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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에듀케이션]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 관계란
2020. 11. 1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에듀케이션’(감독 김덕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씨네소파
영화 ‘에듀케이션’(감독 김덕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씨네소파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타인과 엮이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고, 모른 척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모순적인 감정과 상황들이 우리의 삶을 채운다. 그 불편함을 세밀하게 담아낸 영화 ‘에듀케이션’(감독 김덕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에듀케이션’은 스페인 유학을 꿈꾸며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희(문혜인 분)와 중증 장애인 엄마를 둔 10대 현목(김준형 분)이 함께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서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단편 ‘헌트’로 데뷔한 김덕중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인 ‘에듀케이션’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에듀케이션’은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이 돋보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낯설지만 평범한 이들의 삶을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보통의 우리와 똑 닮은 캐릭터들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여운을 안겼다.

‘에듀케이션’은 극 중 성희와 같이 20대 후반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던 연출자 김덕중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시작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생계를 위한 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용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완전히 일로 끊어낼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용자와 정서적 유대가 생길수록 그의 가족과 주변, 경제 상황 등 너무 많은 것들이 그의 삶에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고. 김 감독은 “서비스일 수 있고, 감정 노동일 수 있는데 경계선을 어디까지 해야 서로에게 좋을지 고민했었고, 그때도 지금도 답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 불편한 감정이 현시대의 ‘관계 맺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기에 대한 문제를 극화해서 같이 알아가 보자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희와 현목은 스스로가 가장 우선인 인물들이다. 성희는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며 장애인 활동 보조라는 의미 있는 일을 하지만, 성희에겐 그저 스페인으로 가기 위한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현목은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업에도 충실하지 못하지만, 엄마가 다쳐도 ‘돈’ 걱정에 119 신고조차 꺼린다.

‘에듀케이션’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문혜인(위)와 김준형 스틸컷. /씨네소파
‘에듀케이션’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문혜인(위)와 김준형 스틸컷. /씨네소파

하지만 그런 성희와 현목을 ‘악’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각박하고 불친절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에게 무책임할 수밖에 없는 성희와 현목의 냉담한 얼굴 뒤에는 연약하고 두려운 마음이 숨겨져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버텨내야 하는 두 사람이 만나 대립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따라간다. 타인의 관심이 싫은 성희와 관심이 필요한 원목이 삐뚤빼뚤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김덕중 감독은 성희를 향한 현목의 감정에 대해 “현목은 누구든 자신의 집을 방문하길 기다렸을 거다”며 “그런데 성희가 왔고 미성년인 현목은 이성과 연인이 아닌 성숙한 친밀관계를 생각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멘토’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기보다 연인이 돼야 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철없이 했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이야기지만, 성희 이후에 다른 활동 보조로 더 어른이 왔다면 지금처럼 이성적으로 비틀어진 관계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또 ‘에듀케이션’은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목의 엄마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더하고, ‘야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특히 활동 보조 성희의 또 다른 이용자 은진(신선해 분)은 극의 긴장감을 조율하며 새로운 활력을 더한다.

김덕중 감독은 이에 대해 “현목 엄마가 셋(성희‧현목‧현목 모친)의 관계를 존재하게 하는 캐릭터지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아쉬웠다”면서 “또 대표성을 띄는 장애인 캐릭터로 존재하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들 야학에서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특별하고 그렇게 악의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고, 내러티브엔 큰 역할을 하지 않지만 모습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섬세한 연출뿐 아니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이목을 끈다. 극 중 성희를 연기한 문혜인은 단편 ‘나가요:ながよ’ ‘혜영’ 등을 시작으로 장편 ‘너와 극장에서’ ‘영화로운 나날’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현목으로 분한 김준형은 단편 ‘친구’를 통해 첫 필모그래피를 쌓은 뒤 ‘에듀케이션’을 통해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모순적인 감정과 상황들로 채워진 우리의 삶을 세밀하게 담아낸  ‘에듀케이션’ 스틸컷. /씨네소파
모순적인 감정과 상황들로 채워진 우리의 삶을 세밀하게 담아낸 ‘에듀케이션’ 스틸컷. /씨네소파

이날 문혜인은 “시나리오를 통해 성희를 처음 접했을 때 되게 못났다고 생각했다”며 “모나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인물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관객들을) 설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성희가 유일하게 진심을 담아서 하는 말이 있는데, ‘스페인에 왜 가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숨 좀 쉬고 살라고요’라고 하는 대사다. 그 말이 깊게 와닿았다”며 “그만큼 각박한 현실 안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사람들에게 곁을 두지 않으려는 배경에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깊은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들을 놓치지 않고 풍부하게 경험하려고 했었고, 대사나 설정에서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김덕중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성희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김준형은 현재 입시를 앞둔 수험생으로 현목과 마찬가지로 미성년자다. 김덕중 감독은 “진짜 미성년이 해야 균형추가 맞춰질 것 같았다”면서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실제 고등학생 김준형을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김준형은 현목에 대해 “장애인 어머니를 돕고 있는 10대 가장이라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답은 내가 이 캐릭터를 입으려고 하지 않고 그 캐릭터에게 내 옷을 입히자는 거였다. 나였으면 이 캐릭터가 어떻게 반응했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문혜인과 김준형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작품에서 배우상을 휩쓴 건 이례적인 결과로 이목을 끈다. 또 역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거인’ 최우식, ‘꿈의 제인’ 구교환, ‘메기’ 이주영 등이 현재 충무로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문혜인과 김준형의 앞날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문혜인은 “2년 전에 촬영한 작품인데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며 “그런 작품이 개봉하면서 매듭을 지을 수 있게 돼서 큰 의미가 있고,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를 찍으며 보이는 것뿐 아니라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결과도 아름답게 완성될 수 있게 작업해야 한다는 것을 깊게 각인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준형은 “올해 입시 준비를 하면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많이 생각을 했다”면서 “관객들이 내 연기를 인상 깊게 봐줬으면 좋겠다.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하겠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덕중 감독은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 하나 악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설프고 어정쩡하고 못난 모습일 수 있지만 내겐 다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앞서나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물들을 함께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러닝타임 98분, 오는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