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감독이 첫 장편 연출작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로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CJ ENM
이지원 감독이 첫 장편 연출작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로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9살 다이(이경훈 분)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작품이다. 9.95라는 기록적인 평점을 보유한 허5파6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2016년 단편 ‘여름밤’으로 그해 단편영화상을 휩쓸었던 이지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스크린에 재탄생시켰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원작의 따뜻한 정서를 고스란히 지켜내면서도, 영화적 재미까지 담아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9살 인생,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설정을 더해 더욱 풍성하고 차별화된 재미를 전하는 것은 물론, 억지 감동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나 신파 없이도 짙은 여운을 선사해 마음을 흔든다.

이지원 감독은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놨다. 직접 초등학교 수업에 참관하기도 했다는 그는 영화를 향한 긍정적인 반응에 “정말 조마조마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작의 감동과 영화적 재미까지 모두 담아낸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원작의 감동과 영화적 재미까지 모두 담아낸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첫 장편 연출이었는데, 반응이 좋다. 소감은.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결정된 상황이 아니었다. 배급사도 잡혀있지 않았는데, 2월에 배급사가 정해지면서 확 진행이 됐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제 첫 한 발짝을 뗀 거지만, 이 한 발짝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거니까 기분이 좋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반응도 찾아봤나. 호평이 많던데.
“다 찾아봤다.(웃음) 감사하게도 좋게 써주셨더라. 사실 많이 조마조마했었다.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라 그것에 대한 가산점도 있다고 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부담스럽기도 했다. 혹시 내가 아이들의 모습을 이용하는 느낌이 들거나 그렇게 비칠까봐 경계심이 컸다.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결과물을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작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 소재 자체가 슬픈데, 담담하게 흘러가는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원작이 좋았던 점도 사실 그런 거였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같다. 이미 그 안의 내포된 감정이 보편적이고 울림이 크다고 생각해서, 굳이 과장하거나 극화시키지 않아도 관객이 충분히 느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원작이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서, 부담이 컸겠다.
“엄청 컸다. 판권 단계에서 (허5파6) 작가님에게 편지도 썼다. 내가 이 작품이 왜 좋고, 어떻게 영화로 만들고 싶고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드렸다. 그래서 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거짓말이 되면 안 되니까. 원작 마니아층이 탄탄하기도 했고. 두 가지가 중요했다. 원작의 색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으면서 영화화시키는 게 하나였고, 또 하나는 각색해서 만드는 것이다 보니까 그래도 차별성이 있어야 생각했다. 영화만의 색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 두 가지를 어떻게 잘 접목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첫 장면에서 자동차 창문에 원작 다이의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상징성을 주고 싶었나.
“시나리오 단계부터 생각했던 거다. 웹툰 원작인 것을 숨길 필요도 없고, 한편으로는 내세워야 하는 지점도 있었다. 또 웹툰에서 영화로 넘어가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 영화의 시작 지점에서 웹툰에서 다이의 얼굴이 나오고, 창문이 내려가면서 실제 다이의 얼굴이 나오는데 ‘웹툰에서 이제 영화로 넘어갈 겁니다’라는 나의 어떤 시그널이었다.”

5월과 어울리는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5월과 어울리는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원작은 여러 에피소드가 나열된 방식이었는데, 그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추리고 연결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했겠다. 어떤 기준을 뒀는지 궁금하고, ‘엄마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추가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다 담을 순 없어서 다이 중심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거기에 아이들 캐릭터는 원작에서 책을 좋아하는 아리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시아랑 합쳤다. 여섯 명은 너무 방대할 것 같고, 다섯 명의 아이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추렸다. (아이들의 여정이) 원작과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했고, 시작 단계부터 여정에 대한 걸 생각했다. 원래 엄마라는 세계만 있었던 다이에게 다양한 친구라는 세계가 생기고, 그 세계가 구축되고 해체되고 다시 구축되는 과정이 제일 중요했다. 그 세계를 통해 성장하는 다이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틀이었다.”

-원작에서는 남자아이였던 유진을 여자아이로 바꾼 이유가 있나.
“원작의 시대 배경이 90년대 후반인데, 이 이야기를 현재로 가져오면서 성별도 그렇고 다 열어놓고 생각했다. 다이조차 열어놨었다. 오디션 단계에서 홍정민이 그냥 유진이 같았다. 여자 아이였지만, 내가 생각했던 유진의 모습이라 홍정민을 캐스팅했다. 다른 어린이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역할에 어울리는 아이라면 성별은 상관없었다.”

-다이와 재경의 관계를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다이와 재경은 어떻게 보면 성향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성격도 굉장히 비슷하다. 그런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의해 완전히 다른 아이처럼 보이고 친해지지 못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서사에서 둘이 친해지는 과정이 되게 중요했다. 어른들의 간섭이 없으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인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어떤 틀 때문에 친구가 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했던 것 같다.”

원작과 다른 결의 선생님을 연기한 공민정(왼쪽).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원작과 다른 결의 선생님을 연기한 공민정(왼쪽).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원작에서는 부정적으로 그려졌던 선생님의 모습을 다르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시나리오 단계에서 한 일주일 정도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한 적 있다. 실제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등교부터 하교까지 초등학교 3학년 반에서 같이 생활했다. 그때 선입견이 많이 깨졌다. 매스컴에서 보면 요즘 아이들이 많이 다르다고 보도가 되기도 하고, 나도 그런 모습을 많이 봤다.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때 내가 봤던 아이들은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단편적인 모습이겠지만, 놀이 문화도 비슷했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편으론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나는 수업 시간에 떠들면 안됐는데, 막 떠드는 거다. 혼나면 어떡하지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수업에 특별히 방해가 되지 않으면 제재를 하지 않으시더라. 그런 자유를 주다 보니 아이들이 말을 정말 잘했다. 뭔가 물어보면 대답하고 싶어서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들고 이야기하더라.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니 아이들이 훨씬 더 아이들다워 보였다. 물론 선생님도 엄할 땐 엄청 엄하시다. 대부분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자극적인 것만 봐온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들이 캐릭터에 반영이 됐다. 또 내가 직접 봤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겠다.
“맞다.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원래는 아는 친구에게 (초등학교 선생님) 소개를 받아서 하루 정도 인터뷰만 하려고 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뵙고 인터뷰를 하는데 선생님께서 차라리 직접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가능하냐고 했더니 교장선생님과 상의를 하시고 학교에서 양해를 해주셔서 진짜 일주일 동안 등교를 했다. 맨 뒤 책상에 앉아서 아이들 수업 듣는 것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하교도 같이 하고 그랬다. 책임감이 있었다.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라 시작한 건 아니다. 이야기 자체가 좋았고, 내가 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하게 됐다. 그런데 준비하면서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래도 내가 아이들과 작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이니까 조금 수고롭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