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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공승연, ‘혼자 사는 사람들’로 얻은 것
2021. 05. 1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공승연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로 관객 앞에 선다. /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공승연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로 관객 앞에 선다. /바로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겁내지 않고, 한계가 어디인지 부딪쳐보고 싶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가 된 배우 공승연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배우처럼,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 다소 소극적으로 작품을 택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기꺼이 뛰어들 준비가 됐다. ‘불안’이 ‘확신’으로,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을 만나고부터다.  

공승연은 2012년 광고를 통해 데뷔한 뒤, 같은 해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풍문으로 들었소’(2015)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육룡이 나르샤’(2015~16)로 사극에 도전하는 등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마스터- 국수의 신’(2016), ‘내성적인 보스’(2017), 웹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2017) 등을 통해 주인공으로 발돋움한 그는 지상파 첫 주연작 KBS 2TV ‘너도 인간이니?’(2018)에서 AI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인간미 가득한 강소봉 역을 맡아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2019)에서는 개똥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주로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소화했던 공승연은 최근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 대리인간’에 이어, 첫 스크린 주연작인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공승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 속 활약이 돋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예 홍성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공승연에게 데뷔 10년 만에 첫 연기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진아를 연기한 공승연은 주연 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앞으로 그의 스크린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 것은 물론,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혼자 사는 사람들’로 호평을 얻고 있는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혼자 사는 사람들’로 호평을 얻고 있는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더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나한테 들어온 게 맞나 의심했다. 그동안 영화라는 매체를 해본 적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진아라는 캐릭터에 부합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되게 의아했는데, 감독님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용기를 줬다.”

-홍성은 감독이 왜 꼭 공승연이어야 한다고 하던가.
“그동안 제 연기를 봐왔고, 내 얼굴과 목소리가 진아와 부합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고 도전 같아서 결정하게 됐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해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진아는 감정 변화도 크게 없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인물이라 걱정이 많이 되더라. 또 촬영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잖나. 그래서 연결선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 계속 감독님과 상의해나가면서 모니터링도 하고 그렇게 맞춰나갔다.”

-진아가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인물인데, 실제 본인과 많이 달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질문지를 만들어 갔다. 왜 진아가 이렇게 됐는지, 전사는 무엇인지 등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그 질문 하나하나 감독님이 명확하게 대답을 해주셔서 이해하는데 어렵진 않았다. 진아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하고 찾아가면서 이해하고자 했다. 진아는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에 대한 상처,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로 인해 변화한 것 같다. 진아도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감정적으로 사람을 대했을 것 같은데, 점점 무뎌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가 무서워서 단절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스스로 고립을 택한 진아를 연기한 공승연. /더쿱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스스로 고립을 택한 진아를 연기한 공승연. /더쿱

-진아의 외적인 모습을 구축하는데 어떤 고민을 했는지. 
“주변과 담을 쌓는 캐릭터고, 남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아 하기 때문에 계절마다 입는 옷들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고 똑같은 가방을 사용했다. 실제 내 옷도 많이 입었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입고 계신 옷을 벗겨서 입기도 했다. 의상팀에서 무채색을 원했고, 편한 셔츠를 사계절 내내 돌려 입지 않을까 했는데, 감독님 옷이 눈에 들어오더라. 하하. 또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셨기 때문에, 본인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들어갔을 거다. 그래서 감독님을 모티브로 한 것도 있다.”

-흡연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연기하는데 어렵진 않았나.
“가장 아쉬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때문에 흡연을 배웠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한 달 연습했었는데, 안 피던 사람이 시작하려고 하니까 정말 힘들더라. 촬영할 때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디테일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서 흡연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현실감 없게 표현한 것 같아서 계속 마음에 걸린다. 다시 찍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홍성은 감독은 어땠나.
“영리하고 똑똑하시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이런 감독님도 있구나 싶었다. 옆집 친구처럼 편하게 잘 대해주셨다. 정말 사소한 것을 물어봐도 답해주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보통 감독님들과 신에 대한 감정이나 연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데, 홍성은 감독님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더 끈끈해진 것 같다.”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 어떤 공감을 했는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데, 작품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진아를 연기하면서, 잘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게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떠나보내는 것도 중요하니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잘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 추억으로 남겨두고 잘 기억해 주는 게 좋은 작별 인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 활발한 행보를 예고한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더 활발한 행보를 예고한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정말 멋있게 해야지 했는데,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의미가 남달랐다. 10년 동안 배우로서 연기상을 받은 게 처음이다. 후보에 오를 때마다 수상소감을 준비하긴 했었는데, 처음으로 그 소감을 입 밖으로 꺼내니 감격스럽더라. 더 좋은 말을 하고 싶었는데, 머리가 하얘져서 준비한 말을 다 하지 못해서 아쉽긴 했다.  앞으로 연기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 같다. 더 좋은 연기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배우라는 걸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또 한 편의 장편영화를 온전히 끝냈으니까, 나도 이제 극을 끌고 갈 수 있는 배우가 돼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자신에게 박하기도 하고 자신감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고 힘이 생겼다.”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데도 영향이 있을까.
“그동안 나와 캐릭터 비슷한 캐릭터 위주로 선택을 했다. 결이 맞지 않아서 연기적으로 부족해 보일까 봐 겁을 많이 먹었는데, ‘혼자 사는 사람들’도 그렇고 ‘대리인간’도 그렇고 겁먹은 것에 비해 잘 해냈더라. 스펙트럼을 조금은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겁을 내지 않고 인연이 되는 작품이 있으면 다 해보고 싶다. 한계가 어디인지 직접 부딪쳐봐야 알잖나. 갈 수 있는 곳이 어디까지인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올해가 20대 마지막이자, 데뷔 10년 차다.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또 앞으로 어떻게 쌓아가고 싶은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꾸준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힘들 때도 있었고, 작품을 시작할 때 안 좋은 말을 들을 때도 있었는데 그것을 다 감수하고 꾸준하게 하면 마지막 끝맺음은 좋다는 경험을 했고 지금도 믿고 있다. 앞으로 맞을 30대가 기대된다. 입버릇처럼 30대부터는 잘 될 거라는 말을 했었다. 하하.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조금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