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소경제사회로의 진입을 천명한지 어느덧 2년이 됐다. 하지만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분야가 늘어날수록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지난 2019년 1월, 수소경제사회로의 도약을 천명한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온 만큼 그동안의 행적을 되돌아보며,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특히 우리는 그동안 수소에너지의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안전성’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더더욱 점검 해봐야 할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 안전사고인 ‘강릉 수소폭발사고’의 원인을 돌아보고, 우리가 앞으로 수소에너지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욕심·자만·부주의가 부른 참사… 2명의 생명을 앗아가다

‘강릉 수소폭발사고’는 지난 2019년 5월 23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강원테크노파크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한 사건이다. 폭발한 수소탱크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전담하는 정부 지원 R&D사업인 ‘IoT기반 전원 독립형  연료전지·태양광·풍력 하이브리드 발전 기술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설치된 것이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정밀 감정 결과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산소가 수소탱크에 유입된 것이 주요 폭발 원인이다. 수소탱크 및 버퍼탱크(생산된 수소를 일정한 압력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 내부로 폭발 범위의 혼합농도 (6% 이상) 이상으로 산소가 유입됐고, 그 과정에서 정전기 불꽃 등이 점화원으로 작용해 폭발한 것.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부분은 강릉 수소탱크 폭발 참사 발생 원인이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지난 2019년 12월 발표된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의 수사결과를 살펴보면 강릉 수소폭발 참사는 설계 및 시공 단계부터 예정된 사고였다. 수사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2019년 5월 23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강원테크노파크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으며 39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7월경, 강원테크노파크에 설치될 수전해 시스템을 설계한 A씨는 처음 설계 당시 수소 내 산소를 제거하는 정제기를 포함한 도면을 설계했었다. 하지만 시공사 J사로부터 정제기가 없다는 연락을 받자 임의로 정제기를 제거한 설계도면을 작성해 이를 송부했다고 한다.

<시사위크>의 취재결과, 해당 부분에 대해선 현재 J사와 A씨가 사실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에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J사는 A씨에게 정제기가 없다는 연락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충청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실여부에 대해선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A씨가 임의로 판단해 정제기를 설계도면에서 삭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8년 12월경에는 J사의 수전해시스템 시공 및 관리책임자였던 B씨(50세)는 정전기 제거 설비를 설치해야했지만, 바닥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는 이유로 접지선을 연결하지 않았다.

해당 수소탱크는 설계 및 시공과정뿐만 아니라 운영과정에서도 수많은 문제점을 품고 있었다. 수전해 시스템은 출력범위 이하의 전력으로 운영되면서 버퍼탱크 내 산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수전해 시스템의 경우 분리막의 재질이 투과성이 높은 석면으로 돼 있어 최저 출력범위가 50%으로 98kWh 이상의 높은 전력으로 가동돼야 한다. 하지만 태양광과 연계된 해당 시스템 특성상 98kWh 이하의 전력에서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분리막을 통해 교차하는 일정한 산소양 대비 생산되는 수소 양이 줄면서 버퍼탱크 안에는 점차 산소 수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B씨는 산소 수치가 3%로 높아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참여 기관 전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산소 제거기 및 산소 측정기 등 안전설비 설치를 거부했다. B씨가 안전설비 설치를 거부한 날짜는 2019년 5월 7일로 사고가 발생하기 2주 전이었다.

이처럼 사고가 발생할 위험 요소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강원테크노파크에서의 실험은 계속 진행됐다. 사업 총괄 책임자였던 주관 기관 S사의 C씨(39세)는 앞서 B씨가 안전기기 설치를 거부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1,000시간의 실험시간 달성을 위해 산소제거기 등 설치 협의, 가동 중단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C씨는 자사의 연구원인 D씨(28세)에게 지속적인 수전해 시스템 가동을 지시했다. D씨는 폭발위험성을 인식했지만 지시에 따라 2019년 5월 23일까지 수전해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6시 22분경, 산소가 6%가량 유입된 버퍼탱크는 내부 정전기 불꽃으로 인해 점화되면서 폭발했다. 수소탱크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2명이 사망했고, 중상자 1명, 5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약 393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폭발음은 테크노파크에서 수km 떨어진 시내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으며, 근처 신소재 사업단 건물 유리창도 대부분 파손됐다.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로 2명의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전문가들 “수소는 유용하지만 위험한 물질, 철저한 안전관리 필요해”

수소 분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선 수소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업계 관계자들과 일반인들 모두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수소는 매우 유용하고 우수한 에너지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취급 시 일반 가스 이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소는 질식, 대기오염 등 독성에 대해선 일반 가스보단 안전한 것은 사실이나, 폭발 부분에서는 가스보다 훨씬 위험한 물질이라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한국가스학회에 개제된 ‘수소의 폭발위험성에 대한 고찰’ 논문에 따르면 수소는 세이프 갭(Safe gap: 화염방지기에서 화염 전파를 저지할 수 있는 세극의 최대 구경)이 매우 적고 연소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소의 연소화염을 어제하기 위한 화염방지기의 설계나 제작이 복잡하고 어렵다.

또한 폭발할 경우 발생할 피해도 수소가 일반 탄화수소 등 가연성 가스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연소속도(혼합 기체가 탈 때에 불꽃이 번져 가는 속도)가 매우 빨라 폭발 시 ‘폭연’에서 ‘폭굉’으로 전이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폭연과 폭굉은 폭발 시 연소속도가 음속(초속 340m)보다 느린 경우이며, 폭굉은 음속보다 빨라 피해가 훨씬 큰 과격한 폭발을 뜻한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모든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관리될 수 있는 환경에서의 수소 에너지의 사용은 안전한 것이 맞지만, 안전규칙 등을 무시하고 사용한다면 수소는 분명 위험한 물질이 맞다”며 “수소가 너무 위험하다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행위”라고 전했다.

이어 “수소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선 인프라 확충 등도 필수적이지만 수소에 대한 안전 정책 등을 마련해 강릉 수소폭발사고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수소경제사회로의 도입을 위해선 수소의 위험성 인지와 이에 따른 철저한 안전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정부, “수소법으로 수소경제 안전 관리할 것”… 시행은 내년 2월부터

정부의 수소경제활성화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 역시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제정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수소법)’을 본격 시행하는 등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부는 4일 수소법의 시행을 위한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안이 공청회, 입법예고, 규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 등 모든 절차를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수소법에서 수소 안전에 관해 담긴 주요내용은 ‘수전해설비 등 수소용품 및 사용시설 안전관리’다. 세부적으로는 현행 ‘수소용품’ 부문과 ‘수소연료사용시설’로 나뉜다.

먼저 수소용품의 부문의 경우, 현행 액법에서 관리중인 연료전지를 수소법으로 이관하고, 수전해설비 및 수소추출기를 추가하는 등 적용대상이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소용품 안전관리의 경우 현행 액법의 안전관리 체계와 동일하게 규제한다. 이에 따라 수소용품 개발사들은 제품을 출시할 때 기술검토(한국가스안전공사)→ 국내 허가→ 등록(외국) →제조시설 완성검사 →보험가입 및 안전관리 규정 평가, 안전관리자 선임 →사업개시신고 →제품검사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수소연료사용시설의 경우 ‘연료전지를 설치해 사용하는 시설’로 적용범위가 구체화됐다. 수소용품 부문과 마찬가지로 현행 액법의 안전관리 체계와 동일하게 규제되며, 세부 단계는 기술검토(한국가스안전공사)→ 완성검사(시설 완공 후 실시)→ 정기검사 (매 1년)이다.

하지만 수소 안전과 관련된 법률은 내년에서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상세 기준 마련 등의 문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해당 안전 규정은 수소용품 및 제조시설에 대한 구조·치수·검사기준 등의 상세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수소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본격적인 안전 규정 시행은 오는 2022년 2월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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