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인공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달이 뜨는 강’ / KBS2TV ‘달이 뜨는 강’
남주인공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달이 뜨는 강’ / KBS2TV ‘달이 뜨는 강’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방송 도중 남주인공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시청률 1위는 물론, 190개국 수출까지 성공시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달이 뜨는 강’의 이야기다.

지난 2월 15일 첫 방송된 KBS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연출 윤상호, 극본 한지훈)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평강공주 바보 온달’ 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김소현 분)과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나인우 분)의 운명에 굴하지 않은 순애보를 그린다. 

앞서 ‘달이 뜨는 강’은 온달 역을 맡은 지수가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임에 따라 한차례 큰 위기를 맞았다. 철부지 어린 시절에 저지른 일이라고 하기엔 행동의 수위가 심각했던 만큼, 지수를 향한 대중의 공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지수는 논란이 일어난 지 3일 만인 지난 3월 5일 ‘달이 뜨는 강’에서 하차했다. 200억 원 이상 투입, 95% 이상 촬영이 완료된 시점에서 발생한 주연 배우의 하차는 ‘치명타’ 그 자체였다.

온달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나인우 / KBS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온달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나인우 / KBS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MBC ‘태왕사신기’, SBS ‘사임당 빛의 일기’, TV조선 ‘바람과 구름과 비’ 등 사극에 일가견이 있는 윤상호 감독은 빠른 판단과 행동력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나인우를 온달 역으로 캐스팅하자마자 촬영에 투입 시켰으며, 지수가 출연한 분량을 삭제하고 재촬영 하기로 결정한 것. 특히 당초 예정됐던 9회부터가 아닌, 앞당겨 7회부터 온달로 분한 나인우를 출연시키며 결방 없이 정상적으로 방송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1회부터 6회까지 추가로 재촬영을 결정,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사태를 발 빠르게 진화했다.

나인우는 급박하게 진행된 교체 투입으로 인한 악조건 속에서도 온달 역을 원래 자신의 옷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우려를 잠재웠다. 그는 훈훈한 비주얼로 온달이 지닌 선한 에너지를 온전히 발산해 내는가 하면, 평강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또 화려한 액션까지 박력 넘치게 선보이며 극의 몰입을 높였다. 

평강 역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김소현 / KBS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평강 역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김소현 / KBS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김소현의 ‘하드캐리’도 빛을 발했다. 김소현은 상대 배우가 바뀌는 악조건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이끌어나갔다. 단호한 표정과 힘 있는 어조로 고구려 공주 평강의 기개를 드러낸 것은 물론, 묵직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여린 소녀의 면모를 다채로운 감정선으로 표현해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감정의 폭발과 절제를 노련하게 조절하며 13년 연기 내공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이에 ‘달이 뜨는 강’은 큰 시청률 변동 없이 7~8%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나인우 버전’으로 국제 에이미상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 에이미상은 해외 우수 프로그램을 미국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1973년 설립된 국제 TV 프로그램 시상식으로, 세계 3대 방송상 중 하나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제48회 국제 에이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연기상에 도전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제작비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킨 ‘달이 뜨는 강’. 이들의 전화위복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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