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배우 백서빈(왼쪽)과 기도영. /인디스토리, 그린나래미디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배우 백서빈(왼쪽)과 기도영. /인디스토리, 그린나래미디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스타 부모의 재능을 이어받아 ‘2세 연기자’로 길을 걷고 있는 배우 백서빈과 기도영이 나란히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다. 타고난 끼와 안정적인 연기력, 신선한 매력을 앞세워 관객을 사로잡겠단 각오다.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 아닌 ‘배우’ 백서빈‧기도영으로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 ‘파이터’(감독 윤재호)에서 따뜻한 매력의 태수를 연기한 백서빈 스틸컷. /인디스토리
영화 ‘파이터’(감독 윤재호)에서 따뜻한 매력의 태수를 연기한 백서빈 스틸컷. /인디스토리

◇ 백윤식 아들 백서빈, ‘파이터’로 극장가 훈풍 예고

백서빈은 연기 경력 50년 관록의 배우 백윤식의 차남이다.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데뷔한 뒤 TV드라마는 물론, 웹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오고 있다.

드라마 ‘노크’ ‘쓰리데이즈’ ‘내일도 칸타빌레’ ‘초인시대’ 등을 통해 진중하고 이지적인 분위기부터 코믹하고 발랄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는데, 지난해 공개된 웹드라마 ‘Wish you 위시유: 나의 마음속 너의 멜로디’에서는 부드럽고 훈훈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스크린 행보도 돋보인다. 영화 ‘산상수훈’(2017)에서 알고 있던 논리의 모순을 깨닫고 신의 영역에 접근하는 주인공 도윤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했고, △2017년 러시아 소치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2018년 제38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 영화부문 주목할 예술가상 △제38회 황금촬영상영화제 신인남우상 등을 수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또 영화 ‘아빠는 예쁘다’(2019)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한 뒤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후 완전한 여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성소수자를 도우며 살아가는 승준으로 분해 내밀한 감정 표현과 깊은 내면 연기, 순수한 눈빛까지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파이터’(감독 윤재호) 속 활약도 기대된다.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진아(임성미 분)의 성장의 시간을 담은 작품. 극 중 백서빈은 진아의 든든한 지원군 태수로 분해 시너지를 더한다. 태수는 진아의 마음을 가장 먼저 헤아려주고 권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돼주는 인물로, 백서빈의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열연이 더해져 따뜻한 매력의 태수가 완성됐다. 

백서빈은 “태수 인생의 탈출구를 찾게 도와준 관장님처럼 진아에게 그 역할을 해주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일하러 온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복싱에 대한 흥미 어린 진아의 눈빛이 태수를 자극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고 점점 진아에게 빠지게 된다. 태수가 진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은 싸워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파이터’는 삶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영화”라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기도영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기도영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 기주봉 딸 기도영, ‘정말 먼 곳’으로 드러낸 존재감

데뷔 44년 차 베테랑 배우 기주봉의 딸 기도영도 스크린에 출격한다.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을 통해서다. 2017년 영화 ‘메소드’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기도영은 ‘우리 지금 만나’(2019)와 ‘버티고’(2019) 등에서 조‧단역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정말 먼 곳’을 통해 첫 주연을 소화한 것은 물론, 아버지 기주봉과 부녀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파이터’와 같은 날 개봉하는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 분)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담은 작품으로, 첫 장편 데뷔작 ‘한강에게’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근영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극 중 기도영은 중만(기주봉 분)의 딸 문경을 연기했다. 문경은 효심이 깊은 아버지와 함께 치매에 걸린 할머니(최금순 분)를 극진히 모시는 인물. 함께 생활하는 진우를 짝사랑하며 그의 딸 설(김시하 분)도 살뜰히 챙긴다.

지난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정말 먼 곳’에서 기도영은 기주봉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물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심한 듯 따뜻하고, 밝은 모습 속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의 내면을 폭넓게 담아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도영은 문경에 대해 “모두와 관계를 맺는 인물”이라며 “그래서 실제로도 인물들과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낯을 가리는 성격임에도 먼저 나가가려고 노력했다. 함께 한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주봉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처음엔 걱정도 됐는데, 아버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며 “일을 하며 긴 시간을 보내니 뜻깊고 기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대선배인데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기주봉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는 “딸이 배우의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아빠보다 선배나 선생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또 나의 세대와 딸의 세대에서 서로 느낀 점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근영 감독은 기주봉‧기도영의 시너지에 “닮은 듯하면서 다른 면들이 특별하게 다가왔고, 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상희 역시 “둘의 연기를 보며 부러웠다”며 “특히 목장에서 함께 청소를 하는 장면에서는 ‘찐 부녀 바이브’를 느낄 수 있었다”고 보태 영화 속 두 배우의 앙상블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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