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변수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권 경쟁의 변수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나 전 의원이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당대회 역할이냐 아니면 다른 역할이냐 조금 더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백의종군부터 시작해서 참 어려운 자리라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지 마지막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은 아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 선언이 곧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추이가 나쁘지 않은 등 나 전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머니투데이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PNR이 지난 8일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8.5%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게 밀려 주춤하긴 했지만 15.5%로 2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 출신으로 최근까지 당내에서 불거진 ‘영남당’ 논쟁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그의 등판 가능성에 힘을 싣는 이유다.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에 TK 출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선출된 상황에서 당 대표에는 비(非)영남을 선출해야 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초선′과 ′영남′이라는 두 축으로 형성된 가운데, 양쪽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새어 나온다. /뉴시스

◇ 초선‧중진 모두 비판

분위기는 좋다지만, 나 전 의원으로서도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당권 경쟁 구도의 두 축인 ‘초선’과 ‘영남’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그를 옭아매고 있다. 당장 양쪽에서 비판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단 당의 변화를 앞세운 초선 의원들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경계하는 눈치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죽하면 당이 걱정돼 이런 출마설이 나올까 생각한다”면서도 “힘들 때 새판짜기로 가야지 돌려막기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인사라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직격탄를 맞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이날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서울 원내대표가 있을 때도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출신 지역을 가지고 논란하는 거 자체가 퇴행적이고 발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직을 수행했던 나 전 의원을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으로서도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는 점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21대 총선에서부터 4‧7 재보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까지 연이어 낙마했다는 점은 나 전 의원의 족쇄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당권에 도전한 홍문표 의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에서 “쉴 때 쉬면 나중에 더 큰 인물 정치를 할 텐데 왜 그렇게 조급하게 판에 뛰어들려고 하는지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인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지지가 아니고 당내 지지가 중요하지만, 영남도 아니고 초선도 아니다 보니 당원들 입장에선 제3의 후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의 출마가 당 주류 세력에 대한 상처가 될 것인지, 초선에 대한 상처가 될 것인지에 대한 유불리 정리가 안 되다 보니 숙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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