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보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 작품을 하고 싶다.”

올해로 데뷔 14년 차 배우 이제훈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행보도 그렇다.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다룬 SBS 드라마 ‘모범택시’부터 ‘유품정리사’라는 소재를 통해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까지,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때론 통쾌함을 때론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따뜻한 이야기를 녹여낸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넷플릭스
따뜻한 이야기를 녹여낸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넷플릭스

특히 ‘무브 투 헤븐’은 이제훈이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꼽을 정도로, 따뜻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 대표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주목받았다.  

지난 14일 공개된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 분)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이제훈은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힘을 더한다. 극 중 갑자기 생긴 조카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을 이끌어가게 된 상구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불법 격투기 선수로 살아온 인물의 거친 면모부터 순수한 그루를 만나 삐딱했던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서로 기대는 법을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까지 섬세하면서도 폭넓게 소화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이제훈이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이제훈이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이제훈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덕”이라며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공개 후 반응이 좋다. 호평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좋은 반응을 보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택하면서 소통과 관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당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준 적 있었나 돌아보게 되고, 표현이 미숙하거나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 또 지금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고 힘든 시기인데, 가까운 혹은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서로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게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작품을 보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직접적으로 경험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감하는 게 신기했다.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에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모범택시’에 이어 ‘무브 투 헤븐’까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작품을 선택하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남겨졌으면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위로’다. ‘모범택시’도 그렇고, ‘무브 투 헤븐’도 그렇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나의 그런 마음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열과 성을 다해 찍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이 동시에 나오는 것에 대해 분산된 측면이 있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우려와 다르게 두 작품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무브 투 헤븐’을 선택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쳤다. ‘무브 투 헤븐’을 먼저 촬영했는데, ‘모범택시’를 선택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들이 내게 왔다는 게 행운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모범택시’ 김도기와 ‘무브 투 헤븐’ 상구는 어떻게 달랐나.
“상구는 비호감에서 시작해서 고인의 사연을 접하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변화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뀐다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김도기는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 캐릭터를 나의 필모그래피에 남길 수 있어서 영광이고, 잊을 수 없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상구를 연기한 이제훈.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상구를 연기한 이제훈. /넷플릭스

-상구가 거칠면서도 마음 한편엔 상처도 있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상구의 내면과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야 했는데 어떤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나.
“상구는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떠나보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실제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구가 경험했는데, 그 감정을 연기하면서 계속 안고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상구는 세상을 부정하고 안 좋게 바라보는 시각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죄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 상구가 누군가를 만나면서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해낸다면, 면죄부라고 감히 말할 순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격투기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구의 서사를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들이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우선 촬영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몸을 만드는 과정을 시작했다. 상구라는 캐릭터가 보이는 부분에 있어서도 강렬하게 어필이 돼야 해서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원래 상구의 설정은 이종격투기 선수였는데, 과거에는 복싱을 하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의견을 냈다. 복싱이 강렬함과 동시에 순수하고 정직한 스포츠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과거에는 순수했던 상구의 모습을 복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역량보다 더 하려고 하다 보니 부상도 있었다. 적당히 하면 됐는데 더 세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오버를 한 거다. 진통제의 도움을 받아 고통을 참으면서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보인 것 같아 만족한다. 한편으론 준비를 더 잘해야 부상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려운 과정이었는데 잘 지도해 준 무술팀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새별 대표님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베이스였다. 김새별 대표님을 만났을 때 뭔가 굉장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고인을 떠나보내고 고인이 남긴 유품을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많은 사연을 접하고 경험했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따뜻한 마음과 진실됨이 없다면 그런 일을 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중간자 역할로 감당해야 할 상황과 감정이 크다고 느꼈고, 김새별 대표님 자체가 고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있을 때 잘할 걸’이라는 말을 하지 않나. 작품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접하면서 더욱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위로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제훈. /넷플릭스
위로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제훈. /넷플릭스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도 새롭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세상을 마감하게 됐을 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거울처럼 비추게 되더라. 잘 한 것도 있지만 부끄러운 부분도 있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무조건 나를 지지해 줄 것 같고 평생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오글거릴 수도 있고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조금 더 표현을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행동으로서 표현하고, 나에게 특별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배우 이제훈의 유품을 정리한다면 어떤 유품과 사연, 메시지가 담길까. 
“내가 출연한 작품들, DVD 모음집이 노란 상자(유품 정리함)에 담긴다면 나라는 사람이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서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쏟아부었고, 삶에 다 녹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저런 역할도 했구나, 이런 데도 나왔네, 좋은 작품이네’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이야기,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잘 해왔냐고 한다면 아직 많이 부끄럽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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