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상영을 끝으로 폐막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