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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드라이빙’
[민기자의 ‘드라이빙’] 재규어 F페이스 SVR, 길들이지 못하는 맹수
2021. 03. 18 by 제갈민 기자 min-jegal@sisaweek.com

유려한 라인·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5.0ℓ 슈퍼차저 심장 품어
가죽·알칸타라 등 고급소재 도배한 실내, 버킷시트 착좌감도 편안
배기음·가속력 일품, 가변배기는 덤… 독일·일본·미국차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

/ 제갈민 기자
재규어의 고성능 브랜드가 튜닝한 F-페이스 SVR.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영국 태생의 재규어도 독일산 자동차 브랜드처럼 고성능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BMW는 M이라는 고성능 브랜드가 있다면 재규어에는 ‘SVR’이 존재한다. SVR의 SV는 재규어 특별 제작 부서인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즈(SVO)의 약자이고 R은 고성능을 나타낸다. 재규어는 지난 2016년 브랜드 최초의 SUV F-페이스를 출시한 후 2018년에는 F-페이스의 고성능 버전 ‘F-페이스 SVR’을 선보였다. F-페이스 SVR은 재규어의 우아한 디자인에 폭발적인 성능까지 겸비한 ‘고성능 럭셔리 패밀리 SUV’라고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 측으로부터 재규어 F-페이스 SVR를 지원받아 개별시승을 진행했다. 재규어가 만드는 차량은 과거부터 외모가 출중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출시하는 차량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F-페이스 SVR에서도 재규어만의 우아하면서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존재감 또한 남다르다. 파란색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SUV도 보기 드물다. 파란색 F-페이스 SVR은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여기에 강렬함도 묻어있다.

전면부에서는 널찍한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좌우와 중앙하단에 아주 크게 뚫려있는 공기흡입구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보닛에도 좌우로 공기 배출구가 설계돼 있으며, 좌우 프론트 펜더에도 세로로 길쭉한 공기 배출구를 설치했다. 주행 간 많은 양의 공기를 흡입해 엔진과 타이어,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배출해 차량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점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설계는 휠 아치의 압력을 낮춰 양력이 감소되고, 추가적인 냉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을 높인다.

이러한 부분에서부터 벌써 F-페이스 SVR은 일반적인 F-페이스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브레이크도 붉은색 캘리퍼가 적용돼 강렬한 인상을 준다. F-페이스 SVR에 탑재된 퍼포먼스 레드 브레이크 시스템은 2피스 디스크 구조로, 냉각을 위한 공기 흐름이 잘 전달되도록 설계됐다. 브레이크 디스크도 크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피제로(P-ZERO)가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

곳곳에 뚫린 공기 흡입 및 배출구와 커다란 브레이크, 고성능 타이어는 이 차가 무지막지한 성능을 발휘하고 이를 멈출 수 있는 강력한 제동력 갖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제갈민 기자
F-페이스 SVR 엔진룸. 방음 및 단열재가 꼼꼼하게 사용됐다. / 제갈민 기자

옆모습에서는 전방의 보닛이 길쭉하게 빠지고 후미를 짧게 디자인한 ‘롱 노즈 숏 테크’ 형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재규어 차량들은 전반적으로 외관에서 볼륨이 강조된다. F-페이스 SVR 역시 볼륨감이 크게 느껴져 일반적인 중형 SUV보다 더 큰 느낌을 준다.

후면부에서는 양쪽에 2개씩 총 4개의 배기구로 이루어진 쿼드 테일파이프와 범퍼 하단 모서리에 후미의 공기흐름을 원활할 수 있게 한 리어 디퓨저가 눈에 들어온다. 일체형 스포일러도 독특하면서 F-페이스 SVR의 디자인을 더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유려한 라인을 뽐내는 우아한 외모와는 달리 이 차의 보닛 안에는 5.0ℓ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돼 있다. 친환경 시대인 요즘 추세와는 조금 멀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차량을 원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550PS(542마력), 최대토크 69.4㎏·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3초, 최고속도는 283km/h에 달한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괴물’이다. 거대한 엔진의 열과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닛 내부에는 흡음재와 단열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엔진룸과 캐빈룸(승객석) 경계부분에도 흡음·단열재를 꼼꼼히 부착해 탑승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실내에서도 이 차의 성격을 느낄 수 있다. 차량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붉은색의 두툼한 가죽 버킷시트가 강렬한 느낌을 준다. 시트의 착좌감은 아주 편하다. 고성능 차량에 장착되는 버킷시트 중 이만큼 편안한 시트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통풍과 열선기능은 1열에 기본으로 탑재됐으며, 2열은 열선기능만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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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페이스 SVR 실내. 붉은 버킷시트가 매력적이다. 2열 폴딩은 좌우 6:4로 분할폴딩이 가능하다. / 제갈민 기자

2열 시트도 1열 버킷시트와 최대한 비슷하게 설계해 탑승자의 착좌감 및 편의성을 높였다. 2열 공간은 아주 넓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정도면 그래도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손색이 없겠다’ 싶은 정도다.

실내 천장이나 A필러, B필러 등에는 모두 알칸타라 소재로 마감해 아주 고급스럽다. 1열 선바이저까지 전부 알칸타라로 제작했다. 고급소재를 아끼지 않고 사용한 모습이다. 또한 파노라마선루프가 2열 탑승객 머리부분까지 넓게 설치돼 개방감이 남다르다. 

동그란 형태의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두께와 크기로 설계됐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알루미늄 패들시프트가 장착됐다. 전동 틸트 스티어링 기능도 탑재돼 스티어링 휠의 높낮이 및 앞뒤 조작은 전동으로 할 수 있어 세밀한 조정을 통해 운전자에게 딱 맞출 수 있다. 기어 조작부는 기어노브가 설치된 점도 일반 F-페이스의 조그셔틀 다이얼과는 다른 점이다. 스포츠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실내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약간 아날로그 느낌이 남아있다. 조작은 직관적이다. 공조기 조작과 오디오 볼륨 조절 및 온오프, 비상등과 같이 사용 빈도가 높은 것은 모두 물리버튼으로 설계했다. 10인치 터치스크린의 조작도 편리하다. 터치 반응 역시 준수했다. 아주 빠른 반응속도라고는 할 수 없으나, 한 템포 느리거나 그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 제갈민 기자
F-페이스 SVR의 단점으로는 실내 수납공간이 다소 부족한 점이다. 센터콘솔 후면에는 USB포트 2개와 12볼트 전원소켓, 송풍구, 열선 조작버튼이 위치해 있다. / 제갈민 기자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휴대폰이나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작게 마련돼 있다. 이러한 곳에는 보통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설치되는데, 재규어 F-페이스 SVR에는 이러한 점이 빠져 있다. 또 수납공간이 마땅치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소지품을 둘 만한 1열 공간으로는 운전석과 동승석을 구분짓는 센터터널 좌우에 좁은 수납공간이 있는데, 카드지갑 정도만 보관이 가능한 수준이다. 센터 콘솔박스도 공간이 좁은 편에 속한다. 달리는 차량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부분은 감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기판은 좌측과 우측, 그리고 중앙부를 나눠 각각 다른 정보를 송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위치를 다르게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 색상은 일반 컴포트 모드에서 파란색을 띠는데,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면 붉은색으로 바뀐다. 

재규어 F-페이스 SVR의 매력은 실내외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시동을 걸면 배기음에 다시 한 번 매료된다. 마치 맹수의 목소리처럼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재규어가 포효하는 것처럼 들린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가변배기가 자동으로 작동되며, 가변배기만 별도로 온오프도 가능하다. F-페이스 SVR는 컴포트 모드에서 기본 배기음도 우렁찬데, 가변배기를 작동하면 더 웅장한 배기음을 뿜어낸다. 질주본능을 끓어오르게 한다.

공도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량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가속감을 내뿜는다. 밟는 대로 나가는 차는 이 차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5.0ℓ 슈퍼차저 엔진이 뿜어내는 550PS, 69.4㎏·m의 힘은 주체하기가 힘들다. ‘크르릉’하는 매력적인 배기음은 가속페달을 더 밟고 싶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 제갈민 기자
F-페이스 SVR 운전석 및 1열 실내. / 제갈민 기자

적신호에 정지상태에서 녹색신호가 바뀐 후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속도는 순식간에 100㎞/h에 도달한다. 이 차의 제로백(0→100㎞/h)은 단 4.3초다. 가속도와 배기음은 정말 압권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F-페이스 SVR 배기음에 심취해 가속페달을 계속 밟으면 차량의 속도는 Y영역까지도 쉽게 도달한다. 그럼에도 체감하는 속도감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국내 도로에서 F-페이스 SVR의 진면모를 모두 끌어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은 정도다.

제동 성능도 준수하다. 커다란 브레이크 디스크와 붉은 디스크 캘리퍼의 성능은 고속으로 주행할 때 진면모를 발휘한다. 변속기도 빠릿빠릿하게 단수를 변경했다. 굳이 패들시프트로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는 것에 맞춰 차량의 움직임도 재빠르다. 직진만 잘 하는 것이 아닌 민첩한 운동성능도 함께 품었다.

승차감은 SUV 차량 치고는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을 주행하는 것이 아닌 도심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행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두툼한 가죽 버킷시트 덕이 큰 것 같다. 주행 간 실내에서 느껴지는 외부 소음 유입은 적은 편이다. 우렁찬 엔진음과 배기음에 묻힌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차량의 최고 장점 중 하나인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듣는 음악은 일품이다. 볼륨을 30 이상으로 높여도 음질이 찢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유지됐다. 소리도 풍부해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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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페이스 SVR 계기판. 듀얼 다이얼 및 싱글다이얼, 전체 지도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좌우, 중앙에 송출되는 것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서울 도심 주행을 비롯해 경기도 양평까지 오가며 총 246㎞를 주행하는 동안 평균 연비는 18.7ℓ/100㎞로, ㎞/ℓ로 환산하면 약 5.35㎞/ℓ 정도다. 246㎞를 주행하는 동안 약 46ℓ를 소모한 셈이다. 다만, 배기량이 5.0ℓ인 점과 에코모드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정도다. 또한 이러한 차량을 구매하는 이들이 연비를 따질까 싶다.

재규어가 만든 고성능 럭셔리 SUV ‘재규어 F-페이스 SVR’은 어떠한 고성능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외관에서부터 존재감이 남다르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이 차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동승자들은 하나 같이 ‘재미있는 차’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는 정도다. 독일차나 일본차, 미국차와는 다른 색다른 고성능 차량을 경험하고 싶다면 재규어 F-페이스 SVR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 제갈민 기자
F-페이스 SVR 후측면. 세로로 길게 디자인된 반사등은 차량을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 제갈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