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노동 조합은  지난 18일 아산2캠퍼스 정문에서 임금 기본인상률 6.8%,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 처우 개선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아산=박설민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지난 18일 임금협상 문제와 관련해 회사 측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 열면서 국민과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조가 사측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진행해 온 삼성전자 계열사로는 이번 집회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볼 수 있다.

아산2캠퍼스 정문에서 붉은 머리띠를 매고 ‘투쟁’을 외치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원들의 모습./사진=박설민 기자

◇ 첫 대규모 시위 나선 삼디 노조, ‘평화적’ 분위기에 집회 진행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 <시사위크>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집회 현장을 방문했다. 집회가 진행된 아산2캠퍼스 정문에 도착하자 붉은색 머리띠를 한 노조원들이 한데 모여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큰 목소리로 “투쟁”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약 2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참석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의 첫 대규모 집회인 만큼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됐으나 집회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질서있게 진행됐다. 

이번 집회의 특징은 노조원들 모두 우산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권력형 비리,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피해에서 임직원들을 보호하는 우산이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눈길을 끈 것은 노조원 모두가 ‘우산’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원 중 한 명에게 우산을 쓴 의미에 대해 물어보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앞으로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권력형 비리,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피해에서 임직원들을 보호하는 우산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번 집회에 우산을 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대회사를 진행한 김정란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회사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지금처럼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노동조합의 고유권한인 임금협상에서 교섭행패를 부리는 회사는 오늘을 기점으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삼성전자 계열사의 첫 대규모 집회임에도 평화적으로 종료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교통질서 관리 요원들을 배치해 교통혼잡을 최소화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 노·사 임금협상 결렬, 삼성의 ‘첫 파업’ 방아쇠될까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집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임금협상 결렬’ 등 처우 개선 문제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7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측은 지난해 호실적 등을 근거로 임금 기본인상률 6.8%,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 처우 개선 등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삼성 그룹 역사상 첫 파업에 돌입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삼성그룹 계열사 중 최초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디스플레이 사측과 노조의 임금협상과 관련해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조정중지란 노사 간 추가 협의가 불가하다는 결정으로 노조 측에 파업 및 직장 폐쇄 등의 쟁의권을 부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즉, 조정중지가 결정된 이상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대회사를 발표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이창완(좌측), 김정란(우측) 공동위원장./ 사진=박설민 기자

이날 집회를 마친 후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우리는 노사 대화의 재개를 위해 지난 17일 노조 위원장이 직접 집회 초대장을 들고 기흥 대표이사실을 찾았으나 대표이사는 물론 회사 경영진 누구도 집회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회사의 이러한 불통과 끊임없는 와해 공작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사측은 노조 측이 주장한 임금 인상률에 합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인금인상률 4.5%, 성과급 인상률 3%로 총 7.5%의 파격적인 인상을 진행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상태다. 이는 삼성전자와 동등한 수준의 임금 인상률로, 근 10년 내 최대 수준에 육박하는 인상폭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노동조합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중노위 조정 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사는 조만간 노조와의 교섭이 재개돼 상호 이해와 대화를 통해 원만한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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