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기록하고도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고속
천일고속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기록하고도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고속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천일고속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도 배당만큼은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최대주주 일가는 쏠쏠한 배당금을 거머쥔 것이다. 2015년 대규모 차명주식이 드러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고배당 행진은 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 100억 가까운 적자에도 멈추지 않은 배당

천일고속은 지난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업체 중 하나다. 사람들의 이동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은 물론, 고속버스 승객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천일고속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천일고속을 이용한 승객 수는 143만3,000명이었다. 앞선 3년간 300만명 안팎이던 것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천일고속의 지난해 매출액도 평소의 절반 수준인 311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1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적자 전환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천일고속은 이러한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배당금은 중간배당 1,000원, 결산배당 2,000원 등 총 3,000원이었다. 배당금 총액은 42억8,100만원이다.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무색하게 만드는 배당 규모다.

이 같은 배당금의 대부분은 최대주주 일가에게 향했다. 천일고속은 최대주주인 박도현 대표를 비롯한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 85.74%를 보유 중이다. 이들이 받은 배당금은 36억7,6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천일고속의 실적과 무관한 배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천일고속은 배당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물었고, 그 규모도 미미했다. 그런데 2015년 창업주인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대규모 지분을 실명 전환해 두 손자에게 증여하면서 배당 정책도 180도 바뀌었다.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대폭 늘어남과 동시에 배당 또한 크게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천일고속은 2015년 실적을 기반으로 총 85억6,200만원을 배당한 데 이어 △2016년 114억1,600만원 △2017년 218억3,300만원 △2018년 85억6,200만원 △2019년 46억8,400만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 비율을 의미하는 현금배당성향은 △2015년 185.02% △2016년 456.81% △2017년 80.55% △2019년 648.34%로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2018년과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 현금배당성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천일고속은 최대주주 일가의 증여세 납부를 위한 고배당이란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또한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자리매김하며 일반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천일고속은 지난해 결산배당 당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대주주 일가에겐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일반 소액주주에게만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천일고속의 배당 정책이 또 한 번 변화를 맞게 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일가를 포함한 배당을 실시하며 천일고속은 또 다시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고속·시외·시내 등 노선버스 업종이 지난달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추가 지정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 일가는 배당금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