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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144)] 지구온난화 막으려면 채식을 해야 한다?
2021. 04. 09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다수의 환경단체는 육류의 소비 증가가 지구 온난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채식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2021년 현재 우리의 식탁은 ‘육식’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한 끼 이상은 고기를 먹고 있으며, 체중감량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는 이들조차 닭가슴살을 챙겨먹곤 한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4.7kg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엔 지난 1980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53.9kg을 1명의 국민이 연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런 육류의 소비 증가가 기후 위기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채식’으로 대체해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76억2,400만톤이다. 이는 16억2,200만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사진=Getty images

◇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자동차 16억대 수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사실 검증을 위해 다수 전문가를 비롯해 기관들의 연구를 살펴본 결과, 확실히 육류 생산 및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76억2,400만톤이다. 이는 지구 전체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4.5%에 해당한다. 이는 무려 16억2,200만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축산업 활동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사료 생산 및 가공 △가축 소화활동이 꼽혔다. 사료 생산 및 가공 부문의 경우 축산업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 중 무려 45%를 차지했다. 

FAO는 소나 돼지 등 주요 가축의 사육을 위해 토지를 개간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미의 경우, 사료 생산과 개간을 위해 일부러 불을 질러 크고 작은 화재를 일으키면서 산림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그린피스 유튜브 'There's a monster in my kitchen' 영상 캡쳐

FAO는 소나 돼지 등 주요 가축의 사육을 위해 토지를 개간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주요 축산업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공장식 축산’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넓은 토지를 얻기 위해 산림 지역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미의 경우 사료 생산과 개간을 위해 일부러 불을 질러 크고 작은 화재를 일으키면서 산림파괴가 심각한 수준인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숲마저 공장식 축산으로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축의 소화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FAO에 따르면 연간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중 가축의 소화활동으로 인한 발생의 비율이 무려 39%를 차지했다. 소  한마리가 하루에 공기 중으로 토해 내는 이산화탄소가 4,000리터에 해당한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셈이다. 
 

<식품 1kg 생산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Our world in data: 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production (2020)>

◇ 소고기 생산 시 발생하는 CO₂, ‘감자의 200배’

앞서 소개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할 경우,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도움이 될까.

일단 채소 및 과일류의 식물성 식품군의 경우, 같은 양의 동물성 식품군을 생산할 때보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발간하는 과학지 ‘Our world in data’의 한나 리치 박사가 2020년 게재한 ‘식품 그룹에 대한 kg당 온실가스 배출량’ 논문에 따르면 소고기와 양고기 1kg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59.6kg, 24.5kg로 같은 양의 △감자(0.3kg) △토마토(1.4kg) △쌀(4.0kg) 등 식물성 식품군을 생산할 때보다 수십 배가량 많았다. 

1kg 생산 시 가장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육류는 소고기(59.6kg)이었다. 닭과 돼지의 경우 소나 양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긴 하지만 감자, 토마토 등의 식물성 식품군보단 월등히 높았다./ 사진=Getty images

돼지고기나 닭고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7.2kg, 6.1kg으로 소나 양보단 낮았으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식물성 식품군보단 온실가스 발생량이 월등히 높았다.

또한 생산 시 필요한 토지 면적에서도 동물성 식품군이 차지하는 면적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1kg의 소고기와 양고기를 생산할 때 필요한 토지 면적은 각각 326.21m², 369.81m²로 쌀(2.8m²)이나 토마토(0.8m²), 감자(0.88m²)에 비해 수백 배가 넘게 필요했다. 

지난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전 세계 107명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Climate Change and Land)’를 통해 “붉은 육류(소, 양고기 등)를 줄이고 더 많은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2050년까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최대 15%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식품 1kg 생산시 필요한 토지 면적. (Our world in data: 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production (2020)>

◇ 채식 CO₂ 절감효과 ‘미미’…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한다는 주장도

해당 결과를 종합해보면, 표면적으로는 식물성 식품군이 동물성 식품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육식 대신 채식을 해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만만찮다. 

지난 2017년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연구팀이 미국 농무부(USDA)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채식이 얻을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은 현재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돼 있는 상태다.

논문에서 공동 연구팀은 3억2,000만명의 모든 미국인이 극단적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 고기뿐만 아니라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전환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예측 통계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현재 미국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나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전체의 온실가스의 감소 비율은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 생산 부문에서는 온실가스가 확실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동물성 단백질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농업 부산물 소각 과정 등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에서는 가축들의 사료로 연간 소비되는 농업 부산물의 양은 4,300만톤에 이른다”며 “해당 농업 부산물을 가축들이 소비하지 않고 소각할 때와 동물 분뇨를 대체할 비료 합성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전체 온실가스의 눈에 띄는 절감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육식 대신 채식을 해야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만만찮다.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전체가 '비건'으로 식단을 바꾼다 해도 미국 전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중 겨우 2.6% 정도가 감소하는 것에 불과했다./ 사진=픽사베이

아울러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음식의 1,000kcal 열량의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비교하면, 오히려 채식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열량이 매우 낮은 채소의 경우, 베이컨 한 장으로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를 얻으려면 양상추 한 포기는 먹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음식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해 차량, 선박, 비행기 등을 활용한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베이컨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미국인들이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면서도 현재 수준의 열량 및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바꾼다면 에너지 사용은 43%, 물 사용은 16%, 온실가스 배출은 16% 가량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육류 생산을 위한 축산업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한다고 해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단정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최종결론 : 판단보류

<근거자료>

-FAO: 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2013)

-FAO: Livestock's Long Shadow (2006)

-IPCC: Climate Change and Land (2019) 

-Our world in data: 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production (2020)

-Virginia Tech, US Dairy Forage Research Center: Nutritional and greenhouse gas impacts of removing animals from US agriculture(2017)

-Carnegie Mellon University: Energy use, blue water footprint, and greenhouse gas emissions for current food consumption patterns and dietary recommendations in the U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