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정상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는 로즈가든으로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는 로즈가든으로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 달 전 미국을 방문해서 1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던 일본 스가 총리의 성과와도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비상대책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비판하며 발언한 내용이다. 김 대행 뿐 아니라 성일종 비대위원 등 국민의힘의 여러 인사들과 일부 매체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미일정상회담의 성과로 코로나19 백신을 1억회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은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비판하며 나온 것이다. 김 대행은 해당 발언에 앞서 문 대통령의 ‘백신 외교’에 대해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외에는 구체적인 백신 확보의 성과가 없었다”면서 “방미 전 우리나라의 백신 가뭄을 해소할 것처럼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특히 우리 기업들이 44조원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결국 손에 잡히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백신 외교는 언제 이행될지 모르는 약속어음을 받아온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스가 총리는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제로 1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을까?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문에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이야기는 한 문단에 나와있다. 지난 3월 12일 쿼드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제조, 조달 노력을 위해 백신 전문가 그룹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을 위해 백신 공급과 제조에 협력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또한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문을 보면 스가 총리는 “양국 정부는 백신의 전반적인 공급과 국제 보건 분야에서 일본과 미국 간의 공공-민간 협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백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통해 다자간 및 지역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일정상회담에서 백신과 관련해 미국의 대 일본 백신 지원 발표 내용은 없는 셈이다. 지난 21일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55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한국군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지난달 17일 스가 총리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스가 총리는 미일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블레어하우스에 머물고 있었다. 이 통화를 통해 스가 총리는 백신 추가 확보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의 수송·보관을 담당하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장관)은 지난달 18일 후지TV에서 스가 총리와 불라 CEO의 통화에 대해 설명하며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16세 이상은 커버할 수 있다”고만 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일본 내 접종 대상자 수와 기존 계약물량을 감안해 1억회분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의 보도는 다소 다르다. 다로 장관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화이자사와의 계약은 완료하지 않았다”면서 “(계약) 서명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 (추가 공급은) 합의가 됐다”고 했다. 일종의 구두 계약인 셈이다.

또 같은날 ‘TV아사히’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스가 총리가 화이자로부터 5,0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협의 중이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올 초 화이자와 1억4,400만회분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화이자 백신 5,000만회분을 추가로 공급받기 위한 것이다.

이어 다로 장관은 지난달 26일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계약을 맺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실질적으로 합의를 했고, 화이자도 추가분 일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계약의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화이자와는 추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합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달 14일 타무라 노리히사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은 오는 9월까지 화이자 백신 5,000만회분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본 스가 총리는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1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스가 총리가 방미 중 화이자 CEO와 통화를 해 백신 확보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분량은 1억회분이 아니다. 이에 해당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할 수 있다. 

※ 최종 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

근거자료

백악관 브리핑룸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1/04/16/u-s-japan-joint-leaders-statement-u-s-japan-global-partnership-for-a-new-era/&lnu=1861022372&mykey=MDAwNjk0OTgyMTI3MA==
미일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https://www.kantei.go.jp/jp/99_suga/statement/2021/0416kaiken1.html
4월 20일자 TV아사히 보도 https://news.tv-asahi.co.jp/news_politics/articles/000213591.html
4월 20일자 도쿄신문 보도 https://www.tokyo-np.co.jp/article/99390
4월 26일자 TV아사히, 고노 다로 장관 인터뷰 https://news.tv-asahi.co.jp/news_politics/articles/000214259.html
5월 14일자 NHK, 타무라 노리히사 장관 발표 https://www3.nhk.or.jp/news/html/20210514/k100130317310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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