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들은 즐겁다’(감독 이지원)가 극장가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감독 이지원)가 극장가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아이들의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에 ‘엄마 미소’를 짓다가도, 때때로 어른보다 더 깊은 아이들의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5월 극장가를 따뜻한 웃음과 감동으로 적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감독 이지원)다.

9살 다이(이경훈 분)는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이상희 분)와 항상 바쁜 아빠(윤경호 분)로 인해 홀로 학교에 가고, 홀로 빨래를 하고, 홀로 잠이 든다. 조금은 외로운 생활을 이어가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즐겁다.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9세 인생 최초,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떠난 여행의 끝엔 엄마와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9살 다이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작품으로, 2016년 단편 ‘여름밤’으로 그해 단편영화상을 휩쓸며 주목받은 이지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사랑스러운 시너지를 완성한 (위 왼쪽부터) 박예찬과 이경훈, 홍정민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사랑스러운 시너지를 완성한 (위 왼쪽부터) 박예찬과 이경훈, 홍정민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9.95라는 기록적인 평점을 보유한 허5파6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아이들은 즐겁다’는 원작의 따뜻한 감성은 고스란히 지켜내면서도 ‘9살 인생,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스토리를 더해 더욱 풍성한 재미를 완성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아픈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라는 듣기만 해도 눈물 나는 스토리를 담담하고 담백한 톤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관객의 눈물을 짜내기 위한 과도한 설정도, 억지 감동이나 신파도 없다. 그저 다이가 친구들과 가족, 주변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스크린에 옮겨낸다. 여운은 더 짙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함’은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른이 돼서 함께 살 집을 그리며 우정을 나누는 삼총사, 받아쓰기 1등을 빼앗기고 속상한 마음을 서툴게 표출하는 재경, 엄마가 오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느끼는 시아의 모습은 그 시절 우리가 한 번쯤 겪었을 만한 감정이다.

아역 배우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준 공민정(위 사진 왼쪽)과 윤경호(아래 사진 왼쪽), 이상희(아래 사진 오른쪽).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아역 배우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준 공민정(위 사진 왼쪽)과 윤경호(아래 사진 왼쪽), 이상희(아래 사진 오른쪽).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는 꾸밈없이 스크린 속 아이들 그 자체로 존재한 아역배우들 덕이다. 장난꾸러기 같다가도 의젓하고 속 깊은 다이를 완성한 이경훈부터 전학 온 다이에게 편견 없이 다가가 힘이 돼주는 민호와 유진 역의 박예찬‧홍정민, 모범생 재경으로 준한 박시완과 독서왕 시아를 연기한 옥예린까지 사랑스러운 시너지를 완성한다.

참고로 아역배우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시나리오 없이 촬영이 진행됐다고 한다. 이지원 감독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 세상의 모습을 같이 담아낸 작품”이라며 “어린이 배우들이 단순히 진짜 같은 모습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진짜 감정을 느끼고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윤경호와 이상희가 다이의 아빠, 엄마로 분해 영화의 감정을 단단하게 붙잡고, 선생님 역의 공민정 역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또 신예 아티스트 이진아가 처음으로 영화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이 영화만의 깊고 세련된 감성을 배가시킨다. 러닝타임 108분, 5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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