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영이 ‘스위트홈’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넷플릭스
배우 이시영이 ‘스위트홈’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여전사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이시영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작품이 공개되면 엄청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이응복 감독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배우 이시영이 ‘스위트홈’을 통해 강렬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CG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비주얼은 물론, 강도 높은 액션을 완벽 소화하며 ‘액션 여제’ 면모를 제대로 입증했다. 이젠 가히 ‘대체 불가’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히트작 메이커’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이시영은 특전사 출신의 전직 소방관 서이경 역을 맡았다. 웹툰 원작과 달리 시리즈에 새롭게 추가된 오리지널 캐릭터로, 그린홈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몸을 던지는 강인한 인물이다. 그린홈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며 ‘스위트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시영은 특전사 출신의 이경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식단 관리부터 근력운동, 액션 훈련으로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내는 완벽한 몸을 완성시킨 컷. 물 한 모금도 허투루 마시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체지방 8%를 유지하는 열정을 불태웠다.

또 괴물과의 사투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맨몸 액션을 완벽히 소화해 화면을 압도했다. 영화 ‘언니’(2019)를 통해 액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 연기로 자신의 진가를 다시 알렸다. 

‘스위트홈’으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난 이시영. /넷플릭스
‘스위트홈’으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난 이시영. /넷플릭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시영은 이경을 통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운데, 기분이 어떤가.
“기쁜 마음으로 감탄하면서 봤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크리처가 잘 구현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너무 좋았다. 해외 시청자들도 SNS를 통해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감사하다. 그동안 고생한 감독님과 제작진, 배우들에겐 정말 고마운 일이다. 또 이렇게 화제가 된 시리즈에 참여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모든 게 다 극단적이었다. 이경도 액션이든 감정이든 극단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괴물과 사투를 벌이면서 극단적으로 액션을 해야 했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쏟아내면 됐다. 내가 언제 또 이런 액션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원작엔 없는 캐릭터였는데,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다.
“오리지널 캐릭터였는데,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았다. 해석하는 입장에서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경이라는 캐릭터가 왜 이 시리즈에 필요한지, 그의 역할과 전사들을 이야기해 줬다. 그 과정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스위트홈’ 안에서 이경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여성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한 건 아니다. 여성뿐 아니라 그린홈 안에 있는 모든 나약한 사람들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진다. 이경 역시 그런 의미였고 엄마로서 감정을 생각하며 액션을 했다. 또 이경은 ‘스위트홈’에서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가 외부로 나가면서 세계관이 넓어진다. 이경을 통해 더 넓어진 세계관으로 다른 것들을 더 상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경은 어떤 인물이었나.
“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행복하게 해나간 사람이었지만,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잃게 되고 세상이 종말에 가까워지면서 삶의 의욕이 없어지는 인물이다. 그런데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평생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던 사람이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한 인간으로서 이기적이 된다. 외롭고 슬픈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마음의 짐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건 그린홈의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위트홈’에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 이시영 스틸컷.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 이시영 스틸컷. /넷플릭스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거미 괴물과 싸우는 장면은 나 혼자 3일 정도 촬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또 쉬는 시간에도 계속 운동을 해야 해서 힘들었다. 3일 동안 했던 운동이 몇 달 치 운동량과 비슷했던 것 같다. 소방차 액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직접 운전을 했는데, 괴물과 싸우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바로 앞에 카메라 감독님이 있고, 조명 스태프도 있어서 내가 만약 실수한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격하게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할 수 있으니까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 장면을 위해 소방차 운전도 틈틈이 연습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화제가 됐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과정이 궁금하다.
“다른 작품에서도 액션을 했지만, 노출이 있는 액션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확연히 보이는 부분이라 시간을 오래 두고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몸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많이 먹었다. 먹는 것도 쉽진 않더라. 그런데 또 이경이 처한 상황이 잘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몸을 키운 후에는 식단 조절을 하면서 상황에 맞는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경이 특수부대 출신 소방관인데, 밋밋한 것보다 멋있는 모습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또 어느 정도 액션 분량이 있고 괴물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기 때문에 개연성 있는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적인 설정을 더해 몸을 만들고자 했다.”

-‘액션배우’라는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
“아주 예전에는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이미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좋다. 액션을 좋아할뿐더러, 운동도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발전시키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더 좋은 액션을 할 수 있다면,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

-욕망이란 무엇이고, 괴물이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욕망은 욕심인 것 같다. 내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이상의 무언가, 다른 이에게 해를 가하면서까지 갖고자 하는 것들. 이경은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지만 괴물화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모성애는 욕망이라기보다 본능이고, 엄청 큰 사랑이니까. 괴물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또 다른 단면인 것 같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괴물이 있고, 괴물보다 더 무서운 인간도 많다. 점점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기에 적절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시영이 액션 장르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이시영이 액션 장르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실제 본인의 욕망이 발현돼서 괴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먹는 괴물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대답이긴 한데, 액션이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운동도 많이 하고 식단 조절도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고비가 찾아온다. 마음 놓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물을 못 마실 때 가장 괴롭다. 그런 의미에서 먹고자 하는 욕망의 괴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경을 필두로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가 돋보였다. 약한 모습으로 소비되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의 조합에 대한 생각은.
“약한 캐릭터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재난 상황은 건장한 남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잖나.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약한 어린아이나 여자, 어르신들도 사랑하는 존재나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 얼마나 강해지는지에 대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게 누구일지언정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면 충분히 큰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수동적으로 소비될 수 있고, 보호되는 입장으로만 보일 수 있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희생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 다양한 캐릭터로 풍성하게 표현된 것 같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이경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시즌1이 끝나면서 궁금했던 부분을 말하자면, 임신한 채로 결과가 보이지 않고 끝나서 아이에 대한 궁금함이 가장 컸다. 이경이 출산을 할 수 있을지. 또 이 아이가 과연 인간의 모습일지 아니면 이미 괴물화가 된 아이인지. 괴물화가 됐다면 출산의 선택의 여지가 있을지 선택과 관계없이 태어날 것인지. 만약 괴물인 채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새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남편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군에 협조하면서 끝나기 때문에 남편과 아이, 가족에 대한 궁금함이 가장 크다.”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을 통해 ‘괴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던지고 싶다고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나 깨달음이 있다면. 
“이응복 감독님이 ‘스위트홈’을 통해 하고자 한 말은 ‘인간다움’이었던 것 같다.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스위트홈’은 지금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괴물이지만 인간보다 더 나은 괴물도 있고, 인간이지만 괴물보다 더 못한 인간들이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크리처물이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 사화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서 살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괴물들의 전사를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 욕망으로 괴물이 발현된다고 해서 나쁜 것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괴물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작품이 주는 감동과 메시지가 크다는 걸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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