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실존하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물론, 그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박한 기획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거침없는 웃음을 예고한다. 톱스타 차인표가 동명의 주인공으로 분해 기대를 더한다. 차인표의, 차인표에 의한, 차인표를 위한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다.

영화 ‘차인표’ 제작보고회가 28일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가운데, 연출자 김동규 감독과 배우 차인표‧조달환 등이 각각의 장소에서 화상 시스템을 통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차인표 분)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극한직업’에 이어 ‘해치지않아’까지 참신하고 유쾌한 기획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어바웃필름의 신작이다. 신예 김동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조 로맨스 장인’ 차인표가 본인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차인표 역을 맡아 이목을 끈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혜성처럼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차인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는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왕초’ ‘하얀거탑’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넷플릭스의 포문을 여는 영화 ‘차인표’를 통해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연기 변신을 예고,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준 유쾌하고 친근하면서도 열정적인 이미지를 극 중 캐릭터에 투영하는 것은 물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신박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이끌 예정이다.

이날 김동규 감독은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미지의 대표적인 직업군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본인이 직접 이미지를 만들든, 타의적으로 이미지가 구축되든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서 벗어날 수 없어 발버둥 치면서 굴레를 탈피하고 싶은 심정의 영화를 구상하면 재밌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영화 ‘차인표’의 시작을 알렸다.

차인표 없이는 불가능한 기획이었다. 김동규 감독은 “필연적이었다”며 “차인표로 시작해 차인표로 끝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제목도 ‘차인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구의 인물을 두고 영화를 시작하는 것보다, 실제 인물이 그 이미지 그대로 나온다면 주제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각자 생각하는 차인표의 이미지 그대로 영화를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차인표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5년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당시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기획에 부담감을 느껴 거절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구애에 결국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고, 영화 ‘차인표’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차인표는 “5년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김동규 감독이나 제작사에 대해 잘 몰랐을 때라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며 “내 팬인지, 안티팬인지 모르겠더라. 또 신박한 제안이었지만, 영화 속 차인표와 실제 내가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해 고민을 하다 거절을 했다”고 출연을 망설인 이유를 전했다.

그러더니 “5년이 흐르는 동안 내 현실이 영화처럼 돼버렸다”며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극심한 정체기가 오더라. 영화의 저주를 영화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제작사 어바웃필름이 ‘극한직업’으로 초대박을 터트렸더라.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고 함께 하게 됐다”면서 재치 있는 답변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대로 김동규 감독은 차인표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참신한 발상의 기획에 오랜 시간 몰두했다. 차인표는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한 김동규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인표는 “처음 제안을 거절했을 때 김동규 감독이 메일을 보냈었다”며 “최근 다시 보게 됐는데,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오겠다. 꼭 기다려달라’고 정성스럽게 보냈더라. 거절을 당해 좌절하고 기분도 좋지 않았을 텐데… 시간이 지나 다시 찍자고 해줘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차인표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실제 이미지와 작품에 등장하는 코믹한 이미지를 절묘하게 혼합해 오직 ‘차인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코미디를 완성할 예정이다. 젠틀함, 강인함으로 대표되는 그의 완벽한 이미지가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새로운 그의 얼굴과 마주하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변신에 웃음이 터져 나올 전망이다.

이미지 변신과 자신을 희화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차인표는 “새로 작품이 들어오면 항상 왜 나를 캐스팅하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차인표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그때는 나의 이미지는 대중들이 부여한 것인데 그걸 깨려면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면 되지 왜 굳이 그 이미지를 깨뜨리면서까지 나를 캐스팅할까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내 스스로 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면서 “극 중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히는데, 나 역시 스스로 현실 속 내 이미지에 포박당한 느낌이 있었다. 이왕 깨뜨릴 거라면 ‘차인표’만한 영화가 없겠다 싶었다”며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특히 변화하지 않고 안주했던 과거를 반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변화하지 않고 안주했던 모든 시간들이 슬럼프였다”며 “인기가 있든 없든 흥행작을 했든 안 했든, 나 자신에게 안주하고 편안하게 있었을 때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을 때가 가장 힘든 시기이지 않나 싶다.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에 출연했고,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일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동규 감독은 차인표의 열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차인표는 그냥 웃긴 게 아니고 진짜 엄청나게 웃긴 사람”이라며 “그 사실을 알리는데 우리 작품이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웃음은 내 자신을 희화화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비웠을 때 다른 사람과의 호흡을 통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상대방이 나의 존재를 위한 전제라는 걸 느낄 때 호흡이 맞게 되고 웃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남다른 철학을 공개,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조달환도 함께 한다. 극 중 차인표의 ‘짠내’나는 매니저 김아람으로 분한다. 김아람은 수십 년을 함께 해온 차인표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스타의 고난과 역경을 고스란히 함께 하는 매니저의 다양한 감정과 고충을 위트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조달환은 실제 차인표의 매니저를 만나 여러 조언을 얻었고, 이를 오롯이 극에 녹여내 완벽한 매니저로 변신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10년 넘게 차인표 선배 옆을 지킨 이사님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동규 감독은 “가랑비에 옷 젖듯 녹아드는 일상 연기에 있어 마성의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차인표 역시 “항상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며 “처음 만났을 때도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따뜻함이 있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까지 다 했던 기억이 난다”며 조달환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 훈훈함을 자아냈다.

‘차인표’에는 차인표와 조달환 외에도 배우 박영규와 신신애, 조상구 등 반가운 카메오들이 대거 출연, 극을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특히 차인표의 아내이자 배우 신애라가 목소리 출연으로 힘을 보태 신선한 재미를 예고한다. 차인표는 “(신애라가) 혼내는 장면을 찍었는데, 연기가 필요 없었다”며 “실생활과 거의 정확하게 똑같았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내년 1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