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라스트 댄스. 1990년대 황금기를 구가한 미국 NBA 시카고 불스가 역사적인 마침표를 찍었던 1997-98시즌을 일컫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당시 시카고 불스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다시 한 번 3연패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농구 역사상 최고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을 비롯해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 등이 활약하고 필 잭슨 감독이 이끌던 시기다. 무엇보다 이 시즌은 이미 작별이 예정된 상태로 시작됐고, 마지막 우승을 완성시킨 뒤 이들은 헤어졌다. 이 이야기는 최근 ‘라스트 댄스’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 시즌 어김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은 두산 베어스에겐 바로 이 ‘라스트 댄스’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 붙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이었다.

FA자격을 취득한 된 두산 베어스 선수는 김재호, 오재일, 허경민, 정수빈, 최주환, 유희관, 이용찬, 장원준, 권혁 등 9명이다. 이 중 권혁은 은퇴를 선언했고, 장원준은 권리 행사 가능성이 낮다. 이 둘을 제외해도 무려 7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FA자격을 얻게 되며, 모두 두산 베어스의 황금기를 함께 해 온 핵심선수들이다.

두산 베어스가 이들을 모두 잡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기업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사정도 어렵다. 이들을 노리는 다른 구단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로선 어떤 선수가 남고, 어떤 선수가 떠날지 예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정말로 두산 베어스의 ‘라스트 댄스’로 남게 될까. 이 또한 아직 알 수 없다.

두산 베어스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고,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황금기, 왕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시기 두산 베어스는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같은 굵직한 선수들과 주전급 선수들을 FA로 떠나보냈고, 2차 드래프트에 의한 준수한 선수 유출도 이어졌다. 하지만 큰 흔들림은 없었다.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가 그들의 공백을 매끄럽게 메웠다.

더 넓은 기간을 살펴보면 두산 베어스의 저력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21시즌 동안 두산 베어스는 무려 16번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이 중 12번한국시리즈에 진출해 4번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간에도 두산 베어스는 대체로 외부영입에 기대지 않고 탄탄한 전력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과거 행보를 짚어보면 두산 베어스의 춤이 끝났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누가 떠날진 알 수 없으나, 앞서도 그랬듯 얼마든지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게 두산 베어스다.

물론 우려의 시선을 완전히 거두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전력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다, 최근 젊은 선수들의 성장 및 활약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FA등급제’의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FA등급제는 FA권리를 취득한 선수를 일정 기준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누고, 타 구단 영입에 따른 보상체계에 차이를 두는 제도다. 선수의 등급을 산정하는 기준은 최근 3년간 평균 연봉 및 옵션 금액이며, 팀 내 및 리그 전체 순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여기에 FA권리 재취득 여부와 나이 등의 조건도 적용된다.

다반 이번엔 첫 시행인 점을 감안해 팀 내 순위는 적용하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 선수 6명이 A등급을 부여받은 배경이다. 만약 원래 제도대로 적용됐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A등급이 부여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두산 베어스는 천만다행으로 FA선수 유출에 따른 보상을 최대한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는 FA선수를 최대한 지키거나 준수한 보상선수를 데려오는 등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20년이 두산 베어스의 라스트 댄스로 기록될지, 내년에도 춤사위가 멈추지 않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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