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9일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영·호남의 작은 학교 4곳이 참여하는 ‘전국설명회 합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미정 기자<br>
지난 29일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영·호남의 작은 학교 4곳이 참여하는 ‘전국설명회 합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뒤, 도시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수도권 지역은 수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어 감염병 확산의 위험도 높았다. 이에 코로나19 사태 후, 사람이 붐비는 도시 지역을 떠나 한적한 산촌이나 어촌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비대면 환경이 구축된 자연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힐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농ㆍ산ㆍ어촌의 지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시골 작은 학교도 때 아닌 재조명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완전한 비대면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시골 작은 학교에서는 정상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상당하다. 이에 요즘 시골 초·중·고등학교에 도시 학생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호남 지역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 살리기’를 통해 농산어촌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 실험이다. 이를 위해 영·호남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민간 연구소, 작은 학교들이 힘을 합쳤다. 

◇ 서하초의 성공 사례 나비효과… 영호남 작은 학교들이 뭉쳤다  

지난해 12월 경남 함양군 서하면 서하초등학교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전교생이 10명으로 감소해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학교에 학생들의 입학 문의가 잇따른 것이다. 학부모에게는 주택과 일자리를, 학생에게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해외어학연수, 장학금 수여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이 주효했다. 

이는 물론 학교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었다. 학교와 학생모심 위원회, 마을 공동체, 경남도, 함양군, LH공사, 지역 기업이 뭉치면서 가능했다. 이 같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로 10명 정도였던 전교 학생은 3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전입 가구의 증가로 함양군 서하면 인구도 늘어났다. 젊은 학부모 인구의 유입으로 마을에는 새로운 활력이 생겨났다. 올해 말 LH공사에서 조성하는 임대 주택이 완공이 되면, 전학가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서하초의 폐교 위기 극복 사례는 여러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농촌유토피아사업을 활성화하는 기반이 됐을 뿐 아니라, 작은 시골 학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농촌유토피아 사업은 고령화, 인구감소, 지역 쇠퇴 등 농촌 당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주거, 생활기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공급하는 농촌 맞춤형 지역 재생사업이다. 

나아가 최근 영호남 지역에서는 폐교 위기 처한 작은 학교들이 힘을 합쳐 지역을 활성화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영·호남의 작은 학교 4곳이 ‘전국설명회 합동기자회견’에서 각 학교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부당초등학교, 가북초등학교, 신원초등학교, 사매초등학교 순. /이미정 기자 

지난 29일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영·호남의 작은 학교 4곳이 참여하는 ‘전국설명회 합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농촌유토피아연구소가 주관하고 가북플러스위원회, 부당일당백위원회, 사매유토피아위원회, 신원신바람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해 개최됐다.

이번 전국설명회는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고 농촌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남 거창군 가북·신원초등학교를 비롯해 전북 남원시 사매초등학교, 무주군 부당초등학교 등 영호남 4개 초등학교가 참여했다.

행사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정영일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대표, 변창흠 LH공사 사장,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신귀자 서하초 교장의 학교 살리기 성공사례 발표 △부당초·가북초·신원초·사매초의 학교설명회 순으로 이어졌다. 사회는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이 진행했다. 

특히 이날 각 학교들은 맞춤형 교육 과정과 자연, 예술,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학교생활 환경을 소개했다. 학생을 위한 장학금 혜택과 무상 방과 후 프로그램, 지원 대책 등도 설명했다. 또 전입 가정을 위한 주택 지원과 일자리 알선 등에 대한 정보도 전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안전하게 등교하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소개했다. 가북초등학교와 신원초는 학생들이 직접 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 영호남 교육문화공동체 구축… 지역 통합·농촌 활성화 대안되나  

특히 가북초등학교 학생들의 발표가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해당 학교의 4학년생인 김준한·신재윤 군과 6학년생인 윤동현 군이 발표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 학교는 자연, 예술, 건강이 어우러진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코로나 상황에서도 모두들 안전하게 등교해 공부할 수 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선생님이 맞춤형 교육을 해주고 수학여행은 해외로 떠날 수 있다”며 또랑또랑 목소리로 자신의 학교를 자랑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은 학생들의 발표에 큰 박수를 보냈다. 

서하초를 포함해 이들 5개 학교들은 모두 한 시간 거리에 인접해 있는 학교다. 이들 학교는 앞으로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교환하기로 했다. 또 학생 교환 방문도 추진하면서, 일종의 학교연합 구조를 만들어 상생의 길을 모색키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주거, 일자리, 문화, 경제, 귀농귀촌 등 제 분야에서 서로 협력구조를 구축해 농촌유토피아를 함께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은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나아가, 농촌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행사를 주최한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측은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며 “이런 식의 교육중심 영호남 집락연합시스템은 농산어촌의 새로운 상생 유토피아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홀로는 못사는 시대이다. 학교도 마을도 각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느슨하게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단순히 학교 살리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 소장은 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나아가, 농촌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장 소장은 작은 학교들의 연합체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1단계 사업으로 5개 학교가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2단계로 인근 지역의 네 개 학교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시골 지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장 소장은 “코로나 사태로 도시에서 시골로 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시골 작은 학교에도 기회가 오고 있다. 작은 학교가 (농촌 활성화에) 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민·관·학교들의 협력 뿐 아니라 중앙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은 균형발전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라며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농촌과 구도심 활성화, 지역통합, 인구감소 대책으로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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