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배우 양경원이 드라마 ‘덕구 이즈 백’에서 열연을 펼치며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 ‘덕구 이즈 백’(연출 허석원, 극본 김해녹)은 실종된 지 5년 만에 살아 돌아온 천덕구(양경원 분)와 천덕구가 죽은 사람인 척 살기 원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늘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아들이었던 천덕구는 5년 전 바닷가에서 새벽 낚시 중 큰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덕구 가족은 그의 사망 보험금 10억으로 장어 음식점을 차려 달라진 삶을 살았다. 꿈에도 덕구가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덕구가 거지꼴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오며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조명하기 시작한다.
이날 드라마의 중심에 선 양경원은 천덕구가 갖게 되는 다채로운 감정을 흡입력 있게 소화,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에 대한 기쁨부터 보험금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하대하는 가족들을 보고 느끼는 슬픔, 서운함 그리고 분노까지 섬세하게 풀어낸 것.
그는 캐릭터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작품의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극 후반부에서 아버지 천복남(우현 분)에게 “제가 진짜 죽어버렸으면 좋겠죠”라며 울부짖는 장면을 흔들림 없이 소화하며 먹먹함을 자아냈다.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는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했다. 양경원은 집의 달라진 환경을 보고 “아버지 로또 맞으셨어?”라고 능청스럽게 묻는가 하면, 오랜만에 본 아내 허순정(장희령 분)에게 치근덕거리는 등 탁월한 현실 연기로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또 자신이 없는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친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소리치는 장면을 차지게 소화해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에 tvN ‘사랑의 불시착’ 속 캐릭터인 표치수의 그림자를 확실하게 지워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경원은 2010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나와 할아버지’ 등 수십 편의 작품으로 무대 위에 오르며 연기력을 쌓았다. 이후 2019년 tvN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안방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지난해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군인 표치수 역을 찰떡같이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표치수의 여운을 지워내고 주연으로 녹아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던 상황. 양경원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준 것과 다른 연기 결을 드러내는 한편, 주인공으로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탄탄한 연기력은 기본, 북한 말에 이어 충청도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양경원. 그의 앞으로 연기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