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의 시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하고 있다. 10개월 남짓 남은 내년 대선을 위해 윤 전 총장을 포함한 야권의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국민의힘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7일 한국갤럽이 지난 4일과 6일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22%로 나타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5%)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다른 야권 후보들의 저조한 지지율을 감안하면 여전히 야권의 유력 주자인 셈이다.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연일 윤 전 총장을 향한 구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탄탄한 조직과 재정 등을 장점으로 앞세웠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입김도 한 몫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윤 전 총장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반응은 거의 전무하다. 윤 전 총장은 여러 인사들을 만나는 등 물밑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직접적인 메시지는 자제하고 있다. 당초 재보선 이후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관측과 사뭇 다른 행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 전 총장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지도노선을 못 잡은 상황 아닌가”라며 “전당대회 이후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밖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가 향후 야권 재편 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의힘의 주도권 잡기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 야권 통합 ′주도권 잡기′도 빨간불?

상황이 지지부진할수록 국민의힘의 고심도 더해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기에 당의 상황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당내에서는 ‘쇄신’ 분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당권 주자들은 당의 변화에 대한 목소리에 적극적이다. 당이 변화하면 자연스럽게 윤 전 총장이 합류할 것이란 취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입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갖기 위해선 어쨌든 ‘우리가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윤석열이 들어올 경우 윤석열의 자산을 잃게 된다’는 면이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장 국민의당과 합당도 문제다. 현재 야권의 합당 논의는 ‘잠정 중단’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내달 중순경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합당 논의가 다시 불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계속해서 잠행을 이어갈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야권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 잡기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흡수 합당’을 거부하며 야권의 전면적인 재편을 그리는 국민의당의 명분이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당도 이같은 그림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과 합당, 원칙 있는 통합의 성사와 실제 그런 원칙들이 지켜지는지 여부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당은 윤 전 총장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안철수도 품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을 품을 수 있겠냐. 협상의 지렛대로 윤 전 총장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윤 전 총장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당내 대선 후보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자강론′이 피어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자는 의견도 분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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