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트랙·랩터, 레인저 이름만 공유… 완전히 다른 차

/ 제갈민 기자
포드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서 오프로드 시승행사 ‘뉴 포드 레인저 오프로드 챌린지’를 개최해 포드 뉴 레인저 모델의 성능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인천=제갈민 기자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는 아메리카 정통 픽업트럭 ‘뉴 레인저’ 2종의 4월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미디어 시승행사를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진행했다. 시승행사는 포드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의 야산 일대에 직접 설계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이뤄졌다. 뉴 레인저의 주행 성능은 일반적인 공도가 아닌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또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의 성능 차이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포드코리아가 국내에 도입하는 픽업트럭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 및 랩터 모델에 대해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를 비포장도로나 험지에서 직접 몰아보면 ‘제 값하는 차’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포드코리아가 뉴 레인저의 상품성에 대해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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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뉴 레인저 랩터 오프로드 주행 컷. / 포드코리아

◇ 뉴 레인저 랩터, 험로 주파능력 발군… 길이 아닌 곳도 랩터가 가면 길이다

뉴 레인저 랩터는 포드 레인저 차량 중에서도 오프로드에 특화된 모델이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험로 주파능력이 다른 트림 모델보다 뛰어나다.

뉴 레인저 랩터는 국내에 도입되는 다른 모델 와일드트랙과 엔진 및 미션(변속기)만 동일할 뿐 외관에서부터 차이를 보이며, 뼈대도 다르다. 두 차량을 모두 시승해보면 ‘완전히 다른 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먼저 랩터 모델의 외관은 와일드트랙 모델보다 터프하고 강인한 느낌이다.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에는 랩터 고유의 ‘FORD’ 레터링이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무광 블랙으로 마무리해 남성미가 더 강조된다. 이는 차량에 장착된 바디킷이나 타이어 등에서도 느껴진다. 휠은 17인치로 다소 작게 느껴질 수 있으나, 타이어는 33인치의 대형사이즈가 장착됐다. 특히 올터레인(AT) 타이어가 장착돼 험로 주행에 더 알맞은 차량임을 강조하고 있다.

차량이 오프로드에 더 특화된 만큼 최저 지상고가 283㎜, 전고는 1,873㎜로, 와일드트랙 모델보다 각각 46㎜, 25㎜ 더 높다. 또한 전면 범퍼 하단에는 언더바디실드가 장착돼 있으며, 짧은 오버행과 범퍼 하단 각도를 더 크게 설계해 경사도가 급한 오프로드 주파도 가능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경사로 진입각은 32.5°, 탈출각은 24°에 달한다. 뉴 레인저 랩터는 이러한 디자인 덕에 와일드트랙이 가지 못하는 지형까지 넘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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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뉴 레인저 랩터 실내 1열. 세미버킷시트가 탑재돼 승차감 개선을 비롯해 탑승자의 몸을 꽉 잡아줘 안정감이 더해진다. / 제갈민 기자

실내에서는 시트가 다른 점이 큰 차이점이다. 랩터에 장착된 시트는 세미버킷시트가 장착돼 탑승자의 몸을 꽉 잡아준다. 이와 함께 푹신하기까지 해 편안하다. 또한 계기판 디자인의 경우, 랩터는 가운데 속도게이지가 위치해 있고 좌우에 정보창이 존재한다. 계기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으로 보인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도움을 받으며, 코스 성격에 따라 4륜 하이(4H, 4륜 고속주행) 또는 4륜 로우(4L, 4륜 저속주행) 모드와 디퍼런셜 락, 경사로 속도제어 등을 조작하며 포드코리아가 설계한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했다. 디퍼런셜 락은 바위나 굴곡이 심한 비포장 노면을 넘을 때 차량 양쪽의 바퀴 중 하나만 바닥에 닿아 있어도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 위급상황에서 탈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해 먼저 비포장 고속주행을 시작으로, 32.5°의 경사로 등판 및 바위지형 통과, 내리막 경사로, 모래를 쌓아 만든 옆으로 45° 기울어진 사면로, 85㎝ 깊이 수로 도강 등을 행했다.

고르지 않은 흙바닥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더라도 올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한 뉴 레인저 랩터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여나갔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며 과속방지턱처럼 약간 불룩하게 솟은 노면을 질주하면 점프 후 착지를 하는데, 착지하면서도 차량에 충격은 크지 않고 차체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또 차체제어장치를 해제하고 주행해 높은 속도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스티어링 휠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리면 차량의 뒤를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2.5톤 이상의 무게와 1.8m 이상의 전고를 자랑하는 픽업트럭으로도 드리프트를 하며 재밌는 주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랩터는 이러한 주행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드리프트를 하면서도 안정감이 있어 픽업트럭을 운전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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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 주행 컷. / 포드코리아

바위로 만든 32.5° 경사로에 진입하기 전에는 정차 후 구동방식을 4L 변경 및 디퍼런셜 락을 작동했다. 구동방식 변경은 기어를 중립(N)에 두고 기어노브 옆에 위치한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 2H·4H·4L 3가지로 변경이 가능하다. 뉴 레인저 랩터의 최대 접근각인 32.5° 오르막 경사로에 진입해 앞바퀴와 뒷바퀴까지 경사로에 모두 닿은 시점에 가속페달을 꾹 밟으니 랩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드럽게 오르막 구간을 통과했다.

이어 바위로 만든 울퉁불퉁한 코스도 거침없이 나아갔으며, 내리막 구간에서는 내리막 경사로 속도제어 시스템인 HDC를 작동하고 주행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엔진브레이크를 걸며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옆으로 45°나 기울어진 사면로 주행도 가뿐하다.

뿐만 아니라 뉴 레인저 랩터는 수심 85㎝의 수로를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심 85㎝는 차량 문이 일부 잠기는 정도인데, 그럼에도 차량 내부로 물이 유입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방수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뉴 레인저 랩터가 수심 85㎝까지 도강이 가능한 이유로는 공기흡입구인 인테이크나 엔진 등 주요 부품이 침수되지 않도록 설계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험난한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면서도 운전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바위길이나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등 험로를 주행하면서도 롤링(좌우 흔들림)도 적었다. 세미버킷시트가 탑승자의 몸을 단단히 지지해줘 편안한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뉴 레인저 랩터에 장착된 퍼포먼스 코일스프링 서스펜션 및 폭스 쇼크업쇼버의 효과인 것으로 보인다.

폭스사는 전 세계적으로 오프로드 서스펜션의 명가로 불린다. 이러한 브랜드의 서스펜션을 뉴 레인저 랩터에 맞게 적절히 튜닝한 점이 발군의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뉴 레인저 랩터에서 일부 편의사양이 제공되지 않는 점은 오프로드 주행을 해보면 금방 수긍이 될 것이다. 뉴 레인저 랩터는 분명히 오프로드 주행이라는 목적에 맞춰 개발된 차량이다. 도심에서 이러한 차량을 몰면서 편의사양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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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 시트. 랩터에 비해 다소 운전자를 꽉 잡아주는 느낌은 부족할 것처럼 보이지만 도심 공도 주행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 제갈민 기자

◇ 다소 얌전한 와일드트랙, 실용성에 초점… 다양한 편의사양 탑재

와일드트랙은 랩터에 비해서는 디자인이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포드의 픽업트럭 F시리즈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 받은 모델이며, 도심 주행을 중심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이러한 성격을 알 수 있는 점은 외관 디자인보다는 편의사양 탑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와일드트랙에는 △차간 거리 및 속도를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로유지보조(LKAS) △주차보조시스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APA) △전방 센싱 시스템 등이 탑재돼 랩터와는 다른 성격을 내비친다.

그렇지만 오프로드 주행도 충분히 가능해 실용성을 생각하면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이 좋은 선택지로 떠오른다.

와일드트랙으로도 포드코리아가 만든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했다. 랩터를 먼저 탑승한 후 와일드트랙을 경험하니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먼저 비포장도로에서 차량의 좌우 롤링이 랩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다. 시트는 와일드트랙 전용 시트가 장착됐으나, 랩터의 세미버킷시트에 비해서는 탑승자를 완벽히 잡아주지 못해 운전자나 동승자에게까지 차량의 출렁임이 그대로 전해진다.

물론 오프로드 지형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불편하지는 않고,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랩터에 비해 차이가 큰 점은 사실이다. 경사로나 도강 최대수심에서도 랩터와 차이를 보인다. 와일드트랙의 적정 도강 가능 수심은 65㎝ 정도며, 최대 접근각과 탈출각은 29°와 21°다.

이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코스도 랩터에 비해 다소 심심한 느낌이 있다. 다만, 하드코어 오프로드 코스를 찾아다니지 않는다면 와일드트랙이 더 알맞은 차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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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코리아는 오는 4월 중순 뉴 레인저 랩터와 와일드트랙 2종을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 제갈민 기자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장점은 최대 견인하중 및 적재량이 랩터보다 높다는 점이다. 와일드트랙의 견인하중과 적재량은 각각 최대 3,500㎏·600㎏다. 카라반을 견인하거나 적재함에 캠퍼를 얹어 차박을 하는 경우에는 와일드트랙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편의장비도 탑재돼 있어 가성비가 좋은 차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는 모두 재미있는 차량이면서, 합리적인 차량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내 디자인이나 마감소재 등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 차량은 ‘미국산 픽업트럭’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픽업트럭을 타면서 럭셔리한 실내소재를 바란다면 값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실내에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나 픽업트럭은 상용차로 분류돼 세금이 저렴한 이점이 존재한다. 또한 넓은 적재함을 가진 것은 물론이며, 뉴 레인저는 연료를 디젤(경유)을 사용하는 점도 상대적으로 유지비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뉴 레인저는 2개 모델 전부 213ps(마력)·51.0㎏·m의 힘을 뿜어내는 2.0ℓ 바이터보 디젤과 자동 10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출력과 퍼포먼스는 충분하다. 포드 뉴 레인저를 눈여겨보는 소비자들은 본인의 취미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모델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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