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CJ ENM
CJ ENM 강호성 대표이사가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CJ ENM이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5조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들과 경쟁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각오다.

CJ ENM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CJ ENM 비전 스트림’ 행사를 열고, CJ ENM과 티빙(TVING)의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 가운데, CJ ENM 강호성 대표이사와 임상엽 경영지원총괄, 티빙 양지을·이명한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강호성 대표이사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의 취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콘텐츠 제작 형태를 다변화하여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완결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CJ ENM은 웰메이드 IP 양산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다. 강호성 대표이사는 “올해만 8,000억원의 콘텐츠 투자비용이 잡혀 있고, 향후 5년 동안 5조원 규모 이상의 콘텐츠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콘텐츠 제작 역량 고도화 △음악 메가(Mega) IP 확보 △디지털 역량 강화 △제작역량 등 글로벌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놨다. 

먼저 CJ ENM은 콘텐츠 제작 역량 고도화를 위해 가치주기(Lifetime Value, LTV)를 가진 프랜차이즈 IP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며 드라마‧영화‧웹툰‧공연간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완결형의 자체 제작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드라마 전문 제작 스튜디오를 열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예능‧영화‧디지털‧애니메이션 등에서도 전문화된 멀티 스튜디오 구초를 갖춰간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이사는 “전문화된 스튜디오 구조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티빙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에도 공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글로벌향 기획제작역량을 지속 강화해 크리에이터에 대한 동기 부여와 비전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사업은 글로벌 확장을 위해 메가(Mega) IP를 지속적으로 확보,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강 대표이사는 “‘슈퍼스타K’ ‘아이랜드(I-LAND)’ 등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K-POP 메가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MAMA’ ‘KCON’ 등 CJ ENM이 가진 음악 플랫폼을 활용해 IP와 팬덤의 가치를 확장해내겠다”고 덧붙였다.

티빙 비전 전략을 발표한 이명한 공동대표(왼쪽)과 양지을 공동대표. /CJ ENM
티빙 비전 전략을 발표한 이명한 공동대표(왼쪽)과 양지을 공동대표. /CJ ENM

이날 CJ ENM은 티빙을 필두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강 대표이사는 “티빙을 국내 1위 OTT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며, 티빙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 역량 활성화는 물론, CJ ENM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콘텐츠 OTT 플랫폼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티빙은 2023년까지 약 100여편의 오리지널 제작, 8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2022년에는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해 ‘No.1 K콘텐츠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계획이다.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티빙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누적 유료 가입자 수가 63% 증가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하고 있고, 같은 기간 앱 신규 설치율은 67%, 월간 UV(Unique Visitors : 한 번 이상 방문한 고객)도 41%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은 ‘응답하라’ ‘슬기로운 생활’ ‘신서유기’ ‘대탈출’ 등과 같은 프랜차이즈 IP 육성하고 총 6,000편 이상의 영화, 키즈 및 성인 타깃의 다채로운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신선한 기획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프리미엄급 스포츠 중계 등의 다채로운 콘텐츠로 다양한 팬덤의 취향을 충족시킨단 각오다.

이명한 공동대표는 “티빙의 오리지널 전략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취향의 고객들을 티빙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팬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티빙의 전체 오리지널 투자의 50% 이상을 프랜차이즈 IP 육성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호성 대표이사가 CJ ENM 1분기 실적에 대해 언급했다. /CJ ENM
강호성 대표이사가 CJ ENM 1분기 실적에 대해 언급했다. /CJ ENM

다음은 질의응답 세션에서 참석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어떤 요인이 작용했다고 생각하나.
강호성 대표 “코로나19 인해 위축됐던 광고 시장이 회복된 측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1분기 배출한 콘텐츠 라인업이 아주 좋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그 결과 광고 시장 회복의 수준을 넘어선 실적을 얻을 수 있었다. 유통에 있어서도 콘텐츠 사용료가 많이 증가했다. 티빙이 역시 올해 들어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다 합쳐져서 1분기 좋은 실적을 견인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멀티 스튜디오는 언제 어떤 규모로 설립되는가. 구체적인 운영 계획이 궁금하다.
강호성 대표 “CJ ENM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 제작 역량 차별화다. 콘텐츠 제작 능력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여러 생각 중 하나가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은 효율적인 제작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포맷과 장르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예능‧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 생태계를 구현하는 최적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멀티 스튜디오 구조 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다. 지금 내용을 말하기 이르다. 올해 안으로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해 공유하겠다.”

-5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티빙을 포함한 투자 계획인가.
강호성 대표 “콘텐츠 투자 성장률을 5년에 대입시켜보면 이 금액이 나온다. 갑자기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해 왔듯이 성장률에 비춰 투자액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어서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차원이기도 하다.”

임상엽 경영지원총괄 “올해는 8,000억원을 투자하는데, 이는 하루에 4개 정도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셈이다. 이중 절반 이상은 드라마에 투입될 것이고 예능, 영화에 투자된다. 티빙 포함된 투자 예산이기도 하다. 티빙과 tvN에 투자된다는 점 강조하겠다. 또한 이 금액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없이도 가능한 규모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PPL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 높은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결해나갈 계획인가.
강호성 대표 “시장에서 IPTV와 CJ ENM이 티격태격한다. 콘텐츠 사용료와 수신료 분배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빨리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K콘텐츠 글로벌 시대가 왔다. 이는 인프라와 유통구조와 수익구조가 선진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K콘텐츠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다. 콘텐츠 수준은 글로벌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를 유지해야 하는 산업, 유통, 시장구조는 국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콘텐츠가 글로벌화된 것이다. 문제는 해외 OTT가 바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시장이 콘텐츠에 대해서만 관심 있고, 국내에 관심 없다면 글로벌 메이저에 예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유통구조와 분배구조, 시장 구조도 선진화돼야 한다.

IPTV사와 플랫폼사에 프로그램 제작해 공급하면 제작비 3분의 1을 수신료로 받는다. 미국의 경우, 제작비 100~120% 이상을 수신료로 받는다. 수신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불안하다. 나머지는 부가수익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 구조가 부가수익인 협찬수입에 의존하는 문제적 상황이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전향적인 시장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OTT에 줄을 서게 된다. 그곳에서 제작을 하면, 110~120% 이상을 받지만 IP를 다 줘야 해서 하도급제에 불과해진다. 시장을 넓히고,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으려면 콘텐츠 시장 유통 구조 분배가 선진화돼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K콘텐츠 전체가 사는 방법이다. 더 오래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변모해야 할지 다같이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시간이 없다. 많은 관심 바란다.”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처럼, 글로벌 기업과 협력 관계는 유지할 생각인가, 아니면 티빙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인가.
강호성 대표 “넷플릭스뿐 아니라 메이저 플레이어 요청이 있다. 슬기롭게 가겠다. 다만 B2C 플랫폼에는 티빙이 있는데, 티빙 말고 다른 곳에는 (콘텐츠를) 안 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본적인 발상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작한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는 창을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그 역량을 통해 티빙의 역량 역시 강화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금 티빙에 맞는 콘텐츠가 있고 글로벌에 맞는 콘텐츠가 있다. 제작 역량은 충분히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제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티빙 성장에 따라서 더 많은 콘텐츠가 흘러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티빙의 강점 및 글로벌 시장 전략에 대해 밝힌 양지을 공동대표(왼쪽)과 이명한 공동대표. /CJ ENM
티빙의 강점 및 글로벌 시장 전략에 대해 밝힌 양지을 공동대표(왼쪽)과 이명한 공동대표. /CJ ENM

-티빙은 넷플릭스와 경쟁구도가 될 수밖에 없는데.
양지을 대표 “OTT는 한 고객이 복수 서비스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3개 이상 4개까지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5개 이상 사용한다. 다양한 OTT가 차별적인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티빙의 전략도 그렇다. K콘텐츠 안에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가 있을 수 있는데, 티빙이 국내 사업, 해외 사업으로 발전하면서 티빙만이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고객을 상대할 생각이다. 넷플릭스와 CJ ENM 차원에서 협력이 진행될 수 있지만, 티빙과는 다른 포지션이 될 것이다.”

강호성 대표 “넷플릭스와 ENM의 협업으로 오히려 충돌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하나의 OTT를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OTT, 플랫폼 스트리밍의 대세가 되면 결국 여러 OTT 보는 시장이 되기 때문에 양립 가능하고 충돌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충돌되는 상황에서는 ENM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 거기에 따른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티빙을 슬기롭게 성장시킬 방법을 같이 고민하겠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비교해 티빙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명한 대표 “국내 OTT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려면, ‘K콘텐츠 맛집’이라는 위치가 없다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OTT 중에서는 티빙이 아닐까 싶다. 과거 수년간 한국 대중 입맛에 가장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 온 제작 집단이 공고하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IP를 확보하고 있고 공급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다른 플랫폼보다 실시간 스트리밍 콘텐츠를 오래 전부터 제공해 왔다. OTT플랫폼과 TV플랫폼은 다른 듯하지만, 콘텐츠라는 큰 판에서는 교집합이 있다. 또 부가 콘텐츠를 통해 다른 OTT에서 즐기기 어려운 차별적 재미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티빙을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안착시킬 계획인가.
양지을 대표 “전략만 많이 짜는 게 아니라 구체적 안건를 가지고 해외 유수 플랫폼 업체들과 논의 중이다. K콘텐츠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갈 정도로 다양한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해외업체 러브콜도 집중되는 게 아닌가 싶다. K콘텐츠로 해외 진출하려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지에서 인기 있을 만한 로컬 콘텐츠, 혹은 보유한 IP를 현지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호성 대표 “문화 산업에 있어 글로벌화는 정서적인 문제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CJ ENM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비전으로 삼았다. 오래전부터 이미 네트워크와 제작 기지를 만들어 놨다. 오랫동안 과감하게 투자를 해왔고, 수익보다는 정서를 파악했다. 누구와 협업해야 하는지 감을 배웠다. 글로벌에서는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연락이 오고, K콘텐츠 핵심 전진기지에 있다. 갑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충분히 준비해 왔고 그 결실을 맺을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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