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의 발걸음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
최형우의 발걸음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최형우의 야구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지금은 여지없는 리그 최고의 선수지만, 한때는 팀에서 방출된 신세였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입단했으나 2002년 4경기, 2004년 2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였고 2005년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이후 막노동까지 하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야구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 2군 타격 7관왕에 오르는 등 잠재력을 터뜨렸고,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재입단해 역대 최고령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신데렐라가 됐다.

그렇게 삼성 라이온즈 왕조의 주역이 된 최형우는 2016년 시즌을 마친 뒤 FA자격을 취득해 4년 총액 100억원의 계약을 맺고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 규모의 FA계약이자,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돌파한 것이었다.

늘 그렇듯 거품논란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최형우의 4년은 모범사례가 됐다. 4년 동안 별다른 공백 없이 자리를 지켰을 뿐 아니라 늘 3할이 넘는 타율과 총 96개의 홈런, 연 평균 106점의 타점을 기록하며 최고 수준의 활약을 유지했다.

최형우의 이 같은 활약은 두 번째 FA계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재차 FA자격을 취득했고, 기아 타이거즈는 그에게 3년 총액 47억원이란 또 한 번의 ‘대박 계약’을 선물했다. 1983년생, 37살의 나이를 고려하면 더욱 놀랍고 뜻 깊은 계약이었다.

내년부터 3년 더 계약이 보장된 최형우는 이제 유종의 미와 함께 각종 기록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드라마 같은 스토리 뿐 아니라 ‘역대급’ 기록도 여럿 남길 전망이다.

먼저, 최형우는 초기 무명시절에도 불구하고 꾸준함과 성실함을 상징하는 부문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는 현재까지 1,708경기에 출전해 7,251타석, 6,194타수를 기록하고 있다. 각각 역대 32위, 17위, 18위에 해당하며, 향후 3년간 꾸준히 경기에 나선다면 10~5위권 내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격 부문에서는 더욱 화려한 기록이 예상된다. 우선 최형우는 현재 통산 타율 0.321를 기록 중이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0.331의 장효조다. 최형우는 현재 이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4위는 모두 현역 선수(박민우, 손아섭, 김현수)다. 이미 역대급 기록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형우가 올해 0.354의 타율로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최형우는 통산 1,986개의 안타로 이 부문 12위에 올라있다. 최형우 위로는 현역 선수가 없고 1위 박용택과의 차이는 518개, 2위 양준혁과의 차이는 332개다. 최형우는 올해 185개의 안타를 만들어냈으며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169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역대 2위까지 오를 가능성이 상당하고, 박용택의 기록도 불가능하지 않다. 

2루타 부문에서는 이미 1위 등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까지 421개의 2루타로 5위에 올라있는데, 1위 이승엽과의 차이가 43개에 불과하다. 최형우는 올해 37개의 2루타를 생산했다. 총 루타 부문에서도 3,425루타로 5위에 올라있고, 1위 이승엽(4,077루타)을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하다.

홈런 부문에서는 3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현재는 330개의 홈런으로 7위에 올라있고, 이 부문 1위는 이승엽(467개), 2위는 현역인 최정(368개)이다. 이 두 선수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3위 양준혁(351개)는 충분히 넘을 전망이다.

타점도 빠질 수 없다. 현재까지 1,335타점으로 4위에 올라있고, 1위 이승엽(1,498타점)과의 차이가 163타점에 불과하다.

최형우의 드라마는 어떤 역사를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될까. 여전히 매서운 그의 행보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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