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감독 최은종)가 관객을 매료할 수 있을까.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감독 최은종)가 관객을 매료할 수 있을까. /스톰픽쳐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엉뚱한데, 묘하게 설득된다. 유치한데, 웃음이 터진다. 외계인 형체 한 번 나오지 않지만, 긴장감에 눈을 뗄 수 없다. 화려한 CG도 거대한 스케일도 자랑하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SF 코미디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감독 최은종)다.  

2021년 지구, 노란색 액체의 흔적과 함께 인류가 사라진다. 지하 벙커로 간신히 피신한 외계인 연구회 동호회 멤버들. 그 와중에 멤버 중 한 명이 규칙에서 벗어나는 기묘한 행동을 시작해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단 한 명의 아웃사이더를 찾기 위해 진격을 시작한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지구가 외계인의 침공을 당하자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외계인 박사가 있다는 지하 벙커로 외계인 연구 동호회 멤버들이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영화는 외계인을 소재로 다루며 SF 장르의 성격을 띠지만, CG 효과 하나 없다. 유사 장르의 작품들이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객을 매료하는 것과 달리,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롯이 캐릭터와 이야기로만 극을 끌고 간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극을 풍성하게 채우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스틸컷. /스톰픽쳐스코리아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극을 풍성하게 채우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스틸컷. /스톰픽쳐스코리아

하지만 몰입감은 대작 못지않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각자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서로를 의지하고, 의심하는 과정이 꽤 쫄깃하게 그려져 긴장감을 준다. 이들 중 외계인에 감염된 인물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인간의 고립‧생존의 문제 등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배우들의 합도 좋다. 조병규(도건태 역)부터 배누리(배수진 역)‧이현웅(민두환 역)‧태항호(태하명 역)‧윤진영(윤진상 역)‧전재형(스톤창 역)‧김규종(백마탄 역)‧윤재(윤미미 역) 등 여덟 명의 배우들이 끊임없이 대사를 주고받는데,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생생한 재미를 선사한다. 몇몇 배우들은 과장된 연기를 펼치기도 하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특히 조병규는 ‘대세’다운 활약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이지만 겁 많은 도건태로 분해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엉뚱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압도적인 대사량도 완벽한 딕션으로 안정적으로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다만 약 3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촬영된 탓에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설픈 소품과 설정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관객을 매료할 매력은 충분하다. 연출자 최은종 감독은 “SF 장르라고 해서 꼭 광범위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좋아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여 재밌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관객도 즐겁게 봐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79분, 2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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