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 산업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중 수소경제의 종합세트라고 볼 수 있는 '수소도시'는 앞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소산업의 중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외 의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이유를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 생활화’라고 꼽고 있다. 우수한 의료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미국, 유럽 국가들과 달리 마스크에 거부감이 없어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초기에 착용해 코로나19 확산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로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배경이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때문이었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인 듯 싶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의 경우 평소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오염이 심각한 경우가 잦아 코로나19 이전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국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도시의 미세먼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이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오염 농도 1위를 차지해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심지어 OECD 회원국 내 도시 중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100대 도시 중 61곳이 우리나라의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발 미세먼지, 황사 등의 외부적 요인도 존재하겠지만, 인구밀집지역인 대도시에서 다수 운행되는 자동차, 대중교통에서의 생활 대기오염도 큰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도시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도록 ‘친환경 도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환경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방법이 바로 ‘수소도시’의 조성이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이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오염 농도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OECD 회원국 내 도시 중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100대 도시 중 61곳이 우리나라의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친환경 도시인 수소도시 조성을 서둘러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뉴시스

◇ 수소도시 조성하려면 ‘수소생태계’ 갖춰야… “ICT기술과의 융합도 필요”

‘수소도시’는 간단히 말해 도시 내의 주 에너지원을 수소로 활용하는 도시다. 현재 대부분의 도시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사회 구조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수소에너지 기반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수소도시 건설의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수소버스·수소택시의 도입,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충 등도 장기적으론 수소도시 조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수소분야 전문가들은 단순히 도심 내 대중교통을 수소버스, 수소택시 등으로 바꿔 운영되는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수소생태계’를 구축돼야 비로소 진정한 수소도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도심 내 혹은 도시 근교 지역에서 수소의 생산·저장·이송·활용에 필요한 ‘공급 인프라’가 구축돼 도시의 주 에너지원이 수소가 돼야한다.

또한 기존 에너지와 태양광·풍력 등의 타 재생에너지와의 융합이 이뤄진 ‘에너지 융합도시’를 거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정보통신(ICT)기술이 적용된 ‘데이터 기반 자율 에너지 공급 도시’로의 최종 진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소도시 조성에 대한 추진 방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소 시범도시 추진전략’에 잘 나와 있다. 미래 수소도시 조성은 △생산 △저장·이송 △활용 분야의 3가지 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먼저 수소도시에서 사용되는 수소는 도심 내 설치된 수소생산시설에서 만들어지는데, 생활쓰레기나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여기서 수소 수소개질기를 활용해 친환경 ‘그린수소’를 추출해낸다. 이와 더불어 도심 내부 혹은 인근에 설치된 태양광·풍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수소생산도 함께 이뤄진다.

이렇게 생산된 친환경 그린수소들은 도시에 설치된 수소배관망을 통해 도심 건물 및 주택 등에 공급된다.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공급받은 수소를 활용해 연료전지를 가동해 필요한 전력과 열을 생산해 난방 등 생활에 이용할 수 있다. 액화 및 고체 저장기술을 통해 도시 내, 혹은 도시간에서 대용량으로 수소를 저장·이송하는 것도 가능해져 수소 운반 가격 경쟁력확보가 가능하다.

도심 내 수소 생산부터 공급·활용에 대한 전주기 에너지 관리는 스마트 시티에서 적용된 대표적 기술은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 ‘BEMS’가 적용된다. BEMS는 건물의 실내·외 환경과 에너지 사용현황을 측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에너지 절약 및 탄소배출량 관리에 우수한 효과가 있는데, 안전이 필수인 수소에너지 활용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받는다.

각각의 건물 외에 도시 전역에서 사용되는 수소는 BEMS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메가스테이션(Mega Station)에 의해 제어된다. 수소도시의 메가스테이션은 대량의 수소를 도시 전역에 수소를 대용량으로 저장하고, 저장된 수소를 각각의 빌딩, 충전소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생산·저장·이송·활용 상태를 모니터링도 가능해 도시 전체의 수소경제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소도시’는 간단히 말해 도시 내의 주 에너지원을 수소로 활용하는 도시다. 수소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선 수소의 생산·저장·이송·활용에 필요한 ‘공급 인프라’를 도심 내 혹은 도시 근교 지역에 마련해 '수소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 친환경 도시의 ‘끝판왕’ 수소도시… 일본·유럽 등 선진국 추진경쟁

이처럼 복잡하고 높은 기술수준이 요구되는 수소도시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환경적 측면’이라 볼 수 있다.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수소를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만큼, 수소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소도시가 조성되면 일반 자가용 및 대중교통에서 수소자동차들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를 도시 내에서 직접 생산할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 등의 인프라가 시민들이 거주하거나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주요 건물 등에 위치해 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소자동차 운행 시 산소(O₂)가 발생해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대기오염물질 방출을 크게 감소시킬뿐만 아니라, 산소를 공급해 공기를 정화하기까지 하니, 친환경 도시의 ‘끝판왕’이라는 별명은 수소도시에 딱 맞는 별명인 듯하다.

아울러 공항 등의 넓은 부지를 가진 주요시설들은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융합해 비상전력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평소엔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통해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잉여전력은 수소를 생산해 저장한다. 이후 바람이 불지않거나 해가 뜨지 않을 경우, 저장한 수를 연료전지로 발전해 시설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친환경 도시로서 수소도시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 호주, 유럽 등 세계적인 글로벌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은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4차 에너지 기본 프로그램으로 ‘JHFC 프로젝트’와 ‘수소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포함해 수소도시를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수소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인 ‘기타큐슈 수소타운’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도시 내 수소 공급망을 통한 수소도시 실증 사례로 꼽힌다. 다만 기술 부족 등에 따른 경제성 문제로 인해 수소생태계 실현의 한계점이 있어 대도시 규모 확장에는 실패했다.

덴마크는 지난 2008년부터 롤란드 섬에 위치한 베스텐스코프 마을의 각 가정마다 연료전지모듈을 설치해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생산된 수소로 발전을 하도록 하고 있다. 수소는 파이프를 통해 마치 LNG등 도시가스처럼 가정마다 공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08년 덴마크 최고의 환경프로젝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영국도 현재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카운티에 위치한 리즈 시를 오는 2030년까지 기존 천연가스 배관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수소도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즈시티 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수소도시 프로젝트를 시행 중인 대표적인 국가다. ‘기타큐슈 수소타운’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도시 내 수소 공급망을 통한 수소도시 실증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기타큐슈 수소타운 프로젝트 모식도./ 한화공식블로그

◇ 우리나라도 수소시범도시사업 추진… “법률제정·제약요인 대비 필요해”

우리나라 정부 역시,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사회로의 진입을 선언한 후, 수소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부터 단순 수소 교통 설비 구축을 넘어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수소도시 구축을 위한 ‘수소시범도시 사업’을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산 △울산광역시 △전북(완주·전주) 등 3곳을 선정했다. 수소 R&D 특화도시로는 강원도의 삼척시가 선정됐다. 

국토교통부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수소시범도시로 선정된 안산·울산·전북 3곳은 주거와 교통 분야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지역특화 산업 및 혁신기술육성 등을 접목한 특색 있는 도시로 조성될 계획이다. 수소 R&D특화도시로 선정된 삼척은 국산화 기반의 수소타운 기반시설 기술개발을 위한 실증지로서 육성된다.

다만 수소분야 전문가들은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할 때 몇가지 제약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 생산, 저장・이송, 활용 관련 기술 중 상당 부분이 상용화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중규모 도시 이상에 수소 공급이 가능한 지역은 부생수소 생산지인 울산, 여수와 전국 142개소에 불과한 도시가스 지역거점으로 제한되는 것도 수소도시 추진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수소가격이 절감되기 전인 현시점에서 수소도시 조성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선 수소가격 절감도 절실한 상황이다. 

수소에너지에 대해 안전성을 우려하는 국민들도 대다수이기 때문에 전면 적용시 주민 반발이 발생할 문제도 있다. 실제로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부지로 선정된 다산 신도시, 경남 양산, 함양 등의 지역 주민들 반대가 극심해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수소도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수소도시 조성 및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수소도시 법률’ 제정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국토계획법, 학교보건법, 건축법, 도로법, 주택법 등 수소도시와 관련된 개별 법령이 다양한데, 이들을 일괄적으로 개정하고 수소도시 조성 및 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정찬 국토연구원 부연구의원은 5일 개최된 ‘경기국제수소포럼2020’에서 “수소도시는 에너지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도시차원의 에너지 모델”이라며 “몇년 사업을 추진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20~30년을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틀안에서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에서 수소도시 조성사업 계획을 세우지만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곳은 지자체”라며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의 효율적인 협력체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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