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CJ ENM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최고 기대작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복제인간 소재를 다룬 ‘한국 최초 SF’라는 타이틀과 흥행력‧연기력을 모두 갖춘 두 배우 공유‧박보검의 ‘브로맨스’를 앞세워 관객과 OTT 시청자를 동시에 저격한단 각오다. ‘서복’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 분)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 분)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서복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기헌은 가는 곳마다 사사건건 부딪힌다.

한편, 인류의 구원이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여러 집단의 추적은 점점 거세지고 기헌과 서복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서복’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공유(위)와 박보검. /CJ ENM
‘서복’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공유(위)와 박보검. /CJ ENM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과 그를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의 동행을 담은 작품이다. ‘건축학개론’(2012)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공유‧박보검의 만남, 순 제작비만 16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높은 기대치 탓일까. 베일을 벗은 ‘서복’은 아쉽게도 기대 이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진부한 설정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다뤘지만,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과 이야기 전개가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봐왔던 전형적인 방식을 벗어나지 않아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기헌과 서복의 본격적인 동행이 시작되기까지, 이들의 상황이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그려져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원한 삶과 죽음, 두려움과 욕망 등 다소 철학적이고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데, 그 정도가 과해 피로도를 높인다. 

‘서복’에서 안부장을 연기한 조우진(위)과 기헌 역의 공유(아래 왼쪽), 서복으로 분한 박보검. /CJ ENM
‘서복’에서 안부장을 연기한 조우진(위)과 기헌 역의 공유(아래 왼쪽), 서복으로 분한 박보검. /CJ ENM

캐릭터들도 평면적이다. 특히 서복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정보국 요원 안부장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막대한 임무를 지녔지만, 행동 하나하나 모두 예측 가능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안부장 역에 조우진을 택한 것도 아쉽다. 연기력이야 흠잡을 데 없지만,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소비된 이미지라 캐릭터의 진부함을 더한다.

공유와 박보검은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공유는 예민하고 날선 기헌의 얼굴과 서복을 만나 변화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박보검은 특유의 순수한 매력은 물론, 섬뜩한 눈빛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배우 모두 기존 작품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진 못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서인그룹 회장을 연기한 낯선 배우 김재건이다. 주로 연극무대와 다수의 영화에 조‧단역으로 활약한 그는 ‘서복’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로 매력적인 빌런을 탄생시키며 시선을 붙잡는다. 많지 않은 분량에도 등장하는 모든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러닝타임 114분,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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