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감독 김현탁)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느 하나 의미 없는 장면이 없다. 누구 하나 공감되지 않는 인물이 없다. 극 안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들의 말 한마디, 표정 그리고 눈빛 하나까지 가슴 깊이 새겨져 마음을 흔든다. 상처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다.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 분). 돈이 필요했던 아영은 생후 6개월 된 아들 혁이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자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 분)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조금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혁이를 키우고자 하는 영채는 자신보다 더 혁이를 살뜰히 돌보는 아영의 모습에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날, 혁이에게 사고가 일어난다.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의 탓으로 돌리고, 다시 혁이와 둘만 남게 된다. 영채는 고단한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아영은 혁이를 다시 영채의 품에 돌려놓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는 일찍 어른이 돼버린 아이 아영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작품으로, 단편 ‘동구 밖’(2017) 김현탁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감동 그 이상의 여운을 안기는 ‘아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동 그 이상의 여운을 안기는 ‘아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는 그저 그런 ‘뻔한’ 휴먼드라마가 아니다. 따뜻하고 착한 휴먼드라마로서 뭉클한 감동을 안기는 것은 기본이고, 미성숙하지만 어른으로서 세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내 공감대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로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먼저 상처가 가득한 세상에서 비로소 어른이 되는 두 인물의 성장기가 먹먹한 감동을 준다. 홀로 삶을 견뎌내던 아영과 영채가 서로를 만나 소외와 무관심에 맞서 힘겨운 삶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함께’라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라며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누구 하나 공감 가지 않는 인물이 없다. 육아에 지쳐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도 미안함에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초보 엄마부터 살아내기 위해 어른인 척 해야만 하는 아이, 철없고 대책도 없지만 소중한 이를 위해 함께 울어주는 친구들, 겉은 까칠하지만 “인생은 ‘쓸 고’와 ‘빌어먹을 고’”라며 위로하는 정 많은 술집 여사장까지,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공감을 안긴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수많은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반문하고 생각할 만한 질문을 던진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문제아일 거라는 편견,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아이는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일을 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동안 얼마나 편견 어린 시선으로,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이’에서 열연한 김향기(왼쪽 위)와 류현경(왼쪽 아래), 그리고 염혜란(오른쪽)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에서 열연한 김향기(왼쪽 위)와 류현경(왼쪽 아래), 그리고 염혜란(오른쪽)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스크린 속 김향기는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아이 같지만, 그 누구보다 단단한 내면을 지닌 아영 그 자체다. 눈빛 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모두 표현해 마음을 흔든다. 류현경도 좋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로 분해 깊이가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염혜란 역시 두말할 것 없다.

‘아이’는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성장해간다’는 큰 틀은 여느 휴먼드라마와 다르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와 스토리 전개는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잔잔한 분위기에도 지루함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이유다. 관객의 눈물을 짜내기 위한 과한 설정도 없다. 그럼에도 감동 그 이상의 여운이 남는다.

연출자 김현탁 감독은 “‘쓸 고’로 대변되는 상처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홀로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공감하고 연대해야 조금이나마 살아갈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나아가 또 하나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13분,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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