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마일이엔티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마일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군가 날 조종하고 있는 거 같아.” 학교생활에 충실한 영문과 대학생 도현(이다윗 분). 어느 날 심리 치료 중인 편입생을 도와주라는 여교수(서이숙 분)의 부탁을 받는다.

도현은 이를 계기로 최교수(손병호 분)를 만나게 되고, 그에 의해 최면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최면에서 깨어난 그는 알 수 없는 기억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고 친구들도 하나 둘 이상한 환각 증상에 시달리다 의문의 사건을 맞이한다.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은 최교수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로, 지난해 영화 ‘검객’으로 첫 장편 연출작을 선보인 최재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최면’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간사한 ‘기억’과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현과 친구들은 우연히 경험한 최면으로 인해 안정적인 삶이 무너지고 서서히 공포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아니라, 스스로 기억하지 못한 과거의 ‘기억’이다.

최면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면’. 사진은 손병호(위 왼쪽)과 이다윗(위 오른쪽), 김도훈(아래 오른쪽)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최면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면’. 사진은 손병호(위 왼쪽)과 이다윗(위 오른쪽), 김도훈(아래 오른쪽)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피해자인 줄만 알았던 이들은 동시에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이기도 하다. 필요에 의해 지워버리고, 왜곡해버린 기억은 어느덧 스스로에게도 ‘진실’이 돼버리고, 자신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우리 사회와 꼭 닮아있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학폭, 왕따 등 사회적 이슈를 떠올리게 하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야 할 질문을 던진다.

최면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영역이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최면에 빠지며 경험하게 되는 공포를 클로즈 샷과 화려한 색채, 배우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화면 구도 등을 이용해 몰입도를 높이고, 관객 역시 최면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촘촘하지 않다. 특히 이들이 최면에 걸리게 된 이유가 다소 허술하게 느껴진다. 신선한 소재로 출발했지만, 짜임새가 헐거워 아쉬움이 남는다. 공포감도 덜하다. 공포물의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기엔 다소 부족하다. 섬뜩한 공포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최면’에서 걸그룹 멤버 현정을 연기한 조현. /스마일이엔티
‘최면’에서 걸그룹 멤버 현정을 연기한 조현. /스마일이엔티

주인공 도현을 연기한 이다윗부터 병준 역의 김도훈, 최교수로 분한 손병호와 여교수 역의 서이숙의 활약 속 아쉬움이 남는 건 조현이다. 캠퍼스 내 괴롭힘과 왕따로 고통받는 걸그룹 현정을 연기한 그는 극 초반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주다, 절정에 다다르자 부족함을 드러내고 만다.

특히 텅 빈 안무실에서 홀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다소 과한 몸짓과 숨소리, 어색한 연기로 민망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배우의 역량 부족 탓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장면에 과한 욕심까지 부린 연출자의 잘못이 더 커 보인다. 러닝타임 85분,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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